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기하학이란?
안녕하세요, 책 쓰는 사진가 '채 작가'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저번에 말씀드린 '사진에서 도형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에서 사용된 '기하학'과 관련해서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들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간단하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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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는 질문들을 정리해 보면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1. 기하학이 뭡니까?
2. 기하학을 왜 배워야 하는데요? 사진에 기하학이 필요합니까?
3. 기하학적 사진의 종류(질문이 아님)
1. 기하학이 뭡니까?
기하학(Geometry)은 도형 및 도형이 차지하는 공간의 성질인 치수, 모양, 상대적 위치 등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입니다. 기하학이란 말 자체도 어렵지만 그 뜻은 더욱 모호합니다. 기하학(幾何學)을 한문으로 적어 놓으니 더 가관입니다. 몇 幾, 어찌 何, 배울 學, 도대체 뭘 배우는 학문이라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대 수학에서 공간을 분할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땅을 측량하기 위해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전부터 사용해 왔던 분야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기하학을 매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피타고라스의 정리(내용은 생각 안 납니다 ㅎㅎ)나 삼각형 내각의 합 등은 학교에서 이미 배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아래로 내려 서거나, 계단을 구르지 않고 잘 내려가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거나, 지하철이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바닥에 빠지지 않고 차에 오르는 등, 이 모든 행위가 기하학의 공간 개념에 기초한 행위입니다.
저는 수학자가 아니고, 수학은 지극히도 싫어하는 문과적 사람입니다. 기하학을 기하학이라고 하지 않고 영어 단어 뜻 그대로, Geo(지구)+Metry(측정)이라고 사용하던지, 도형학 정도로 했으면 이해가 참 쉬웠을 것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것을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면서 쉽고 응용이 쉬운 부분은 전부 빼버리고, 시험을 위한 기하학만 남기다 보니 더 어려워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하학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녹아있는 학문(?)입니다.
2. 기하학을 왜 배워야 하는데요? 사진에 기하학이 필요합니까?
그럼 사진을 하는데 기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걸까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촬영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기하학이 다루는 공간과 도형은 원래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관념을 형상화시켜 만든 것입니다. 즉,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적인 사물로 만든 것입니다(기하학은 설명하면 할수록 어렵습니다ㅠㅜ).
이제 막 말 배우기를 끝내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아이에게 아래의 도형들을 보여줍니다.
아이는 아직 이것들이 ‘도형’인지 배우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직사각형, 삼각형, 원이라고는 더욱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도형들을 보여주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요?
이 예를 드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사물을 접할 때나 어떤 대상을 느낄 때 그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판단은, 내가 지금까지 배웠거나 알고 있던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추상적인 것들을 학습과 경험에 의해 구체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하학을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사진에 기하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하학은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기하학적 도형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공간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우리가 수학에서 제일 먼저 기본 도형에 대해 배우고, 도형의 속성과 공식, 면적 및 부피 등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1. 기하학은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이 세상이 아름답고 경이롭다는 것을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 기하학이 필요합니다. 세상 속의 공간과 그 안에 놓여 있는 사진 요소인 사물들의 위치와 크기, 형태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돕는 것이 기하학입니다. 기하학을 통해서 사진 요소들의 위치와 형태, 관계, 크기 등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건축물은 기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도형과 각도, 선 및 면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하학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기하학적인 요소를 극대화해서 만들어집니다(어린 시절 지겹게 가지고 놀던 (블록) 퍼즐도 마찬가지입니다).
2. 기하학은 시각 능력을 키웁니다.
사물을 바라보거나 어떤 대상을 이해할 때, 어떤 사람들은 모양과 크기 등으로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시각적인 것들로 파악을 합니다. 사물을 시각화할 때 필요한 것이 기하학에 대한 이해입니다. 기하학적 도형을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상상력과 생각을 더해 기억 속에 저장합니다. 어떤 사람은 길고 날씬하다, 어떤 사물은 넓고 평평하다 등이 그것입니다.
기하학적 도형과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기하학 도구들(각도기, 자, 나침반 등)을 이용해서 효율성과 시각적인 호소력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진에서도 동일하게 모양과 주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판단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진 구도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원칙들이 기하학을 기본으로 하는 것임은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들입니다).
3. 기하학은 3차원적 사고를 만들어 줍니다.
사진은 2차원의 세계입니다.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으로 끌어올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이 사진가들의 역할이었습니다. 2차원과 3차원의 형상을 만들고 모든 입체적인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하학입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추상적인 개념에서 점, 선, 면과 도형을 만들고 공간 개념을 형성하게 만든 것이 기하학입니다. 평면 예술이던 미술과 사진을 공간감과 입체감이 있고, 원근감이 있는 것으로 만든 것이 기하학입니다. 현대 예술에서 추상적인 개념은 기하학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기하학적 디자인에서 추상적인 예술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고 생활하는 방이나 집, 차량의 실내, 차량 트렁크, 가구, 거실, 정원 등은 기하학의 3차원 도형입니다.
4. 기하학은 측정과 숫자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측정과 숫자에 대한 이해?’ 우리가 건축가도 아니고 수학자도 아닌데 이게 왜 필요할까요? 기하학은 우리가 이미 배웠던 선이나 각도(기울기), 표면이나 형태 등에 대한 것들입니다. 사진 구도에서 선의 기울기에 따른 느낌의 변화라든지, 시선을 주제로 이끄는 리딩 라인(Leading Line) 등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이 기하학적 사고입니다.
3. 기하학적 사진의 종류
기하학적 사진은 도형이나 점과 선, 면 등의 형태를 사진 내에서 표현하고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풍경 사진이나 인물 사진 보다 아래와 같은 사진에서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입니다.
1. 건축 사진
2. 패션 사진
3. 미니멀리즘과 추상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