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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어디까지 가봤니

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19

by 현캐빈

안녕하세요, 캐빈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금융이야기로 찾아뵙는 것 같은데요, 그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이 인사는 1월 말에 한 번 더 드리겠습니다 ㅎㅎ


(안 그런 적이 있었겠냐만은) 요즘에는 더욱 뒤숭숭하죠? 캐빈은 많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정말 경제 위기입니다.


특히, 요즘 시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제 지표가 있는데요. 바로 환율입니다. 각 나라의 통화로 바꿀 때 정해지는 비율로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환율이자, 환율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바로 원-달러 환율이죠. 1달러를 얼마의 원화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사실 환율에 대한 감을 못 잡았던 저는 환율을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달러를 금이나 배추, 휘발유 같은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달러라는 물건을 돈 주고 살 때의 시장가격으로 생각하면 좀 이해가 쉽더라고요. '환율이 오른다'는 결국 달러가 비싸진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12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1달러가 이제는 1500원이나 주고 사야 한다는 의미죠.


달러가 비싸지는 이유, 즉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쉽게 생각해 달러의 수요가 올라가거나 공급이 줄어들 경우 발생합니다. 달러를 발행하는 나라는 미국이죠. 즉 미국에서 긴축정책을 일으켜 달러의 통화량을 줄인다면 달러 환율은 오르게 됩니다.


환율이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달러로 교환하려는 화폐의 가치(우리나라로 치면 원화겠죠)가 줄어들 때 발생합니다. 최근에 환율이 오르는 케이스가 바로 이런 경우죠. 국내정세가 어수선해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금융 상황에 빨간불이 켜지니, 자연스럽게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죠.


오늘 캐빈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환율이 높았을 때,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일들이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1. IMF 구제금융 시기 (1달러 = 1995원)


역사상 가장 높은 환율을 기록한 때이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었던 시절.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수많은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할뿐더러,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바로 그 이야기.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입니다. 이 때는 정말 국내에 달러가 없었을(全無) 지경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쇼크처럼 단기간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달러의 가치는 하늘 모르고 치솟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정말 밤을 새워도 모자라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우선 그 해,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외환위기가 발생합니다. 미국에서 동남아시아에 투자했던 금융사들이 환율 차익을 얻고자 대량의 달러를 회수하기 시작했고, 이는 외환을 많이 빌렸던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턱대고 외채를 빌려 투자했고,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적인 경제구조 역시 미국의 통화 정책이나 수출입 정책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채의 만기가 다가오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빠져나가고, 미국서 한국 상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 버리자 나라도, 기업도 모두 달러가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의 허상에 취해있었지만 취약한 내수와 경제 체질이 드러나자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들었습니다. 기업은 줄도산하고, 실업자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시기, 환율은 장중 2000원까지 돌파하는 등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했던 초고환율을 기록했습니다.



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1달러 ≒ 1600원)


제목에서 사태 빼고는 전부 영어라 확 와닿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 말만큼은 많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말을 한글로 풀어내면 생각보다 쉽게 해석이 되는데요. 모기지는 Mortgage, 즉 주택담보대출을 일컫습니다. 서브프라임은 신용등급 분류상 우량 고객인 프라임(Prime) 고객과 대비되는 의미로 Sub-를 붙여 비우량 고객을 뜻하고요. 요컨대, 비우량 고객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해 자초한 위기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다시금 호황에 접어듭니다. 미국 연준(Fed)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단행하자 바로 대출이 늘고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이죠.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기 시작했고요. 어차피 부동산 가격은 오를 거니까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비해 이자는 그야말로 껌값으로 보였겠죠. 은행 등 금융기관 역시 높은 이자수익에 취해 대출을 남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주택담보대출만 늘어났다면 문제는 이 정도까지 심각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부동산 광풍에 한몫 단단히 쥐어야겠다 생각한 금융사들은 대출 만기까지의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정말 끔찍한 혼종이 탄생했는데요, 바로 파생상품입니다. 우량한 종목 몇 개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친 후, 실제 고수익이지만 위험률이 높은 채권을 끼워 넣어 증권(ABS)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분란의 씨앗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금융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됩니다. 집을 살 사람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집값은 떨어지게 되고 당장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서브프라임 고객들부터 파산을 맞게 되는데요. 마치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카드 사태와 양상이 몹시 비슷하죠? IMF에서 벗어난 기쁨이 '내수 진작'이라는 명분 아래 무분별한 소비와 신용카드 발급 남발로 귀결됐는데요. 결국 IMF 위기로부터 불과 10년도 안돼 다시금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린 카드 대란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몹시 비슷한 양상이죠?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영향으로 1000원 아래 있던 원-달러 환율은 또 한 번 급등세를 맞아 2009년 1600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시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지금의 높은 환율도 차츰 안정세로 접어든다면, 그건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다고 봐도 되겠죠? 오늘 캐빈이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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