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할배
나는 춤바람이 났다.
아무도 없으니 속옷 바람으로 춤을 출 때도 있다.
느린 노래 들으면서 목청껏 부르기도 한다.
1절 2절 가사가 꼬여도 괜찮고
음정이나 박자가 틀려도 흠잡을 사람 없다.
혼자서는 나도 명가수다.
멜로디 따라서 흐느적흐느적 느리게 팔다리 젓는다.
의식은 단전에 두면서 들이쉬고 내쉬고 호흡을 깊게 한다.
관절과 근육을 강하게 수축하다가 부드럽게 이완한다.
낮고 높은 자세를 골고루 바꾸면서 움직인다.
낮은 자세를 정성껏 하면 다리가 탱탱해진다.
목 어깨의 힘을 빼고 움직이면 근육과 관절이 부드러워진다.
팔다리를 느리게 휘젓다가 약간 결리고 불편하면 동작을 정지한다.
아이들 동요에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하는 부분처럼 멈춘다.
바로 그 불편한 곳이 내 몸의 기혈이 정체된 부분이리라.
그 결림의 블편을 받아들이면서 단전에 집중한다.
조금 멈춘 후에는 배수로에 막혔던 물이 시원하게 빠지는 느낌이 든다.
봄날은 간다처럼 가급적 느린 가요에 맞추어 추면 좋다.
대여섯 곡 정도만 추어도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사라진다.
참으로 편안하고 황홀한 시간이다.
벼르기만 하던 탈춤과 학춤도 포기하고 이젠 현무에 춤바람이 났다.
아까부터 진수는 달을 보면서 짖는다.
혹시 나의 현무 수련에 추임새를 넣어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