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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Sep 11. 2022

너무 아쉬웠던 순간, 화사한 빛과
색의 향연 양원성당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첫 날이라 당연히 막히겠지 생각했습니다. 57km에 지나지 않은 양원성당 가는 길이 빨간색으로 가득합니다. 차를 포기하고 가뿐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총소요시간을 보니 2시간 반, 이 정도면 무난합니다. 가방을 둘러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양원성당까지의 길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버스 한 번에 지하철 두 번, 오랜만의 대중교통은 참 지루합니다. 귀에서 계속 울리는 큰 음악소리에 지쳐갈 때 쯤, 인천에서 서울의 반대쪽 끝까지 세 시간에 걸쳐 양원역에 내립니다. 햇살은 너무 화사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양원성당을 물어보니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네비를 켜고 걸어갑니다. 새로 지은 듯 한 건물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습니다. 양원역에서 1.5km를 걷다보니 저기 멀리 양원성당이 분명한 건물이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서두릅니다.


성당 건축을 할 때, 마태복음 16장 18절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는 성서에서 Motive를 삼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반석보다는 미래 도시의 ‘범접할 수 없는 철 구조물’같은 느낌이 먼저입니다. 


육중한 철문을 밀고 들어 선 성당 입구에서 외관의 강인한 모습은 사라지고 신비로움만 가득한 성당 내부를 만납니다. 마주 보이는 벽면 가득한 스테인드글라스 색색의 빛깔들이 성당 내부에 넘쳐납니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색색의 고운 빛들이 벅찬 감동을 안깁니다. 너무도 기쁜 마음에 중간 문을 힘껏 밀어봅니다.


오늘의 감동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1년 365일 문이 열려있는 성당 특성이 양원성당만 배제된 듯합니다. 굳게 잠긴 문은 더 이상의 침범을 금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이나 문을 흔들어 봅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전화번호를 찾아 우왕좌왕 합니다. 


이 공간을 다시 와야 한다는 생각과, 좀 알아보고 올 것이지 하는 자책에 한숨이 나옵니다. 한동안 어두운 성당 내부를 바라보다 뒤돌아 나옵니다. 유리창에 비친 성모상이 쓸쓸함을 더합니다. 하늘은 가슴 시리도록 파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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