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번의 불합격 통지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세요.’
휴대폰이 울렸다. 잡코리아였다. 원티드도 비슷한 타이밍에 알림을 보냈다. 나는 습관적으로 화면을 밀어 올렸다.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지원 결과: 불합격”
서른 번째였다.
처음 몇 번은 그러려니 했다. 경력직이라도 회사마다 원하는 사람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다섯 번, 열 번, 그리고 스무 번을 넘어가자 느낌이 달라졌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10여 년 전에도, 채용시장은 어려웠고 좋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3개월 이내에 충분히 취업할 줄 알았다. 내 주제를 모르고, 자만심이 과했던 거다.
‘이 정도면,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10년 넘게 일했다. 성과도 냈고, 회사에서 인정받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채용 시장에 나와보니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내 경력, 물경력인 걸까?
막연한 불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플랫폼들에서 이력서를 다시 열어봤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업무 경험도 있고, 프로젝트도 주도했는데, 왜 단 한 줄의 답변도 받지 못하는 걸까.
자소서를 수정해보고,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력서를 몇 번씩 다시 읽어봐도, 같은 내용이 그대로였다.
심지어, 이전 회사가 작은 스타트업이었기에 인사경험도 있었던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내 이력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때, ChatGPT가 떠올랐다.
그동안은 ‘그냥 신기한 AI’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도 시도해봐야 했다.
‘이걸로라도 한번 분석해볼까?’
기대 반, 체념 반으로 채팅창을 열었다.
“내 이력서를 보고, 채용 담당자가 싫어할 만한 부분을 찾아줘.”
몇 초 후, AI는 답을 내놨다.
나는 천천히 그 분석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력서에 숫자가 부족합니다.
담당 업무만 나열되었으며, 기업이 원하는 ‘가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들의 연관성이 떨어져, 전문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blah blah-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적은 문장들은 너무 평범했다. ‘무엇을 했다’는 내용만 가득했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없었다. 성과가 빠진 이력서. 그러니까, 내가 해낸 일들이 아닌, 그냥 ‘했던 일들’만 적힌 이력서.
그래서 묻히는 거였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ChatGPT와 함께 내 이력서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31번째 불합격 알림이 오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