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이보다 씨는 남들 다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였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한다고.
미루고 미루다 나이 먹어 뒤늦게 떠나겠다 싶으면 몸이 말을 안 들어 쉽게 지치고 쓰러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을 소집했다. 서로 각자의 가고 싶은 여행지를 추리고 경비도 서로 간 합당한 선에서 입을 맞추었다. 친구 넷을 소집했다. 근처의 베이커리카페에서 이리저리 검색 끝에 여행지를 고르고 역할을 나누어 계획을 짜기로 하였다. 이보다 씨는 재정을 맡았다. 모두에게서 갹출한 회비로 항공권과 숙소를 우선 예약하였다. 3박 4일의 그닥 길지 않은 일정을 맛집담당 하리 씨, 명소담당 보라 씨, 쇼핑담당 내다 씨가 저마다의 일정계획을 수립하였다. 재정을 맡은 보다 씨는 우선 환전과 일정에 따른 소요예산을 AI에게 확인하며 최대한 쥐어짜는 알뜰여행을 다짐해 보았다.
보다 씨가 돈줄을 쥐고 있다 보니 이번여행을 진두지휘하게 되어 버렸다. 모든 소통을 보다 씨에 의한 시작에 의거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 보다 씨가 최종 준비물을 체크 중이다.
"다덜 여권의 유효기간은 확인했지?"
"만약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빨리 갱신해야 해"
"그리고 우리 출국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하는 거야"
"스마트패스도 미리미리 해놓으시고"
"출국당일에는 카운터 F에서 모이자고"
"그리고 보조밧데리는 개인당 2개씩 소지 가능하다는 거 알쥐?"
"보내준 개인당 소지품 LIST 체크 다 했으면 완료메시지 보내줘"
내일 아침에 출국이다. 비행기시간이 오전 9시 반이니 적어도 공항에는 6시까지 도착해야만 한다.
"아그덜아 낼 아침에 6시까지는 공항의 F카운터로 모여야 해"
이보다 씨가 확인의 확인을 거듭한다. 어라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보따리 싸는 일에 소홀했다. 자기가 회원들한테 보내준 체크 LIST를 보고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니 아뿔싸 보조배터리를 빼먹었다.
"아이고, 엄마 혹시 집에 남는 보바 없어요?"
없단다. 큰일이다. 이보다 씨가 부랴부랴 근처의 다이소로 향한다. 시간이 늦었는지 집 근처의 가게는 문을 닫았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옆동네가게는 아직 문이 열려있단다. 서둘러 집을 나선 보다 씨가 셔터 내리기 일보직전의 가게에 당도하였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1분 남겼다. 천신만고 끝에 획득한 보바를 손에 들고 집에 복귀하니 새벽 2시다. 챙기다 만캐리어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공항에 6시까지 가려면 공항행 리무진버스 첫차를 타야만 한다. 오지 않는 잠을 가능한 무지함으로 끌어당겼다. 깜박 잠이 들었다.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기계적인 몸놀림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다다랐다. 버스가 진입한다.
웬일로 순조롭다. 캐리어를 짐칸에 집어넣고 자리에 앉았다.
못다 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리저리 분주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캐리어를 꺼내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어라! 분위기가 싸하다.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다.
"아이쿠! 여 여긴 김포?"
큰일이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보다 씨! 우린 다 모였는데 언제 오세요?"
"저 그 그게 제가 차를 잘못 탔네요 ㅠㅠ"
돈보따리를 손에 쥔 보다 씨가 큰 일을 저질렀다. 이보다 더 큰일이 있을까? 눈앞에서 날아간 항공권과 숙박비가 인상을 찌푸린 채 보다 씨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다.
비몽사몽으로 인천행 버스를 탄다는 게 그보다 10분 먼저 도착한 김포행 버스를 냅다 타버린 게 화근이었다.
"워매 이를 어쩐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