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연 (8) 빚쟁이 졸업식

by 구민성

나뭇잎 사연 (8) 〈빚쟁이 졸업식〉

아, 황홀한 해방....!

























오늘 오전에 농협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훨훨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큰 사업가라면 껌값에 불과한 돈이겠지만,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막상 다 갚고 나니까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느낌이다.


되돌아보니 45년 전에 친구에게 돈 빌려 작은 학원을 시작했고, 그 돈을 다 갚자마자 신협에서 돈을 빌려 결혼했다. 결혼자금 대출은 200만 원이었는데 월 10만 원씩 20개월 동안 갚았다. 말하자면 20개월짜리 월부 장가를 간 셈이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빚 이력을 다 말하기는 어렵고, 간단히 말하면 45년 논스톱 빚쟁이였다. 워낙에 빈손으로 세상에 던져졌고, 이재에도 둔했기 때문에 나의 빚 인생은 길었다. 내 결혼과 동생들의 결혼, 집 장만, 무리한 사업 확장, IMF 직격탄, 때로는 빚을 갚기 위해서 더 비싼 빚을 얻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쁜 일에 돈을 쓰지는 않았다. 도박, 술, 마약, 투기 등을 위해서 돈 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자금 관리나 재테크에 무능했던 탓에 아내의 마음고생이 무척 컸다. 오늘 빚을 다 갚고 나오면서 문득 아내가 생각났다. 재물복 없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빚걱정을 하면서 떠났다.


“나 오래 못 살아요. 사망 보험금 타면 작은 고모 돈부터 갚아요.”

아직도 그 말이 귓전에 맴돈다. 동생에게 빌린 돈은 아내의 사망 보험금으로 다 갚았고, 오늘 다른 빚도 다 갚았다. 수도료와 전기요금과 공과금도 다 갚았다. 정말 홀가분하다. 지금 아내가 있다면 포도주 건배라도 하고 싶은데 유감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부터 빚쟁이 졸업이다. 빚 다 갚았으니 이제 빛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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