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고 쓰다.
이번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 영화제에서는 네 가지 영화가 각축전을 벌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그리고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영화제의 여러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되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갱스터 영화계의 대부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마찬가지로 연기의 신들인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조 페시와 함께 노장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조커'의 주연이었던 호아킨 피닉스는 과거 같은 역할의 다른 배우들을 압도하는 열연을 펼쳤으며,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번에도 특유의 '타란티노 스타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가 있다. 이 영화는 이제 막 시작된 신혼 생활의 달콤함이나 애틋한 노부부의 시선을 그리지 않는다. 영화는 어느 부부의 이혼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뉴욕의 유능한 연극 감독인 남편 찰리와 LA에서 주목받은 유명한 배우인 아내 니콜이 이혼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결혼 이야기'는, 러닝 타임 내내 양육권 문제와 재산 분할 등의 문제들로 지저분한 법적 공방과 다툼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독백 장면이다. 아내 니콜은 LA에서 주목받던 배우였지만 찰리를 만나 연애를 이어가다 마침내 결혼하고, 뉴욕에 가서 살게 된다. 처음에는 LA에서도 연기 생활을 이어가며 살 줄 알았던 니콜은, 이내 아이를 낳고 찰리의 극단 생활에도 합류하게 되면서 점점 뉴욕 생활이 길어지게 된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생겼다. 독선적인 면이 있던 찰리는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갈등을 겪게 되고, 니콜은 그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혼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그녀는 LA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바로 여기서 니콜의 결혼 생활에 대한 독백 장면이 나온다. 니콜은 찰리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감정을 담아 노라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출연료를 극단 예산으로 쓰자고 말하는 찰리, 자기 몰래 극단의 무대 감독과 잠자리를 가진 찰리, 자신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남편 찰리에게 아내 니콜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고 노라에게 고백한다.
그렇게 이혼을 위한 법정 싸움이 시작되고, 찰리 역시 LA에서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두 사람은 각자 변호사를 대동한 채로 만나 첫 조정을 한다. 하지만 찰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임 비용을 받는 변호사가 자신의 양육권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내 생각을 바꿔 다른 사람을 고용하고 치열하게 공방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아까운 돈, 시간, 그리고 감정을 소비하는데 지칠뿐더러, 변호사들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그저 단순한 비즈니스임을 깨닫게 된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 모든 합의를 이끌어내고 끝내려고 한다. 찰리와 니콜은 여기서 각자의 변호사 없이 길고 치열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설전을 벌인다.
영화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도대체 왜 감독은 이혼을 다루는 영화에 '결혼 이야기'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니콜과 찰리는 이혼을 결심하고 나서도 아이 앞에서는 여전히 엄마와 아빠로서 존재했다. 서로에게 마음이 떠나도 아이 옆에 나란히 누워서 책을 읽어주고, 핼러윈을 보낸다. 일종의 아이러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에서 사소한 것까지 트집 잡으며 싸우다가도 집에 가서는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결혼 이야기는 그 모든 과정들까지도 포함한 것이었고, 이혼은 다만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조그마한 마침표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