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서 버튼까지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불필요한 키보드를 치우라고 했다.
2025년의 리퀴드 글래스는 이제 버튼들도 필요 없을 때는 사라지라고 한다.
아이폰을 처음 공개할 때 필요 없는 키보드를 치우면서 스티브 잡스가
“앱/컨텐츠에 딱 필요한 UI만 적절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은 애플의 사용자 경험/상호작용 철학이 되었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도입하면서 애플은 사실 묘사 기반의 스큐어모피즘을 도입하였다.
iOS7에 들어서며 애플은 사람들이 유리를 터치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판단하였고,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깊이를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적합한 그림자로 표현하며
‘현실 세계를 모방한다’는 기본 철학을 ‘플랫 디자인’으로 계승하였다.
이후 애플은 불투명 유리(Frosted Glass) 효과와 같이 물리적 세계의 친숙함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의 깔끔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스큐어모피즘과 미니멀리즘의 균형을 찾아가며 발전해왔다.
꽉찬 스마트폰 화면에서 화면을 가리는 것은 콘텐츠 위의 버튼이 유일하다.
버튼에 ‘투명하다’는 유리의 특성을 활용하면 뒤에 콘텐츠가 어렴풋이 보이기 때문에
맥락을 유지하면서 화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시각적 만족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층위를 통해 화면에 깊이감을 제공할 수 있다.
리퀴드 글라스의 핵심은 유리를 모사하는 글라스모피즘이 아니다.
오히려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불필요할 때 사라지는 콘텐츠 상위에 배치된 인터렉션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인터페이스가 유체처럼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할 때에는 작아지고, 필요할 때만 커진다.
불투명 유리를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글라스모피즘과는 다르게,
리퀴드 글라스는 현실에 있는 유리나 물 같은 물질의 빛 굴절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근본 개념은 투명한 유리 위의 글씨가 잘 안보이는 가시성 문제와, 프레임마다 픽셀 단위로 수행되는 실시간 렌더링으로 인해 배터리 사용량이 너무 많다는 사용성 문제가 있다.
달라진 건 기술과 하드웨어 성능일 뿐, 애플의 철학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애플은 무언가를 만들 때 근본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깊게 고민한다.
그 고민이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는 것이다.
애플은 자신들의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집요한’ 수준의 집착을 보여주는 것 같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철학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이런 문화가 지금의 애플을 만든 것이 아닐까.
각종 마감과 현실적인 상황에 조금씩 타협해온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많은 자극을 받는 것 같다.
https://youtu.be/vAniz8Cc5UQ?si=FXlE-kYyUDNlS9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