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넌 한 게 뭐가 있어?

관계의 종말을 가져오는 태도

by 낫밷

수많은 인간관계 문제(relationship problem)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는 불만 사항이 있다.


상대방은 포기한 것 같은데, 나만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억울해.
나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쟤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신기한 것은 보통 양쪽에서 서로에 대해 똑같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애 관계, 부모 자식 관계, 부부 관계, 직장 상사-부하직원 관계에서,

심지어 카페 직원과의 짧은 만남에서도 그런 억하심정이 들 때가 있다.


"부모로서 내가 해주는 것은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고, 내 아들은 자기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해요."

"엄마는 자기만 힘들다고 하고, 내가 힘들다고 하는 건 다 무시해요."


"결혼한 후에 나는 내 개인 생활 다 포기하고 직장과 가정을 위해 헌신했는데, 저 여자는 아무것도 희생한 것이 없어요.

"남편은 다른 부부들처럼 대화할 줄도 모르고, 가정에도 관심이 전혀 없어서 없느니만 못한 존재예요."


"우리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요. 직장 동료들, 심지어 부장님까지도 일을 쳐내려고만 하고, 결국 그 똥을 내가 다 치워야 해요."


이러한 마음은 관계에 균열이 발생하였다는 신호이자, 관계의 종말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왜냐하면 서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아무도 노력하지 않는 상태'로 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 관계가 끝나버리면, 그나마 과거에 있었던 좋았던 추억들마저 오염되고,

상대방과 함께 했던 나의 시간은 손해뿐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해 인생에 큰 구멍이 난 채로 살아가야 한다.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1. 내가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자.

2. 상대방도 나름의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 보자.


한쪽이라도 이런 마음을 가져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양쪽 다 갖는다면 놀랍도록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진짜 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었어요.
더 이상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절망감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는 하나마나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평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고,

상황과 감정이 안 좋아지면 더더욱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힘들다.



게다가 그동안의 헛수고에 대한 나름의 복수심으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서로에 대한 증오심만 키우고 있는 경우도 많이 관찰된다.


마치 서로에게 핵무기를 겨냥한 채 '저놈이 날 공격할 테니, 나도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어!' 하면서

경쟁적으로 핵무장을 해 나가는 두 나라처럼 말이다.


(세계의 평화나 가정의 평화나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듯하다)




인간관계 문제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때 중요한 두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일단 각자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2. 전문가가 현재 문제를 객관적으로 짚어주고,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아 함께 연습해 보기


우울감이나 번아웃이 심해졌다면 이를 치료함으로써,

스스로의 성격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나의 문제를 외부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 왜곡된 인식을 바꾸어 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 보이게 되고 조금의 인내심이라도 더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머리로는 수년 동안 도저히 떠올리지 못한 새로운 방법으로 서로의 말과 행동을 바꾸어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순히 관계의 회복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목표로 노력하는 노하우를 깨닫게 되면,

나중에 또 다른 고난이 찾아오더라도 함께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너지를 내도록 관계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 사람 앞에서는


평소에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도 맛있게 먹어지고

전혀 관심 없는 대화의 주제도 흥미롭게 듣고 있게 되고

상대방의 모습에 보이는 큰 허물보다는 작은 장점들에 더 큰 의미부여를 하며


나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꾸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짓들이 고통스럽기는커녕 너무나 기꺼운 마음으로 하기 마련이다.



바닥까지 메말라 있는 애정의 그릇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몇 방울의 마중물을 부어줄 수 있다면,


그 사람과 처음 만나 적극적으로 관계를 쌓아갔던 행복한 느낌과 감각을 분명히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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