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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가 점차 늘어가는 40대

by Anna Mar 19. 2025

40대에 접어들면서 한 두 가닥이던 흰 머리카락이 

점점 더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맘을 먹고 

큰 거울 앞에 이마를 바짝 갖다 붙여 

족집게로 새로 올라온 흰 머리카락들을 뽑아내 정리하는 게 일이 되었다.


한 올에 백 원씩 거금을 들여 

아이들에게 흰 머리카락을 뽑게끔 시키기도 해 보았지만 

흰 머리카락이 여간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서 

한 달에 여러 번이나 큰 돈(?)을 쓰는 것이 쉬이 되지 않았고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릴 적, 

숱이 많고 짧은 단발의 파마머리를 한 

나의 엄마 머리카락을 뒤지며 

한 올 한 올 흰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엄마의 흰 머리카락을 많이 뽑으면서 

괜한 뿌듯함을 느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내가 엄마 말을 잘 안 들어서 

흰 머리카락이 많이 났다고 했으니 

죄책감도 함께 뽑아버리면서 속이 개운해졌던 기억도 있다. 


엄마의 머리는 숱이 많아서 흰 머리카락을 뽑아내도 

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고, 

흰 머리카락이 눈에서 안보일때마다 

나이가 많던 엄마가 

좀 더 어려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내심 기쁘기도 했다. 


우리 엄마는 항상 

젊고 예쁘고 건강하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엄마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씩 깊어지는 것도 싫었지만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흰머리는 뽑아내면 뽑아낼수록

엄마의 나이를 조금씩 줄여주는 것 같았다. 


엄마가 화장을 할 때면 

입술은 좀 더 진하게 바르고 

파운데이션을 좀 더 티가 나게 발라줬으면 하고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는 했다. 


딸 셋을 키우느라 

생활에 바쁜 엄마는 화장을 곱게 하라는 

내 말이 귀찮을 법도 했지만, 


화장대 앞에서 나의 잔소리를 

기쁘게 받아들여 입술을 한 번 더 칠해주고 

나의 눈을 바라보며 “이젠 됐지?“ 하면서 

허락(?)을 받고 화장을 마무리하고는 했다. 


엄마가 40대나 50대였을 무렵, 

흰 머리카락을 뽑을 때 

엄마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많은 것도 흰머리가 많은 것도 

얼굴에 주름이 진 것도 안타까웠다. 

나는 나이가 들면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 나이가 지금 43살인데 

자연스럽게 주름도 많고 흰머리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손가락 마디가 굵어진 것도 눈에 띈다. 


10년 전에 꼈던 반지도 맞지 않고 

매니큐어를 발라도 어울리지않는다. 


예전의 곱던 손이 아니어서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오래 전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 같은 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눈가의 주름이 어쩐지 자랑스럽기도 하고 

흰머리야 뽑으면 되지... 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시 20대로 30대로 돌아갈 수 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대답해 줄 것 같다. 


내가 예전에 엄마의 얼굴과 흰머리를 보면서 

늙고 싶지 않다고 강렬하게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날 만큼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친해졌던 지인이 

눈가 주름이 많다며 보톡스를 맞아보라 

권하기를 여러차례 하였다.


진지하게 나의 눈가 주름이 신경 쓰였다면 

주름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많이 연구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 한 해 주름이 더 늘어갈수록, 

내 얼굴 내 손이 

내 머리카락이 

나이들어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향긋한 커피 내음에 내 오감의 설레임을 느끼는 것,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이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 않고 

긍정적인 이야기 들을 할 수 있는 것, 

부족했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다시 좋은 생각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 

책을 읽으면서 텅 비었던 

내 속의 공간이 꽉참을 느끼는 것 등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보니 

여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려 놓을 수 있는 것은 내려놓고 

한정적인 시간을 잘 활용해서 

이 세상 사는 동안 

좀 더 풍만한 삶을 살자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나이가 들고 흰머리가 점차 많아진다는 것이란.......?


내가 원하는 풍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젊고 아름다운 외모도 좋겠지만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내일도 

같은 물음에 같은 답을 할수 밖에 없다. 

다시 20대, 30대의 

젊고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시겠어요? 


아니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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