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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재 Aug 20. 2021

무~야호!!! 화이자로 주가 수익률 10% 돌파

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5편

아내의 추천으로 미국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60만원 이상의 종잣돈을 화이자, 모더나, 애브비 등 6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직전 아내를 향해 “호캉스하면서 미국 주식 워크샵을 여는 게 어때”라고 호기롭게 외친 이유입니다. 휴가 장소를 서울 인근의 ‘가성비’ 좋은 호텔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호텔에 짐을 푼 순간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푹신한 침대가 저희 부부를 반겼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TV에서는 도쿄 올림픽이 연일 방송 됐습니다.


“주가를 확인해야 되는데”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침대에 누워 계속 올림픽을 시청했습니다. 양궁, 배구, 탁구, 펜싱 등 꼭 챙겨봐야할 종목이 정말 많았습니다. 휴가 때만이라도 주식을 떠나 자유롭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돌아온 직후 매일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요일(3일) 투자원금(59만 8000원) 대비 약 2만 8000원의 수익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더나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동했습니다. 이튿날에도 모더나는 69.97%가 올랐습니다. 거친 표현이지만 “모더나 주식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5일 아침 8시, 출근한 아내가 카톡 메시지로 모더나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모더나의 호흡기 질환(RSV)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시간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가를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모더나(0.15주)가 무려 83.5% 상승한 덕에 4만 2000원의 수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6일 늦은 밤, 아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모더나 83% 올랐어!”라며 “내가 말했잖아 50%였을 때, 더 들어 갔어야 됐어”라고 말했습니다. 모더나 주식 투자원금은 고작 4만 8000원, 그 쌈짓돈이 7만원을 훌쩍 넘은 것입니다. 


아내가 보낸 정보가 사실이었습니다. 모더나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용 '메신저 리보핵산(mRNA)-1345' 백신이 FDA의 패스트트랙(신속심사) 지정을 받은 사실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FDA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약물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RSV 바이러스는 현재 백신이 전무한 전염병입니다.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모더나가 또 대박을 치겠다”는 나스닥 시장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 주가가 튀어 오른 것입니다.


10일, 퇴근 이후 아내와 돈가스 맛집으로 갔습니다. 돈가스 가격은 약 2만원, 이날은 바쁜 일정 탓에 주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모더나 올랐으니까 내 용돈으로 살게”라면서 호기를 부렸습니다. 물론 살짝 두려운 마음에 “그런데 주가 확인하고 다시 공동생활비로 해달라는 것은 아니겠지?”되물으면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돈가스를 먹은 이후 집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모더나(0.15주) 주가는 112% 올라 있었습니다. 모더나가 이끈 전체 투자 수익은 원금 대비 약 5만 5000원이 됐습니다. 그중 모더나 투자 수익이 4만 4000원을 차지했습니다. “모더나 만세”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모더나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화이자(3.35주)의 누적 수익률도 덩달아 13.18%를 기록했습니다. 화이자 투자원금은 15만 6000원. 약 2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사실, 화이자 주가도 여름 휴가를 전후로 계속 올랐습니다.


소액이지만 3주 전에 10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화이자 주가가 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입니다. 


화이자 주식이 상승한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국내외 언론과 외신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화이자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을 25%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른 백신 대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부스터샷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화이자 매출이 대폭 오른다는 점도 호재였습니다. 


이튿날(11일) 아침,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체 누적 수익률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원금에 비해 약 6만원의 추가 수익이 생겼습니다. 특히 화이자(3.35주) 주가 누적 수익률은 18.98%, 약 2만 9000원이었습니다. 애브비, 텔라닥헬스, 머크 등 다른 주식은 전부 떨어졌지만 그야말로 화이자, 모더나만 ‘떡상’한 것입니다. 


12일 목요일, 후배 기자가 전화를 걸어 “화이자 주식 많이 올랐어요?”라며 “여기저기서 화이자 주식 사라고 하던데”라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엄청 많이 올랐어”라고 대답하자, 후배는 “빨리 팔아요”라고 했습니다. 마치 한달 전의 저를 보는 듯해서 미소를 지으며 “주식은 파는 거 아니야 계속 사모으는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 팔아요. 시기 놓치면 수익도 없을 텐데...”라는 후배의 지적에 저는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만 팔고, 계속 사모아서 배당 받으려고, 미국은 배당을 4분기에 나눠서 하거든, 그래서 어떤 회사를 살지 공부하는 게 정말 중요해”라고 답했습니다. 


마치 한 달 만에 주식 전문가가 된 것처럼 우쭐대며 설명을 해줬습니다. 투자원금은 59만 8000원, 수익은 꼴랑 6만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훈수를 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카카오톡 미니스탁 계좌를 캡처해서 틈만 나면 자랑을 해댔습니다.


12일 늦은 밤, 아내가 주식 영상을 보면서 “실적은 잘 나왔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떨어지지”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저는 “실적이 너무 좋으면 오히려 기대 심리가 떨어져, 주가와 실적이 항상 비례하진 않아”라며 또 전문가 멘트를 슬며시 날렸습니다. 아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초보 주식 투자자인 저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분석치고는 꽤 그럴싸했기 때문입니다. 


잠들기 직전, 또 다시 15만원어치 미국 주식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아닌 존슨앤존슨과 머크였습니다.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존슨은 반세기 동안 배당액을 늘려온 배당 ‘왕족주’였고 머크 주식은 연일 제자리 걸음중이란 이유로 샀습니다.


“너무 오른 주식은 더 이상 사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철학이 작동했습니다. 저의 들뜨고 오만한 마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다음주에도, 한 달뒤에도 계속 이렇게 오르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해당원고는 17일자 의약학전문지 팜뉴스에 게재됐습니다.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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