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고 쓰다.
사람은 자기가 느낀 것의 대부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가 겪은 사건, 감정 등을 당시의 느낌 그대로 살려서 종이에 옮길 수 있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다가 올리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석양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을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데 나의 형편없는 글 솜씨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가 없다. 사진은 잘만 찍으면 글보다는 괜찮은 표현 방법일 테니 글보단 '감성 사진'에 집중한다. 결국 어설픈 글들은 사진에 밀리고 영상에 밀려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비유로 가득 차 있는 여행 산문집을 읽으면 ‘느낀 바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음’에 오는 일종의 갈증 비스름한 것이 해소가 된다. 나는 글을 쓰다 보면 경험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꾸며낸 글은 금방 티가 나고, 결국 무슨 말을 할지 모른 채 주절거리다가 마무리된다. 나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려면 주워들은 것이라도 어떻게 다듬어야 할 테지만, 아쉽게도 그런 능력은 내게서 찾을 수 없었다. 항상 뭔가에 대해 공부를 하고, 또 직접 부딪혀보면 그제야 글자며 비유 같은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여행지를 가도 얻어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직업병에 걸린 사람들이 무엇을 봐도 자기 직업과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것처럼, 개인의 삶이라는 각각의 프리즘에 통과하는 여행지의 모습은 각기 다른 빛깔로 여행자의 구석구석을 비출 것이다. 작가의 글들은 모두 그런 느낌이었다. 양파 볶는 냄새, 분홍색과 주황색, 목덜미에 있는 문신 같은 사소하지만 한 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들이 작가의 경험과 시인의 감성으로 버무려져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만한 것들에 대해 관심의 눈길을 주고 다시 한번 돌아보는 행동은 이런 따뜻한 글을 내기 위한 준비과정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물론 사건도 글의 비중을 많이 차지하겠지만은, 거기에서 비롯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난 감정에 대해서 글을 쓰면 그 속의 단어들이 직접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외로움을 표현할 때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외롭다’라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의 출발은 상황에서 나온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외롭다는 말을 보고 느낀 것과 보낸 사람이 겪은 외로움의 크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나 풍경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아무래도 나의 말과 글의 삭막함이 가시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행동들이 결국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사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감정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두고 대처한다면 마음의 여유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모두에게는 쉬어갈 곳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시간, 푹 젖어 있는 마음을 말리거나 세상의 어지러운 속도를 잠시 꼭 잡아메두기 위해서는 그래야 합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어느 시간의 모퉁이에서 잠시만이라도 앉아있을 수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천국 별거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