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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박 Aug 11. 2024

[칼럼] ‘낮과 밤이 다른 그녀’와 공공근로

20대 일자리 감소, 60대 이상 일자리가 증가

얼마 전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독특한 소재와 출연자들의 열연으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가 드라마 주인공을 처음 맡아 더욱 흥미를 끌었다. 취준생 20대 이미진(정은지 배우)이 ‘낮’에는  50대의 임순(이정은 배우)의 몸으로 바뀌면서  검찰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20대 이미진은 공무원 시험에 매번 실패했지만, 50대 임순으로 몸이 바뀐 후 검찰청의 시니어 공공근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는 주로 환경정화, 청소, 잡무 등 외근직을 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내근직으로 검찰 사무를 보조하게 된다. 이미진(임순)과 시니어 공공근로 동기들은 나이 들어 공공근로에 뽑히는 것도 힘들다며 나름 단순 잡무에 만족한다. 특히 취업에 좌절한 이미진(임순)은 공무원이 아닌 공공근로일지라도 “일을 해서 즐겁다”며 정체가 발각되어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시니어 공공근로자들은 모두 살인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다. 그들은 살인을 당한 자, 살인을 목격한 자, 살인 사건 담당 형사, 살해 용의자, 한 명은 살인자이다. 드라마 작가가 왜 시니어 공공근로자들에게 이런 역할 설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공근로’를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먼저 이미진(임순)의 나이는 시니어 기준인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동기 인턴 두 명은 경찰공무원 은퇴자, 병원 원장은 연금과 재산이 있기에 자격이 안 된다. 또한 이미진(임순)처럼 외근직 시니어가 내근직 실무관으로 발탁되는 것은 극히 힘들다.    


공공근로 사업은 「고용정책기본법」 제6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 및 제34조(실업대책사업)에 따라 현재 전국 19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27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취업 취약 계층에게 일시적으로 공공일자리를 제공하여 생계를 지원하고, 자활 및 취업 의지를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역에 따라 공공, 희망, 안심, 동행 등의 단어를 일자리 앞에 붙여 명칭은 다르게 보이지만 모두 공공근로이다. 또한 청년, 노인, 장애인 등 대상에 따라 달리 모집하기도 한다.


근로 내용을 보면 복지도우미, 단순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자체 환경 개선, 관공서 청소, 농촌 일손 돕기 등으로 구분된다. 이에 따른 월급은 일급(최저임금*근무시간)으로 계산되며 추가로 교통비 및 간식비 5,000원, 기타 수당 등이 포함된다. 4대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조건 충족시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침체되자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였는데 그 중 대부분이 자활 근로사업이나 단기적 노인 일자리였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공공부문 일자리통계’에 따르면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대 공공일자리는 감소하였고 반면 60대 이상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었다. 노인층 일자리가 증가한 데는 지자체의 시니어 공공근로 일자리 비중도 한 몫하고 있다. 이 통계를 보니 20대 이미진이 공공부문 취업에 매번 실패하고, 50대 임순으로 공공근로가 될 수 있었던 점은 현실로 다가온다. 


공공근로자는 '일 대충해도 돈 주는 쉬운 공공 알바' 라는 인식이 있다. 내근직 단순· 반복 사무는 청년 위주로, 외근직 허드렛일은 노인 위주로 배치된다. 일하는 장소만 다를 뿐 청년이건 노인이건 단순 잡무가 대다수이다. 코로나19 등 취업이 더 힘들어진 상황에서 공공근로는 취업 취약계층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복지’ 차원이 될 수는 있지만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근로를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포함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아 보이게 통계를 잡는 것은 정부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한편, 공공근로사업 예산 관련한 공무원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청주시 공무원은 대학생 공공근로 관련 예산 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고, 고흥군 공무직 직원은 공공근로자 중도포기자들의 3억원 상당의 급여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수 억원의 예산이 새어나가는데도 모른다는 것은 공공근로 사업을 계획, 집행, 정산, 평가 등이 모든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자체 공공근로가 지역일자리사업으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층에게는 단순 사무가 아닌 진로가 연관된 업무로 배치하고, 노인층에게는 청소가 아니라 그간 쌓아 온 경험을 진단해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업무로 배치해야 한다. 또한 일회성인 공공근로가 아닌 공공부문의 지속적인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드라마 속 이미진이 공공근로를 통해 적성을 찾아 마침내 검찰청에 취직하며 해피엔드를 장식한 것처럼 말이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공공근로가 아니라 ‘낮과 밤이 같은 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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