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어썸버거를 먹어보다

by 박경아

**** 1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아쉽게도 단종되었다고 하네요.


롯데리아는 지난 2019년 6월, 처음으로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리아 미라클 버거’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패티 이외에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 ‘ 도대체 타깃이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고기 러버가 많고 많은 육류 패티 중 식물성 패티를 선택할 확률은 낮으니까요. 그러나 리뉴얼을 거치며 리아 미라클 버거는 버거 번, 소스 모두 비건으로 변경되었고, 채식주의자들도 롯데리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죠. 보통 테스트 메뉴는 등장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리아 미라클 버거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밀리터리 버거(....)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죠. 그런데 리아 미라클 버거는 아직 살아있네요. 판매량 때문일지, 다양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일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들어가자 헤더 광고가 반겨줍니다.

사실 저는 패스트푸드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햄버거에 감자튀김 콜라까지 다 먹으면 하루 종일 배가 더부룩하더라고요. 저번에 먹어보니 발란스가 부족한 것 같아 단품에 토마토를 추가했습니다. 총 5900원. 싼 가격은 아닙니다. ( 차라리 돈 조금 더 내고 서브웨이에 가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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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어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식물성 버거 제품입니다. 롯데리아에서도 정말 동일한 제품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성분이나 규격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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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제품에 대한 영양성분표를 잠깐 볼까요? 물, 완두 단백, 코코넛 오일, 밀단백, 카놀라유, 식초, 천연향료, 메틸셀룰로오스, 소금, 농축 과채주스, 엿기름 추출물, 옥수수 소스로 만들어졌네요. 역시 주 재료는 완두 단백입니다. non - gmo 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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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미라클 버거가 맛에 대한 호불호였다면, 어썸 버거는 여기에 ' 이 음식이 과연 윤리적 소비인가?'라는 비판 여론이 있습니다. 해당 제품을 만든 스위트어스의 모회사가 네슬레이기 때문이죠. 네슬레는 대규모 플랜테이션 , 노동착취적 고용, 산업 쓰레기 문제, 칠레정치 개입 의혹 등..... 항상 비판을 받아온 거대 식품회사입니다. 이들은 수많은 자회사를 가지고 있죠. 우리가 잘 아는 네스퀵, 네스프레소, 킷캣, 페리에 등등 수많은 제품들이 네슬레의 자본 아래 있습니다. 햄버거집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 도 있는데요, 이러한 맥락은 '채식' 이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고, 동물권 및 환경 담론과 연결되어 있는 가치관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물음일 것 같아요.


윤리적 가치관 때문에 채식을 하면서
이렇게 문제 있는 기업의 제품의 물건을 산다고?

위 문제는 분명 어렵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한 명이라도 한 끼에 고기를 덜 먹는 선택이 익숙해지는 세상' 이 와야 식물성 식단으로의 전환이 용이해진다고 믿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제품은 권할만하고, 제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누군가와 식사를 해야 한다면 선택할 메뉴이겠죠. 그러나 작은 개인이지만, 적어도 내가 지불한 돈의 일부가 네슬레로 흐르는 일을 방지하고 싶다는 마음은 소비자 운동이 가진 매우 중요한 가치일 것입니다. 여러 쟁점들이 있고,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는 만큼 , 여기서부터는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체육, 배양육과 같이 alternative-meat을 개발하는 업체들에게 많은 자본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alternative-meat은 푸드테크의 끝판왕이나 다름없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과 응집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여러 대기업들도 빠르게 진출하고 있죠. 위 산업은 계속해서 네슬레의 어썸 버거와 같은 딜레마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대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결국에는 '대안'이 되지 못한 광경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봤죠. 저는 식물성 식단의 확산을 고민하는 이들이, 이 문제를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각설하고 맛으로만 한번 평가해보겠습니다. 대체육을 먹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현재 텍스쳐의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의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부서지는 식감과 육즙의 구현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반적 패티와 유사 하달 까요. 그러나 대체육들은 항상 '향' 이 문제이지 않나 싶어요. 한 입 베어 물면 육향이 진하게 올라오는데요, 이 육향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아요. 소의 맛이라기보다는 양고기를 먹을 때의 경험과 유사합니다.


향신료를 잔뜩 이용한 요리도 좋아하고, 양 냄새를 못 버티는 편은 아닌데 이건 좀 더 강한 잡내가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향'에 민감한 이들은 쉽게 불호를 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 함께 드신 분들 중 만족을 표하신 분들도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주세요.


저는 대체육을 접할 때, 이것이 이들의 'VOL.1'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않으려 합니다. 국내 버거 브랜드 중, 비건 옵션을 제공한 건 리아 미라클 버거가 처음이었고, 그다음이 어썸 버거입니다. 리아 미라클 버거의 퀄리티보다 어썸 버거의 퀄리티가 괜찮은 것처럼, 다음에 나올 제품은 이 보다 훨씬 향상된 수준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롯데리아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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