잡담, 양파가 틔우는/이경임
싹을 틔운 양파의 내부는
허술하다
희망이 서둘러 삶을 가볍게 하듯
쉽게 상한다
내부를 망가뜨린 식물만이
싹을 틔운다
푸른 혀처럼 날름거리는 싹은
잡담처럼 싱싱하다
잡담이 없는 삶은
창백하다
언제나 딱딱한 내부에 갇혀있다
아, 산다는 것은
망가지는 것이다,
가벼워지는 것이다,
슬프도록 무성해지는 것이다
♡시를 들여다보다가
한편에서 굴러다니던 양파가 싱싱한 파를 들어 올리길래 컵에 물이라도 담아 건사해 줄 요량으로 번쩍 들었더니 허깨비다. 나는 그 양파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였겠지만 허구한 날 요리 뒤에 남겨져 그 택함 받지 못한 희망을 싹이라도 올려 서두른다는 표현으로 알고 있음을 내비친 시인 님을 우러른다. 별것 아닌 사물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도 내 삶이 보이는데 여태 그런 사물들을 딱딱한 돌덩이로 보아왔다는 방증이다. 과하고 미치도록 더하여 지쳐서 항복할 때까지 파고들어라. 그래서 내가 산다는 것은 망가지는 것이고 가벼워지는 것이고 슬프도록 무성해지는 것이라는 사유가 쏟아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