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동창회에 가보니 평소에 오던 친구들 몇몇이 안 보인다.
어떤 친구는 얼마 전에 죽었고 어떤 친구는 병원에서 한참 고생하고 있단다.
또 누구는 요양원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쓴웃음 짓는다.
또래들은 일흔 고개 올라서면서 여기저기 아프거나,
혹은 죽을 준비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도 역시 병원 투어를 열심히(?) 하면서,
그 와중에도 내년 봄에 씨 뿌릴 텃밭을 준비하고 있다.
부엽토를 긁어모아 밭에 뿌리면서 땅심 돋우기와
퇴비장을 만들기도 한다.
장마에 대비해서 시간 날 때 미리 장작을 패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낑낑대면서도 행복을 진하게 느낀다.
나무와 흙을 만지는 일은 생각보다 참 재밌다.
지금은 아이들 등쌀에 시내 내려가 살지만,
몸이 조금 회복되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산으로 돌아오리라.
원룸, 투룸 다 버려두고 산으로 완전히 돌아올 거다.
나는 아직 이 나이에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듯이,
젊은이가 결혼을 위해서 연애하듯이,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준비 중인 것은 항상 새롭고 희망이 있다.
그래, 계속 준비를 하자.
과연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일을 먼저 해야 좋을지
그걸 탐구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자.
준비하는 것이 남는 것이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서 시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 무위도식이야말로 내 인생을 죽이는 큰 죄악이다.
제발, 준비 좀 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