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레슨을 받다 보면 강사들로부터 힘을 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아이러니하죠.
본래 운동은 힘을 줘야 하는 일인데, 힘을 빼라니요.
말인즉슨, 힘을 쓰되 과도하지 않고, 적당하고 부드럽게 또 임팩트 있게 주라는 뜻이겠지요.
젊은 시절엔,
뭘 하든 긴장한 채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맡은 일을 실수 없이, 그것도 빠르게,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죠.
인생의 상승을 위해 이런 마음은 필연적이고, 또 그래야만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비행기는 이륙과 그 직후 급격하게 고도를 올릴 때 연료의 15~30% 정도를 소진한다고 합니다. 전체 비행거리를 생각하면 이륙과 상승은 아주 짧은 구간인데, 그에 비해 에너지 소모율은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구간인 거죠.
이처럼 이륙을 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 후에야 마침내 비행기는 순항을 이어갑니다. 고도를 올린 후 순항으로 접어들면 착륙하기 전까지의 연료 소모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엔 상승을 위해 에너지를 힘차게 쏟아냈다면, 오십을 넘은 중년이 된 지금은 적당히 힘을 빼고 기류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항을 할 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힘을 억지로 빼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은 차츰 떨어지니까, 자연스레 힘이 빠져나가더군요.)
여기서 힘을 빼거나, 힘이 빠진다는 의미는 체력이 점점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고, 의욕이나 욕심 역시 서서히 줄어드는 걸 말하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달린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게 됩니다. 또 뭔가를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거나, 이루어야겠다는 의욕도 사라져 갑니다.
젊은 시절과 달리, 실수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는 ‘아니면 말고’ 식의 마음도 생기게 되고요.
아마도 내 안의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몸도 마음도 버겁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보수적이며 방어적으로 변한 탓인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를 처음 접했을 땐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점점 심신이 힘들어지는 걸 알게 되면서, 스스로가 예전 같지 않음을, 이미 꺾어진 나이란 걸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가만히 보니 늙고 죽어가는 일은 힘이 빠져나가거나 혹은 힘을 빼는 과정인 것 같더군요.
힘이 빠지고 보니 아쉬움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더군요. 힘을 빼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고요.
제 경우엔 체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몸에 대한 위험요소들을 하나씩 줄여나가게 되고, 세상에 대한 관용과 겸손을 비로소 배울 수가 있더군요.
또 의욕이나 욕심을 줄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여유가 생겨 나고, 타인과 주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베푸는 마음도 생기고요.
이젠 내 안의 집착과 욕심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게 느껴지는군요. 줄어든 집착과 욕심만큼 삶은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또 머릿속이 예전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어렵고 복잡한 것에는 거부감이 앞서 옵니다.
깊이 생각하기보단 경험에 따라 직관적으로 느끼려고 하는 편입니다.
주어진 삶을 되도록 가볍고 단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기억도, 머리카락도, 시력도, 기운도 서서히 빠지고 있지만,
반면에 욕심과 집착도 빠져나가며 마음이 한결 가벼운 느낌입니다.
마치 가을 단풍이 떨어지듯
내 안의 고집도 서서히 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