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나를 괴롭힌 게 아니라, 지켜준 것이었다
이 글은,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처음 마음을 낸 날 써내려간 글이다.
마음 한 구석에만 두었던 감정을 꺼낸 글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글이 나를 브런치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오늘 아침 단호박 하나를 쪘다. 4등분을 했고 접시에 담고 식혀두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나가기 전에 한 개 먹고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 단호박을, 굳이 손으로 으깨서 먹더니 쟁반에는 남은 3 조각사이에 으스러진 잔해들을 마주하는 순간 속에서 갑자기 뭔가가 훅 끓어올랐다.
“대체 왜 저렇게 먹지?
누가 그걸 먹기 좋게 준비해줬다는 건 생각도 안 하나?”
정말 혼잣말로 있는 화를 내고 보니 그리고 식탁에 앉아 비타민쥬스를 마시면서 잠시 머무르다보니
방금전 냈던 그 화를 바라보게되었다.. 문득 알아챘다
나는 지금 상황에만 화난 게 아니었다.
그 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정의 결이었다.
무시당하는 느낌, 존중받지 못했다는 서운함,
어릴 적부터 쌓인 수치심과 자괴감. 그 모든 게 한순간에 튀어나온 거였다.
단호박 하나가 문제인 게 아니었다.
“왜 나는 늘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예민한가”가 아니라
“나는 왜 이런 상황에서 오래된 감정들이 다시 솟구치는가”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나는 이제 안다. 그 감정들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게 아니었다.
나를 지키고자 수없이 몸부림쳤던 신호들이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존중받고 싶어서, 애써 꾹꾹 눌러 담아왔던 내 감정들이
이제야 조용히 손을 흔든 거였다.
혹시, 당신도 그런 적 있지 않나요?
사소한 상황 앞에서 유독 욱하고,
너무 서럽고, 이유 없이 속상한 날들.
그 감정, 당신이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닐지도 몰라요.
당신을 지키고자 오래 기다려온 마음이었을 수도 있어요.
완치는 없지만, 이젠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간다.
전엔 하루를 앓던 감정이 지금은 10분 만에 흘러가기도 한다.
앎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나를 지켜준 감정들과 조용히 나란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