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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환 Oct 25. 2022

국악인에서 배우로…"다른 삶 살아가는 연기 매력"

경남배우열전 (13) 거제 극단 예도 하미연 배우

한국무용·해금 연주자로 활동
이삼우 연출가 제안으로 입문
6년 전 연극 〈거제도〉 첫 공연

전화 한 통이 길을 바꿨다. 해금 연주자에서 연극배우로. 통영 출신인 극단 예도 하미연(29) 배우는 원래 국악인이 꿈이었다. 모친 제안으로 고교 시절부터 해금을 잡았고, 대학에서 해금을 전공했으며, 학교 졸업 후 국악 예술 강사로 활동했다. 남해안별신굿도 이수했다. 국악을 하기 전까지는 한국무용을 10년간 했다. 모두 연극과는 거리가 먼 분야였을 터. 그러니 연극인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 없었다.


6년 전 겨울 어느 날, 거제 극단 예도 이삼우 연출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연아, 삼우 삼촌인데, 혹시 연극 해 볼 생각 없나?" 이 연출은 예도 대표작 중 하나인 연극 <거제도>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사람이 모자란다며 하 배우에게 '상은 역'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연극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하 배우는 사람이 없다는 말에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겼다고 한다. 통화 이후 그는 이 연출 제안을 받아들였다.


"연출님은 부모님 지인이어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삼촌이었어요. 삼촌 딸 돌잔치였나? 엄마, 아빠와 함께 돌잔치에 갔는데 그때 삼촌이 저를 보고는 '미연이가 벌써 이렇게 컸어요?'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아마 그 후로 삼촌이 저를 기억하고 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거제에 내려온 뒤 국악 쪽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연극을 해 볼 생각 없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지금 이런 역할이 필요한데 네가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하셨어요. 대본 줄 테니 와서 읽어 보라는 말에 편한 마음으로 극단에 갔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거제 극단 예도에서 활동 중인 하미연 배우.

처음 걸어보는 길이지만, 연극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통영 극단 벅수골 배우이자 한국연극협회 통영지부 장을 지낸 부친 영향이다. 5~6살 때부터 그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공연을 봤다. 극단에서 알게 된 삼촌, 이모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눈에 담은 적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연극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느껴본 일이 없다고 그는 떠올린다.


"제가 해금 한다고 했을 때는 아빠가 반대했거든요. 아빠는 직장을 얻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기 바라셨어요. 그랬던 아빠가 제가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를 안 하시더라고요. 그게 되게 웃겼어요. (웃음) 엄마는 이삼우 연출님의 팬이에요. 연출님 작품을 엄청 좋아해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시곤 했는데, 제가 예도에서 연극 하겠다고 하니까 '그래 해 봐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거제 극단 예도에서 활동 중인 하미연 배우.

그렇게 하 배우는 2016년 겨울을 기점으로 예도 단원이 됐다. 무용과 국악 공연을 해봐서인지 무대라는 공간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떨림도 적었다. 공연에 참여할수록 재미가 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많을 때는 1년에 6~7편씩 했다.


작품당 최소 2~3회씩 공연했다. 연간 10~20회가량 공연하며 각기 다른 역할로 관객 앞에 섰다. 예도 작품에만 참여하지 않고 다른 지역 극단과도 함께했다. 극단 현장과 극단 장자번덕, 경남도립극단, 경남예술단과도 작업하며 무대에 올랐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첫 공연이었던 <거제도>를 할 때는 그냥 막 했거든요. (웃음) 그런데 작품이 늘어나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연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깊이 있게 생각도 해야 하고, 캐릭터 분석도 해야 하는데, 갈수록 어렵더라고요. 지금도 100%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잘해냈다고 느낄 때는 그만큼의 만족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거제 극단 예도에서 활동 중인 하미연 배우.

그는 연극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전에는 몰랐던 재미를 연극을 하면서 느끼고 있어서다. 어느 날 받아든 전화 이후 지금까지 뚜벅뚜벅 연극인의 길을 걷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목표도 생겼다.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는 배우,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 연기 잘하는 배우도 좋지만, 배역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그는 얘기한다.


"작품 안에서 완전하게 그 인물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있어요. 이것 때문에 연극을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작품을 보면 저 사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잘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울린다는 건 배역 표현을 잘했다는 거겠죠. 그 사람처럼 보였다는 거니까요. 저도 배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실 연극을 볼 줄만 알았지 직접 연극을 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요.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고, 이왕이면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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