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 Apr 26. 2023

기사 안 쓰는 기자

서정기자의 색깔있는 취재수첩 <2> 밥 우드워드의 전설  


               밥 우드워드의 전설

  미국인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오케스트라 지휘자(Conductor)가 1위로 뽑혔으며 2위는 함대사령관(Commander)이었다. 그리고 3위에는 기자(Reporter)직이 뽑혔다( CNN 2000년 조사, U.S. News & World Report 의 직업 선호도 조사와는 다름).

  언론자유가 신성시되고 언론문화가 발전한 선진국이니만큼 기자직에 대한 선망이 손끝하나로 대형 오케스트라 연주단을 주무르는 지휘자와 망망대해를 누비며 막강해군력을 자랑하는 함대사령관에 버금갈만큼 높을 것이란 점에 충분히 동의한다.        

  미국의 언론인이 가장 영예롭게 여기는 상이 그 유명한 퓰리처상이다. 이 상은 보도부문 사진부문 문화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수상자를 해마다 선정 발표한다. 1973년 소위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 포스트 지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2002년에도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흐름 변화'에 대한 심층 기획보도로 7명의 후배 기자들과 함께 두 번째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두 차례나 퓰리처 상을 받은 원싱턴 포스트 지의 우드워드 기자


  특종이란 기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보다는 보도의 시차를 기준으로 삼는다. 다른 기자, 또는 경쟁사 보다 한발 앞서,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루(24시간) 앞서 보도했을 때 '특종'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라~. 사건사고 현장에서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는데 다음날 뒤늦게 경쟁사의 깜짝 놀랄 뉴스를  보고서 그 내용을 베껴서 독자에게 하루 늦게 전해주어야 하는 심정이 어떨지를~~.

  베껴 쓰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다음날 다른 경쟁사는  다 보도하고 있는데 자기 매체만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그것은 '낙종'이 되어 독자로부터 또 지탄을 받게된다.

밥 우드워드기자가 정작 더 유명해진 것은 일명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불리는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끝까지 숨겨 주는 전통을 남겼기 때문이다. 제보자 보호나 출처 미공개 전통은 취재기자가 어떤 회유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직업의식이다.  

   

  특종과 낙종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기자협회가 매년 한국기자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한다. 물론 현역 기자 중에서 보도부문과 사진부문으로 나누어 선정하는데 기자라면 대단한 영예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만큼 유명해지지는 않는다. '시화담수호 3억톤 폐수 방류' '김포공항 600만달러 외교행낭 도난'같은 특종기사를 쓴 기자가 수상했다.     

  기자에게 특종상은 대단한 자랑임에 틀림없다. 기자라면 한 번쯤은 받고싶은 것이 특종상이다. 그러나 특종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다. 취재에 열심을 다해도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허투루 여겼던 내용이 특종일 경우도 있고 열심히 취재해 단독 보도했는데도 특종에 미달하는 경우가 있다. 똑똑한 기자라고 알려졌는데도 특종상 한 번 받지 못 한 경우가 많으며 평소 게으르기 짝이 없던 기자가 몇 번 씩 특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기자들은 특종보다 낙종을 더 무서워한다. 특종은 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낙종은 어떤 변명으로도 통하지 않는 불명예이기 때문이다. 특종을 하면 상패와 부원 회식비 정도의 포상을 받는데 낙종을 하면 호된 징계를 받는다. 심한 경우 출입처와 직위를 잃기도 한다.


  특종은 하지 못해도 소속사의 위상이나 독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없지만 낙종을 하면 자사의 위상에 흠집이 나며 독자로부터도 지탄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의 스트레스는 다른 경쟁사가 다 보도하는 내용을 자기만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다음 날에서야 베껴서 보도할 수밖에 없을 때 최고치에 다다른다. 기자가 글을 안 쓰는 것은 어느정도 용납되지만 글을 써야 할때 쓰지 않거나 못 쓰면 기자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기자는 항상 긴장하고 경쟁상대가 무슨 기사를 취재하는지 신경을 곧추세워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보신경쟁 때문이 아니라 독자의 알 권리에 충실해야 하는 서비스정신 때문이다.  

   

  근간, 어느 법조신문이라는 곳의 기자라는 자가 대장동게이트 관련으로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건으로 눈쌀을 찟푸리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넌센스다.

  자칭 기자라는 그 사람은 수년 동안 쓴 기사가 연 평균 1.6건이었다고 한다. 기자라면 매일 1건 아상의 기사를 쓰는 게 의무다. 기사를 쓰지 않는 사람을 꼬박꼬박 '김아무게 기자'라고 호칭하는 보도를 대하노라니 너도나도 '쓸개 빠진 사람'이라는 탄식이 나올 뿐이다.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은 '기사를 안 쓰는 기자'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니끼로 모시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