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를 좋아하세요...

김하람의 "꽈슐랭가이드"를 읽고 쓰다

by A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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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에 고생하며 무거운 과제를 지고 허덕이는 대학생이여, 모두 애플파이 말고 꽈배기 가게로 가라.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이다. 간식 하나로 아마 편히 쉬지는 못할 테지만, 갓 나온 꽈배기를 물고 있는 그 순간은 아마 다르지 않을까. 문득 꽈배기를 처음 먹은 순간이 떠오른다. 의정부 시장에서 거의 한평생 일하신 할머니가 자주 가는 단골 가게에서 나는 이 간식을 처음 볼 수 있었다. 좌판에 나물을 깔고 흥정을 벌이는 다른 할머니들 사이에서 설탕을 잔뜩 묻힌 기름진 꽈배기를 물고, 지금은 사람이 다니는 도로 위를 건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식(食)에 관한 인간의 기억이 이렇게 기름 자국같이 진하고 선명하다.



대학 전공수업의 같은 조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이 책의 작가님은 ‘가까운 낯섦’과 ‘기록되지 않는 익숙함’을 향한 물음표로 책을 쓰기 시작했고, 주제로는 특이하게 꽈배기를 고르셨다. 많고 많은 음식 중에 왜 하필 꽈배기였을까. 표지는 산뜻하면서도 한눈에 띄는 노란색에 제목도 없이 꽈배기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있었는데, 티 없이 완벽한 ‘누끼 따기’(?)에서 당시 작가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의 구성 역시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 직접 방문한 여러 가게의 꽈배기에 관한 리뷰와 별점, 그리고 소소한 인터뷰와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구라도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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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책에서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꽈배기를 사 먹는 일이 삶의 낙이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내게도 꽈배기 같은 음식이 있다. 몇 년 전에 재수하면서 거의 매주 먹던 6,000원짜리 닭강정이다. 귀갓길에 있던 그 동네 가게는 서울 대비 푸짐한 양과 가격으로 승부를 봤다.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던 시절이라 고생했었기에, 닭강정 먹는 버릇은 아직도 남아있다. 다만, 음식에 대한 애정은 필연적으로 식는다. 당장 그 시절에 메뉴 한 놈만 팬다는 재수 메이트는 이제 혈당 관리한다며 식단을 짜고 샐러드 집에 눈을 돌리는 중이니 말이다. 이렇듯 시간은 마치 갓 튀겨내서 뜨겁던 마음도 미지근하게 만든다.



이는 비단 음식뿐만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하나뿐인 목표를 위해 긴 시간을 보내고, 정작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열정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했다. 그 시간 동안은 하나의 목표만 보이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생의 분기점에서 하나가 떠나면 또 다른 무언가가 오고, 차갑게 굳어가는 마음은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힘을 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 역시 이미 식어버린 꽈배기 조각을 다른 이에게 맡겨두고 새로운 조각을 따르려 한다.



근데 과도한 꽈배기 섭취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는 주의해야 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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