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은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 찾아온다. 아직은 찬 공기 속 어딘가에 스며든 싸아한 느낌, 걷다 보면 그게 계절이 넘어가는 냄새란 걸 문득 알게 된다.
하늘은 짙고 푸르게 가라앉아 있었고, 전깃줄 하나가 허공을 사선으로 가로질렀다. 겉으론 아무것도 이어주는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저 끝과 이 끝을 묵묵히 붙잡고 있는 그 선을 따라 나는 시선을 옮겼다.
그 아래엔 십자가가 빛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빛이었다. 광장을 환히 밝히는 빛이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오히려 밤이 깊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그런 빛이었다.
봄을 찾아 밤길을 나섰지만, 정작 걷는 내내 떠오른 건 봄이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오래된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어딘가로 뻗어 있지만 한편으론 그 자리에 서 있는, 전깃줄과 십자가를 닮은 마음, 결국 사람도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낮과 다르게 싸늘한 밤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봄은, 아주 천천히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