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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만의 공부 방법 - 2013.11.29.

소개하고 싶은 것

   나만의 공부 방법을 쓰기에 앞서 우리가 말하는 것을 잠시 생각해 보겠다. 우리가 하루에도 말할 때 쓰이는 단어들은 참 많다. 그 단어들을 어떻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단어들을 일일이 수십 번씩 쓰면서 외운 후에 말로 구사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쓰는 것도 해야 되겠지만, 쓰기에 앞서 많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듣는 것은 참 중요하다. 영유아기 때 우리가 말을 배울 때면 보통 듣고 말하고 쓰는 순이었다. 그런데, 공부할 때는 이 순서가 조금씩 변형되어 쓰고-듣고-말하고, 혹은 듣고-쓰고-말하고의 순서로 많이들 하는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공부할 때 나도 책을 보고 써가면서 익히고 외우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너무 힘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글씨를 쓰는 게 불편해서 두 세배 정도 시간이 더 걸렸고, 무엇보다 들이는 시간에 비해 실제로 학습되는 양이 적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나만의 공부 방법>이 소리 내서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번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더 읽을 때는 녹음을 했다. 이렇게 녹음한 것을 밥 먹을 때도, 잠자기 전에도, 언제 어디서나 들으려고 했다.


   처음엔 내가 공부하는 것을 녹음할 때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모르겠다. 어느 누구한테 들려줄 것도 아닌데 너무 긴장돼서 녹음을 연이어하지 못하고 하다 말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녹음이 다 되어서 내가 들어봤을 때는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게 왜 그렇게 민망하던지... 혼자 듣는데도 민망함에 다 듣지 못하고 중간에 껐던 적도 많았다.


   사실, 오로지 나한테 능률적인 공부방법인 것 같아서 녹음하는 걸 선택한 건 아니었다. 나는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어려서부터 발음이 부정확했고, 커가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발음이 완전히 정확해지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공부해야 되는 것을 스스로 읽어서 녹음을 하게 되면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애쓰지 않을까... 자꾸 연습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발음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글씨를 쓰면서 공부를 해 나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공부할 게 있을 때마다 스스로 읽어서 녹음해 보자는 다짐을 했다.


   처음엔 스스로 읽어서 녹음하고 듣는 게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이것도 자꾸 반복하고 연습하니까 처음보다는 어색함과 민망함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공부할 때 시간이 절약되고, 글씨를 쓰면서 공부할 때보다 피곤함도 덜 한 것 같았다. 걸을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공부해야 되는 것을 녹음한 걸 듣다 보니 자투리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습해야 되는 것을 정리해서 스스로 읽고 녹음한 것을 들으며 공부하는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효율적인 공부방법으로 적용되는 건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처음 접하는 말들은 많이 들어야 말로 내뱉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처럼, 공부할 때도 손으로 직접 쓰기 이전에 많이 말하고 들은 후 쓰기를 하게 되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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