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읽고 나서 이 서신을 보낸다네
안녕하세요, 10월의 퐁당연휴도 잘 보내셨나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어느새 지나가고, 가을이 오려나 싶었는데 정신없는 연휴로 다 흘려보낸 것 같아요. 이제 2024년이 3개월도 안 남았다니요.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가요.
연초에 다짐했던 새해 목표는 이루셨나요? 난 뭘 한게 없는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내년을 도모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문우도 있을텐데요. 사실 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떤건 이루기도, 어떤건 엄두도 못 냈답니다.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갑자기 '행복이란 무엇일까? 난 행복할까? 행복한 사람일까?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들에 도움이 될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어서 들고 왔어요.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님이 집필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행복의 기준, 영향, 원인 등을 크게 바꿔준 아주 고마운 책이라 들고 왔어요. 책의 초반에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맞아요. 누가 '우울해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뭐라고 쉽게 답하나요? '우울한 생각을 하지마.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 책을 읽고 전 엄마에게 통화를 걸어봤습니다. 제 어머니는 아주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평범한 환갑이 된 여성이랍니다.
"엄마,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어보니,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해.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 많이 해야지."라고 답합니다. 아마 우린 오랫동안 우리의 행복은 생각하기에 달려있으니 너의 머릿속이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행복이란 아주 단순한 놈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행복감, 만족감, 쾌감이란 걸 느낄 때는 어떤 때죠?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배부르게 먹었을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할 때, 언 손을 따뜻한 난로 앞에서 녹일 때, 따뜻한 물로 목욕을 개운하게 했을 때 등 우리는 '와~'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풀어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이럴 때 만족감을 느낄까요? 인간은 애초에 동물, 그것도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음식을 매일 먹어야 살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성관계를 해야 종족을 번식할 수 있죠. 또한 우리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가족과 원만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홀로 고독하게 있는 것이 행복했다면 그런 개체는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혼자서 행복하게 살다 자식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개인의 행복이 동물적 생존 본능에 의해 설계되었다면,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요? 어떤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까요? 책에서는 개인의 가치와 감정이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하는 문화를 가진 사회가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북유럽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도 건강한 개인주의가 가장 꽃 피운 나라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복지가 훌륭하고,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불평등도 덜하면 물론 좋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엄청나게 발전해왔지만 개인의 행복은 왜 나란히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이 책을 10월 중순에 들고 온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네요. 연말이 어느새 바로 뒤에 다가와 우리의 어깨를 톡톡 치며 부르고 있을 때, 고개를 돌리려는 그순간이 10월, 11월 아니겠어요? 그럴때 우리는 연말을 향해 인사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서 속으로는 '지금까지 뭐했냐'라는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있잖아요. 우리 문우님들은 불안해하지 않기로 하죠. 행복의 기원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난 영화를 보고,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로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면서 연말을 맞이해요. 행복이 어디에 따로 있고, 인생이란 그리 거창한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질문)
이 책을 읽으면서 문우들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딱 2개만 물어볼게요.
1. 한국이 경제 성장과 더불어 행복 성장은 그만큼 하지 못했단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가장 큰 원인으로 '남과 비교하기', 그리고 이에 비롯된 '사회적 평균, 정답'에 맞춰 사려는 가치관이 자주 언급됩니다. 여러분은 개인적으로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참고로 전 제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 및 SNS 어플을 모두 지운 것에서 시작했답니다.
2. 남들은 알지 못하는 여러분만의 아주 개인적인 행복 요소가 있나요? 소확행이라 부를 수도 있겠죠. 아주아주 개인적인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전 세탁소를 지나갈 때 맡아지는 다리미 증기 냄새를 아주 좋아하고요, 시럽을 갓 뿌린 따뜻한 팬케이크의 첫 한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절로 행복해져요.
위 질문에 대해 저에게만 알려주고 싶다면 메일리 쪽지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그 내용을 다른 문우들에게 공유해도 좋을지도 알려주세요. 문우들의 회신을 모아서 다음 뉴스레터에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https://maily.so/bookfriends/posts/g1o43qk6z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