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선샤인 스튜디오 출사

by 채 수창

이른 새벽, 일기예보 앱을 세 번이나 열었다가 닫았다.

흐림, 날씨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카메라 가방을 싸다 말고, 또다시 앱을 확인했다. 여전히 흐림이였다.

고속도로 위 하늘은 납빛으로 흐려 있었다. 음악을 틀었다가 다시 껐다. 조수석에 올려둔 렌즈 파우치는 커브를 돌 때마다 조금씩 흘러내렸다.


빛은 숨었다가 다시 드러나기를 반복했다.

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우리는 카메라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두기를 여러 번, 셔터를 누르지 않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동안 눈이 점점 어두움에 익었다. 오래된 목재 벽의 결, 빛이 스칠 때 살아나는 나뭇결의 층, 그림자 속에서 겨우 윤곽만 남긴 작은 원통형 펜꽂이, 누군가 쓰다 올려두고 잊은 듯, 펜 세 자루가 비딱하게 꽂혀 있었다.


셔터를 눌렀다.

사선으로 흘러든 빛이 거친 벽면을 스치듯 지나갔다. 펜꽂이는 그 빛이 닿는 끝자락, 어둠과 바로 맞닿은 곳에 있었다.


한 공간에 네 시간 남짓 머물렀다. 많은 거리를 걷지는 않았다. 이 벽 앞, 저 선반 위, 창문 하나 사이로 안팎을 번갈아 바라봤다. 신기하게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게 왠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도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가득했다. 아산을 지나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삼각대를 세우는 이유를 나는 안다. 그곳이 가장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으면 그 자리가 점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느려질수록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게 앵글인지 아닌지는, 셔터를 누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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