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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 Oct 20. 2021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할까?

<환승연애>, 그 미묘함

친구의 전 연인이 내 친구를 차고 바로 다른 애인으로 갈아탔다.

그 얘기를 들은 대부분은 아마 이렇게 반응할 테다.

"뭐? 환승이라니 그 XX 미친 거 아니야?"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TVING <환승연애>는 프로그램 콘셉트를 오픈하자마자 화제를 끌어모았다. X와 같은 하우스에 동거하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다니! 유교걸과 유교보이의 나라에서 이 무슨 파격적인 콘셉트이란 말인가.


하지만 까놓고 보니 그 매운맛이 다가 아니었다는 사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은 누가 누구를 최종 선택할지, 자신이 미는 커플이 성사될 수 있을지 과몰입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출연진과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기존 계획보다 회차를 늘려 편성할 만큼 <환승연애>는 많은 사람들에게 웰메이드작으로 인정받으며 호평을 샀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 소위 '썸프로' 중에 <환승연애>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 미묘함에 있다. X와 새로운 사람, 이별과 썸, 끝과 시작. 정반대에 있는 것들이 한데 모인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원하고, 누군가는 X와의 재결합을 원한다.


분명 처음엔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막상 하우스에 들어와 보니 X가 신경 쓰인다.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나가는 모습에서, 즐거워하는 그 모습에서 씁쓸함과 질투심이 올라온다. X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내 X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문자를 마주하게 되면 미묘한 감정이 고개를 든다. 분명히 다 끝난 사이인데도, X 앞에서 새로운 이성과 잘 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은근히 껄끄럽다.


그 미묘함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미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나라면 어떨까? 내 X와의 끝은 어떤 모습이었지? 이게 X를 향한 미련인지, 아니면 사랑인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방송 초반, 출연자들은 서로의 X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아슬아슬한 하우스 생활을 이어간다. 누가 누구의 X일까? 누가 누구와 가장 잘 어울리나. 누구와 누가 이어질까. 각종 궁금증이 난무한다. 자연스레 몰입도는 높아지고, 시청자들은 그 결말을 향한 여정에 기꺼이 동참한다.


출연진들은 알면서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척. 마음이 남아있지 않은 척.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내 X가 나를 소개한 설명서를 직접 읽으며 그와의 추억이 자연스레 상기된다. 내 X를 궁금해하는 사람과 익명으로 채팅을 하고, 매일 나의 X가 나를 선택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만약 어제는 내 X가 나를 선택했는데, 오늘은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은 마음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사건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연애사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연애. <환승연애>는 우리의 추억을 톡톡 건드리며 '과몰입러'로 만들었다.


특히 장수커플이었던 보현과 호민 커플의 서사는 'CC시절부터 취준생까지 보통 사람들의 현실 연애'로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며 프로그램 입덕 요정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로지 <환승연애>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의 두 번째 이별 장면은, 마치 '내가 이별당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코코와 민재의 하이틴 서사와 각 커플의 현실적인 이별 사유들이 공감을 샀다. 시청자들은 그 서사와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며 출연진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환승연애>가 단순히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 아닌, 청춘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환승연애>에선 아무것도 속단할 수 없다. 감정의 화살표는 요동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은 또 다를 것이다.


새로운 사랑을 잡고자 하는 자는 X와의 추억을 이길 수단을 찾아야 하고, 다른 이성으로부터 자신의 X를 되찾아야 하는 사람은 둘만의 추억을 무기로 X를 흔들어놓는다.


이 프로그램은 갈팡질팡 흔들리는 마음에 옳고 그름을 매기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연애 과도기에 있는 10명의 출연진들은 X를 향한 미련과 새로운 사람에게 느끼는 설렘 사이에서 진짜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들여다본다. 그 솔직한 감정에 시청자들은 때로는 공감하기도, 때로는 응원하기도, 때로는 비난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의 감정은 자로 재듯 재단할 수 없고,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환승연애>가 보여주는 사랑과 마음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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