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창사진아카데미ㅣ사진미학
어느 날 나는 지하철 계단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층마다 핸드레일이 똑같은 각도로 쭉 뻗어 있었다. 그 선이 세 번 반복되다가, 네 번째에서는 한 사람이 나타나 선을 가렸다.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이미 머릿속에 사진이 그려졌다.
"리듬은 반복에서 시작하지만, 반복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끊기는 순간에 보인다."
악보를 보면 쉼표가 등장한다. 하지만 앞에 음표들이 있어야만 그 쉼표가 제 역할을 한다. 사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요소가 있을 때 끊김이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반복 없이 끊김만 있다면, 그건 그저 어색한 부분으로 느껴질 뿐이다. 결국 반복과 끊김이 함께 있을 때, 찍힌 사진 속에 작은 사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리듬감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프레임 안에서 어떤 요소가 반복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 요소가 모양일 수도 있고, 색이나 혹은 밝고 어두운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그 반복이 어디에서 멈추거나 달라지는지, 즉 끊기는 지점을 찾는다. 아직 그런 끊김이 보이지 않는다면, 순간을 기다려 보거나, 아니면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 스스로 끊김을 만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끊김을 너무 화려하게 강조하려는 것이다. 빨간 우산, 흰 드레스, 달리는 사람처럼 한눈에 확 들어오는 요소들은 오히려 반복되는 흐름을 모두 덮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리듬은 없어지고, 강렬한 대비만 남게 된다.
끊김은 반복보다 조금 강하면 충분하다.
글 처음에 이야기 했던 지하철 계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참을 사람 한 명 지나가길 기다렸는데, 그 사이에 또 다른 사람들이 계속 내려왔다. 그럴 때마다 핸드레일의 선도 계속 바뀌었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선이 끊기지 않아서 답답했다.
사진에서 리듬을 다루기가 이렇게 어렵다. 반복되는 무늬나 선은 분명히 보이는데, 내가 바라는 순간에 끊김이 딱 오질 않는다. 이럴 때마다 사진 한 장 건지기가 참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기다리거나 포기하거나, 그날은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