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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Jan 24. 2024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스투디움과 푼크툼


프랑스에서 사진을 전공한 친구가 한 예술원 원장으로 있습니다. 이 예술원에서 회원 전시회를 한다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시 주제는 ‘스투디움과 푼크툼’. 1차 기간은 푼크툼으로, 2차 기간은 스투디움으로 전시를 하더군요. 문득, 얼마 전 영문판으로 머리를 싸매고 읽었던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가 생각납니다.


롤랑 바르트는 1980년에 출간한 책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의 의미를 스투디움푼크툼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바르트는 이 두 가지 개념을 말하기에 앞서 ’카메라의 자동성‘을 말합니다. 자동성은 사진은 사진가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기계적 특성을 말합니다. 사진은 카메라가 사진가의 개입에 의해 전적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세계를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회화나 드로잉과 구별될 수 있습니다. 자동성의 영향은 사진의 의미를 더 풍부하고 복잡하게 만듭니다.


사진가는 사진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의 의해 더욱 개방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는 자동성이 사진을 전통적인 미디어와 구별하며 우리가 사진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합니다. 바르트 자신이 1960년대 초에 채택한 기호학적 접근 방식을 방해하는 명백히 코드화되지 않은 수준의 사진을 다루기 위해 Camera Lucida는 스투디움 과 푼크툼을 구별 하고, 사진 특유의 푼크툼을 강조 하는 사진 의미 이론을 발전시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푼크툼의 개념은 사진을 보는 방식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진은 단순히 기호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반영하는 복잡한 의미를 지닌 예술 작품임을 보여줍니다.


1. 카메라 루시다의 사진 의미 이론


1. 스투디움 (Studium)


스투디움은 사진에 담긴 일상적인 의미, 즉 사진가의 의도나 사회 문화적 맥락에 의해서 부여된 의미를 말합니다. 스투디움은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추출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나타냅니다. 스투디움은 사진의 객관적 의미를 의미하기 때문에 문화기호학적(또는 구조주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즉,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진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살펴야 합니다. 스투디움은 라틴어로 '교양'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사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바르트가 예시로 보여준 코엔 웨싱의 사진은 니카라과의 전쟁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979년 코엔 웨싱(Koen Wessing)이 촬영한 ‘니카라과 1978’ 시리즈에서, 마을 가장자리의 교차로에서 두 명의 수녀가 순찰 중인 세 명의 무장 군인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도로 표면은 산산 조각이 났고 집에는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니카라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거리를 묘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쟁과 종교, 폭력과 영성 사이의 전통적인 병치가 존재합니다. 아래 두 장의 사진도, 니카라과의 역사적, 사회적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할 뿐입니다.

<에스텔리, 니카라과 1978, 코엔 웨싱>

                   

정치적 선전이나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도 스투디움의 예시입니다. 이런 사진들은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서 해석해야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 좌측 사진은 독일 출생으로 ‘홍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Edward Bernays(에드워드 베르나이, 미국명 에드워드 버네이즈, 1891.11-1995.3)의 1928년도 저서 ‘프로파간다(선전)’ 표지입니다. 우측 사진은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민의 사진입니다. 두 사진도, 1차 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도널드 트럼프라는 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사회 문제를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찍은 사진들도 스투디움의 또 다른 예입니다.

2. 푼크툼 ( Punctum)


푼크툼은 사진의 우연한 요소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야기되는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말합니다. 푼크툼은 사진에 담긴 의미를 넘어서,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떤 것을 자극하여 감정을 일으킵니다(우연성, 사진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발생하기도 한다). 스투디움과 비교해 좀 더 능동적으로 개인의 사상, 생각, 경험을 통해 사진의 의미를 결정하는 개념입니다. 푼크툼은 인식할 수 있는 상징체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의미를 생성하거나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의 특징입니다. 푼크툼의 의미는 이미지를 보는 개인의 반응에 따라 다릅니다.


푼크툼은 '찌름'을 의미하며, 사진을 보고난 후 개인적인 충격과 여운의 감정입니다(주관성). 푼크툼은 불균형의 특징이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부 사항에 주목합니다(비언어성). 바르트는 푼크툼이 언어로 표시될 때 언제나 스투디움으로 변한다고 말합니다. 푼크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언어는 객관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푼크툼은 일반적인 이해방식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나 경험, 무의식 등과 링크해서 순간적으로 확 오는 강렬한 자극입니다. 푼크툼은 그것이 스투디움이었을 때와 달리 '더는 기호로 환원될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푼크툼 효과를 허용하려면 관객은 모든 지식을 거부해야 합니다. 푼크툼은 사진의 의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예시를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푼크툼을 통해 사진은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 인식할 수 있는 상징체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의미를 생성하거나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의 특징

○ 사진에 대한 개인의 반응

○ 사진가가 의도하지 않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세부 사항


바르트의 푼크툼 이론은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투디움은 사진의 일반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푼크툼은 사진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의미에서 푼크툼은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 푼크툼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자극해서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 푼크툼은 사진이 내포하고 있는 진실을 드러내줍니다.

○ 푼크툼은 사진의 예술적인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됩니다.


바르트는 푼크툼 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예를 제시합니다 . Camera Lucida 의 첫 번째 부분은 대부분 유명한 사진을 "무작위로" 살펴보고 특정 세부 사항이 이미지에 작용하여 푼크툼을 가져오는 방법을 설명 합니다. 5살 때 찍은 어머니의 사진인 윈터 가든(Winter Garden) 사진을 바탕으로 최근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애도를 담은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사진이 시간을 어떻게 표상하는지에 대해 좀 더 집약적으로 푼크툼 을 추적 합니다.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진의 '그것'에 대해 고민하며 삶의 덧없음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존재의 특이성을 인식하도록 요구합니다. 사진의 특별한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사진을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의미 있게 만드는 영향을 놓치게 됩니다. 이는 일종의 진실, 독특한 존재의 진실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바르트가 어머니 얼굴의 진실을 발견하는 (책에는 없는) 윈터 가든 사진은 “유일한 존재에 대한 불가능한 과학”을 성취합니다. 푼크툼 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르트는 푼크툼을 생명을 주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푼크툼 은 언어로 표현될 때 언제나 스투디움 으로 변합니다. "그가 푼크툼을 통해 본다고 말하는 것은 스투디움 의 논리와 동일한 논리에 속한다 "고 주장합니다. 루이스 하인(Lewis Hine)이 찍은 두 명의 지체 아동의 사진을 보고 Barthes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내가 보는 것은... 중심에서 벗어난 디테일, 어린 소년의 거대한 Danton 칼라, 소녀의 손가락 붕대입니다...’  어린 소년의 거대한 칼라(이것을 단두대의 형틀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는 어떤 사람에게는 불행과 고통을 연상시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바르트는 이 사진에서 거대한 칼라와손가락 붕대를 푼크툼으로 꼽습니다. 이는 어린 아동의 불행과 고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푼크툼은 일상적인 사진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본 한 사람의 표정이나, 여행지에서 본 한 풍경의 일부가 푼크툼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사진도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뛰어 놀았던 공원이나 집 등, 개인의 추억과 연관된 장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단, 이런 것들이 그 당사자에게는 특별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스투디움과 푼크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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