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엄마들에게
혹시 당신도 그런가요? 아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계획표를 짜놓고는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오늘은 꼭 단호하게 훈육해야지' 마음먹었다가 아이의 눈물 한 방울에 스르르 무너지는 일. 저도 그랬습니다.
솔직히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 하는 생각, 꽤 자주 했습니다. 내 인생 하나 계획대로 사는 것도 버거운데,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사실이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졌죠. 계획하고, 실행하고, 꾸준히 뭔가를 해내는 일은 제게 너무나 어려운 숙제였으니까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할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들을 키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빽빽한 계획표와 일관된 통제만이 아이를 잘 키우는 유일한 방법일까?'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웬만한 지식과 기술은 다 해결해 주는 시대가 오고 있죠. 이런 세상에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요? 저는 우리가 가진 어설픔 속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번역가입니다.
계획엔 서툴러도 아이가 하는 말의 속뜻, 뾰로통한 표정 뒤에 숨은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죠. 이건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결국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기감정을 존중받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법을 몸으로 배우고 있는 겁니다. 이거야말로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 아닐까요?
둘째, 우리는 아이의 딴짓을 응원하는 지지자입니다.
정해진 학습 계획을 따르기보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함께 빠져들고, 쓸데없어 보이는 공상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죠. 바로 그 ‘쓸데없는 시간’ 속에서 아이의 창의력은 자랍니다.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은 이제 컴퓨터가 더 잘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답 없는 문제 앞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상상해내는 힘을 기르고 있는 셈입니다.
셋째,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직업’이 아닌 ‘어떤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성공의 기준을 돈이나 명예에 두기보다 삶의 의미나 만족감 같은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아이에게도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기보다 ‘넌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니?’라고 묻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런 자기중심 아니겠어요?
그러니 우리, 이제 스스로를 그만 탓합시다. 당신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좀 엉성하고 즉흥적이면 어떻습니까. 당신의 그 따뜻하고 살짝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아이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잘 자라고 있을 테니, 우리 자신을 좀 더 믿어주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