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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재 Aug 12. 2021

내맘대로 주식 쇼핑? 텔라닥 사고 애브비 샀더니...

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4편

토요일 아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불금을 보냈습니다. 14만 8000원으로 시작한 주식 투자가 이제는 34만 8000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텔라닥(0.28주) 5만원, 머크(0.56주) 5만원어치를 샀고 화이자에 추가로 1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입니다. 


24일(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주가를 확인한 순간 “와!!!!”라며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나왔습니다. 모더나(0.15주)가 폭발적으로 올라 누적 수익률이 53.44%를 기록한 것입니다. 추가 매수한 화이자(3.35주) 역시 3.13%의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투자 원금에 비해 2만 6000원이 올라 전체적으로 7.48%의 추가 수익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습니다. 텔라닥(0.28주)와 애브비(0.36주)가 각각 0.13%, 1.63% 빠졌기 때문입니다. 나름 큰 결심을 하고 추가 매수를 했는데 사자마자 주식이 하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격 의료 회사에 괜히 투자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애브비는 도대체 언제 오를까”라는 마음이 들어 답답했습니다.


그날 저녁, 애브비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본 이유입니다. 영상을 통해 2023년,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특허가 만료되면 휴미라의 바이오 시밀러(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개념)가 시장에 침투하면서 미국에서 휴미라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물론 애브비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린버크와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해왔기 때문에 휴미라 손실분이 만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유튜브를 시청한 이후 “휴미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란 이유로 애브비에 투자한 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좀 찾아보고 투자할 걸”이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주말을 지나 26일(월요일) 밤이 됐을 때 저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깜박 잊었다가 다시 청구한 보험금 덕분에 제게 종잣돈 50만원이 생긴 것입니다. 당장 아내를 향해 “앗싸, 주식 더 살 수 있겠다”라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주식을 사야겠다는 말을 뱉은 것은 제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내는 제게 “존슨앤존슨 주식 사는 건 어때?”라며 “배당금 탑텐(TOP10) 1위가 존슨앤존슨이고 2위가 애브비래, 미국 경제가 지금 호황이라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존슨앤존슨? 거기 엄청 큰 제약사지”라며 저는 존슨앤존슨의 최근 1년과 3년치의 주가 그래프를 봤습니다. 우상향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존슨앤존슨 10만원 어치 주식을 샀습니다. 이번에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애브비 5만원어치를 또 매수했습니다. 오르지 않았던, 그리고 악재가 있는 애브비를 제가 왜 샀을까요? 그날 만난 친한 친구가 “애브비가 좋은 회사 같다”라고 적극 추천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애브비의 임상 포트폴리오를 보면 미래가 밝은 회사다”라면서 주가가 낮을 때 애브비를 사라고 했습니다.


뒤늦게 후회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애브비 주식을 공부했을 때는 정작 주식 투자를 하지 않다가, 친구 한마디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 애브비를 추가 매수한 것입니다. 마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남의 말’을 믿고 주식 투자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기업 스터디(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부는 게을리하는데 재미를 느낀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매일 아침 주가를 확인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투자 원금은 벌써 50만원, 여윳돈은 35만원이었지만 주식을 더 사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놓친 ‘눈먼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 일하기 편한 환경 때문에 커피빈을 가긴 하는데 카페라떼가 너무 비싸, 무려 5200원이야, 대신 이디야를 가면 카페라떼가 3700원이니까 1500원이나 아낄 수 있어, 한달에 총 25일 카페를 간다고 치면 하루에 1500원을 아끼니까, 3만 7500원이네, 이 돈이면 미국 주식을 또 살 수 있어.”


하지만 아내는 웃으면서 “아니, 가끔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라며 “맨날 이디야 커피만 먹을 수 없잖아”라고 되물었습니다.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주식 투자가 흥미롭단 이유로 현재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28일(목요일) 오전 7시 40분, 미니스탁 앱을 켜서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투자원금 49만 8000원에서 약 2만 4천원이 오른 52만 2000원을 기록했습니다. 화이자, 모더나는 물론 존슨앤존슨 주가가 오른 덕이었습니다. 


잠에 들기 전 아내가 놀라운 한마디를 했습니다. “텔라닥, 실적 발표했던데? ”라고 말입니다. “뭐? 텔라닥이 실적 발표를 했다고? 그런 것도 몰랐네”라고 대답하자, 아내는 텔라닥 실적 관련 유튜브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피곤해서 잠에 들고 말았습니다. 


이튿날(목요일) 다시 주가를 확인했을 때 기분이 ‘떡상’했습니다.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 머크, 애브비 주가가 올라 3만 5000원의 수익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텔라닥은 유일하게 떨어진 주식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텔라닥과 애브비를 각각 5만원어치를 매수했습니다. 투자 원금은 59만 8000원이 됐습니다. 


30일(금요일) 아침엔 투자원금 59만 8000원에 비해 3만원이 올랐습니다. 어제보다 5000원 떨어졌지만 이는 모더나의 주가 상승률이 다소 저조한 탓이었습니다. 텔라닥 주가가 지지부진해서 무심코 점심밥을 먹으면서 아내가 예전에 보내준 유튜브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텔라닥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떨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추가 매수를 진행한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로 주식을 하고 공부를 게을리하다간 떡락(?)을 거듭하고 나중에 정말 깡통을 차는 것이 아닐까요?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만, 그나마 희망적인 사실은 ‘기분파’ 주식 투자자인 저를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바로 아내입니다. 앞으로, 아내 말을 더욱 잘 들어야겠습니다. 


[해당 원고는 8월 3일 팜뉴스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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