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기다린다는 것은, 빛이 찾아올 걸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그 순간을 조용히 기다린다. 틈새로 스며드는 빛은 결코 곧게 들어오지 않는다.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흐르고, 계단 난간에서 한 번 꺾이고, 어둠의 결을 더듬으며 천천히 이미지로 완성된다.
빛은 수직의 띠로 어둠 한가운데에 내려앉는다. 청록빛으로 물든 벽은 빛이 단순히 밝음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색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손잡이로 이어지는 곡선은 마치 빛이 지나는 길이자, 내 시선이 따라가는 동선이기도 하다. 나는 밝은 곳에서 어둠 속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긴다. 그러다 문득 손잡이에 머무른다. 누군가 이곳을 지나쳤거나, 앞으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전해진다.
빛이 어루만진 벽의 질감, 깊고 옅은 명암, 그 사이에 자리한 수많은 회색이 쌓여 시간의 두께를 만든다. 어둠은 그저 배경이 아니라, 빛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손잡이는 원래 쓰임을 잃고 빛이 머무는 마지막 장소가 된다.
이 장면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셔터를 눌렀다. 빛이 언제나 특별하게 극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 어둠이 꼭 불안의 상징일 필요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빛과 어둠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경계를 그으며 함께 존재한다.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사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