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콩트 2(44)

웬수를 사랑해라

by 최병석

나이 들어 은퇴라는 선물을 잔뜩 끌어안은 아재들 셋이 은퇴여행을 계획하였다. 그들은 용감하게도 한평생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이웃나라 일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도쿄를 점찍었다. 이를 계획한 건 그나마 그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반일감정이 조여진 나사의 체결력이 덜한 상태라는 한국인 씨였다. 그렇다면 그 한국인 씨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느냐? 그건 아니었다. 아님 혹 일본어를 잘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일본을 가겠다고 정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는데 그건 순전히 아직도 저렴한 엔화의 상태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라 제주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그것도 오래 걸리지 않는 시간적 여유로 다녀올 수 있다니 어찌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한국인 씨의 열변에 나머지 두 친구가 설득을 당했고 여행은 빠른 속도로 펼쳐지게 되었다.


"국인아! 근데 너 말도 안 통하는데 괜찮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에게는 동시통역이 가능한 핸드폰도 있고 또 요즘 각별한 친구 <재미난 이>가 바로 옆에 있잖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 <재미난 이>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해결방법을 제시해 준다니까"


다른 건 몰라도 아재들의 구미를 끌어당긴 건 다름 아닌 핸드폰마다 숨어있는 <재미난 이>의 여파가 컸다.

여타의 문제가 발생하면 입술 밖으로 그 문제를 토해내기만 하면 그것으로 되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실제로 아재들은 시작부터 그의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항공권예약부터 숙소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진행하다가 막히면 다시 그에게 물어보면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아그덜아! 출국준비는 다 된 거 쥐?"


"그렇지, 모 문제 될 건 없는 거 아녀?"


"근데 우리 낼 몇 시에 어디서 만나는 거야?"



아재들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최소한 출국시간 전 3시간 전에서 늦어도 한 시간 반정도까지 도착해야 하며 만나는 곳은 카운터 B앞이면 되겠다는 답변.


아재들은 이 답변을 한 시간 정도면 가능하겠다는 사실로 받아들였고 공항사정에 따른 변수는 애당초 무시해 버리는

여유로움(?)을 시전 하기에 이르렀다. 아니나 다를까 아재들은 숨넘어 듯 출국준비를 위해 뛰어다녔고 마감시간에 다다른 시간에 소지하고 있던 캐리어를 위탁수화물로 보내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출국심사를 받는데 세 아재중 한 명이 의심대상으로 분류되었고 비행기를 타야 될 시점에 수화물센터로의 호출을 명령받았다.


"왜? 왜죠? 우리 지금 비행기를 타야 되는데.."


이럴 줄 몰랐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재미난 이>에게 틀림없이 물어봤을 텐데...

결국 화물심사가 길어졌다. 비행기를 놓치게 되었다.

눈앞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더하여 비행기삯과 숙박요금도 날개를 장착하며 꿈틀대고 있었다.


울아재들 중 한 명이 현지음식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캐리어 속에 고추장, 조미김, 김치, 햇반, 컵라면 그리고 스팸통조림과 소주 3병을 챙겼다. 이중 스팸통조림이 검색에 걸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1도 신경의 테두리 안에 들어올 생각도 못했던 권총모양의 라이터에 시선이 집중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저 쉽게 통과할 수 있었던 위탁화물이 요주의 화물로 모양을 바꾼 채 세 아재들의 이륙을 방해하고 있었다.


검사는 끝났고 부랴부랴 또 다른 비행기표를 끊었다. 함께 나란히 자리에 앉아갈 수는 없었고 이곳저곳에 각각 찢어져 이산가족처럼 나뉘어 시작된 여행.


자그마치 취소된 비행기삯과 삭제된 시간들까지 2백여만 원 그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으이구 저 웬수"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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