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6편
임시공휴일은 평안히 보내셨나요? 17일, 기자간담회 참석을 위해 강원도 원주로 향했습니다. 달리는 KTX 열차에서 미니스탁 계좌를 열어 미국 주가를 확인한 순간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화이자(티커: PFE) 주식이 또 다시 정점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PFE는 티커명으로,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에 부여되는 특정 코드)
화이자 (3.35주) 주가 누적 수익률은 22.79%, 투자 원금 15만원에 비해 약 3만 5000원이 올랐습니다. 글로벌 빅파마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화이자의 대활약으로 지난주에 비해 전체 투자 원금에 비해 총 5만 8000원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경, 원주에서 동료 기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향했습니다. 넌지시 “혹시 주식 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이 말을 하고 스스로 상당히 놀랬는데 미국 주식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습니다. 동료 기자는 “국내 주식도 하고 미국 주식 투자도 해요. 돈을 좀 벌었어요”라고 말입니다.
그동안 주로 일 이야기를 나눠왔는데 갑자기 “돈을 벌었다”는 말에 저의 눈동자가 커졌습니다. “네? 미국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요?”라는 말에 동료는 “하하.. 조금 벌었어요. 3년 전부터 했는데 델타항공 등 항공주 위주로 많이 사서 모아놨어요”라고 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미니스탁 계좌를 보여주면서 “푼돈 6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수익이 조금 났어요”라고 말하자, 동료는 “원래 푼돈으로 시작해요. 저도 아메리카노 안 먹고 모아서 결혼 전에 미국 주식 계속 샀어요. 푼돈이 모여 1000만원이 됐어요, 푼돈 투자 잘하는 거에요. 무엇보다. 미국 주식은 배당을 받을 수 있어서 매력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을까요? 그날 오후 2시경, 카카오톡 메시지 창을 확인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투자, 최선재님 08/17, ABBV 애브비, USD 0.48, 세전배당입금’이란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애브비사(ABBV)의 0.48달러의 배당을 받은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지독하게 오르지 않던 애브비였습니다. 애브비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로 유명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제약사라고 불렸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수록 실망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날 배당을 받아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역시 미국 주식은 배당, 또 배당이네, 애브비 만세”라는 확신이 함께 들었습니다.
미국 주식 투자를 추천해준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야근하는 아내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빗소리를 들고 대뜸 “나 오늘 배당받았어 택시 타고와”라면서 호기롭게 5000원을 쐈습니다. 배당을 받았다고 아내에게 자랑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배당 50원 받고 택시비 5000원 주는 것 아냐 ㅜㅜㅋㅋㅋ”라고 은근슬쩍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0.41달러인데?”라면서 코웃음을 쳤습니다. 늦은 밤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위해 배당금으로 생색을 내고 싶었나 봅니다.
18일 아침에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미국 주식 투자 누적 수익률이 11.61%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화이자 모더나를 필두로 머크, 존슨앤존슨, 애브비 등 글로벌 빅파마 제약주들이 전부 상승세를 탔습니다. 누적 투자 수익은 8만 6000원. 19일과 20일에도 수익은 7만원대를 유지했습니다. 그야말로 ‘떡상주’를 보낸 것입니다.
20일 오후 오전 10시경, 애브비 배당금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 은행 통장을 아무리 찾아봐도 배당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투자증권에 전화해보니 상담원 통화 대기자는 15명이었습니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에게 “배당금이 어디에도 안 보이네”라고 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내가 “통장이 아니고 미니스탁에 있어”라며 배당금이 입금된 계좌를 찾아줬습니다.
확인 결과 배당액은 0.41달러였습니다. 애브비는 2월, 5월, 8월, 11월에 분기별 배당을 해왔습니다. 찾아보니, 배당락일(배당에 대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날) 2일 전까지는 주식이나 ETF를 매수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애브비 1주당 배당금은 1.3달러였고 저는 배당락일 전에 한화 5만원 어치, 즉 0.36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금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0.41달러를 수령한 이유입니다.
0.41 달러는 20일 현재 한화로 485원. 아뿔싸! 구체적인 환율을 확인하고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앞서 아내에게 택시비를 줄 때 어렴풋이 한국 돈으로 1000원이 안 될 것이란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500이 안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작 485원을 배당받았는데 마치 엄청난 수익을 취한 것처럼 아내에게 약 10배에 달하는 택시비를 쏜 것입니다.
바로 “겨우 485원 배당받고 5000원짜리 택시비를 준거네”라며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아내는 “몰랐어? ㅋㅋㅋ”라며 웃었습니다. “내가 환율을 잘 모르잖아, 정말 충격이다. 배당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뻔뻔한 척했지만 당장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배당주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말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환율을 모르고 배당액을 어림짐작했던 제 잘못이지, 배당주 투자 방식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의 오만함과 자신감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다시 주식 초짜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중심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해당 내용은 8월 23일자 팜뉴스에 게시된 원고 입니다(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