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라 스트라다(La Strada)

by 최지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할 때 봤을 턱도 없지만

명작이어서 찾아본 것도 아닌

아마도 명절날인지.. 방학이었는지..


광주 집에 갔을 때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티브이 채널을 돌려보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흑백의 화면만큼이나

우울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

왜 그렇게도 눈을 떼기가 힘들었는지

그렇다고

‘에잇, 다른 재미난 거나 보자’라는 맘이 들지도 않았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어디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궁금함과 더불어

그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나에게

그렇게 숨 가쁘지도 어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떠돌이 차력사인 잠파노, 앤소니 퀸의 얼굴을 아는 분덜은 아시겠지만

그는 뭔가 음탕하면서도 짐승 같은 동물적인 냄새가 나는 인물이었다..

실제 감독의 아내였다고 하는 줄리에타 마시나가 분한

젤소미나는 언뜻 보면 기괴하리만치 몸집이 작아

난쟁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순진하고 한 없이 천진한 얼굴에서 나는 언뜻, 언뜻 천사를 보는 듯했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젤소미나를 학대하는 잠파노를 보면서 누군가 젤소미나를 구해주기를, 젤소미나에게 잘해주면서 잠파노를 간질간질 약 올려대는 젤소미나만큼이나 부족한 듯 보이는 마토가 차라리 젤소미나를 데리고 가벼렸으면...

그가 저 불쌍한 여인을 구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마토는 잠파노에게 죽임을 당하고,

잠파노는 그의 죽음을 숨기고

젤소미나를 데리고 어느 성당으로 들어간다.

그 성당에서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한 수녀님들의

아마도.. 촛대와 접시였던 것 같은데...

재산을 훔치려는 잠파노를 보면서

그동안의 성적, 물리적 학대와 정신적 학대에도 불구하고 잠파노 곁을 한 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녀... 젤소미나가 드디어 떠나기 시작한다.

그녀가 정신을 아주 놔 버린 것이다.


젤소미나는 사람들에게 잠파노가 마토를 죽인 사실을 감추질 못한다.

정신을 잃은 채 웅얼웅얼 마토의 죽음을 알리고..

잠파노는 그런 병든 젤소미나를 버리고 도망가 버린다.

마찬가지로 오갈 데 없고, 인생 막장까지,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밑바닥까지 내려간 잠파노에게

젤소미나와 같은 존재는 차라리 안식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안식처도

자신이 살인자로 밝혀져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이겨낼 만큼 소중하진 않았다.

여전히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고

여전히 짐승 같은 육체를 갖고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는

그러나 늙고 지친 잠파노는 빨래를 널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인을 따라간다..

젤소미나가 부르던 노래였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던 노래였다.

빨래를 널던 젊은 아낙은

마을에 흘러들어온 미친 여자가 부르던 노래였다고 알려준다.

그녀의 행방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미 죽었다는 대답이었다.

그 마지막까지

나는 잠파노와 젤소미나의 회후를 기다렸던 것일까?

아니,

젤소미나를 두고 떠난 잠파노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잠파노는 젤소미나 옆에 없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해가 저무는 바닷 넓은 모래사장 위에..


잠파노가 누워있다.


화면은 그런 잠파노를 멀리 잡고 있었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잠파노의 짐승 같은 널따란 어깨의 출렁임이다.


흐느끼고 있다.


그는 왜 흐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를 보면서


나는 왜 그렇게 눈물이 흘렀던 것일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의 제목을 몰랐었다.


라 스트라다(La Strada)


길이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리쌍의 길성준이 아니다..ㅋㅋ)


나는 이 영화를 종교영화라고 봤다.


육욕과 탐욕 그리고 죄악, 죄 씻음, 구원

이런 단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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