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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맘 Oct 15. 2020

농업은 비즈니스다  

#1. 프롤로그



비즈니스(business)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또는 그 일  (국어사전)



우리나라는 1970년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1차 산업보다는 2차와 3차 산업이 더 중요한 시대로 변모했다. 이것은 곧 농업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로 사회가 변했다는 뜻이고, 농촌에서 미래를 꿈꾸는 일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맞다. 농업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잘 사는 것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는 일조차 버거운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직종=농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공식은 농업을 비즈니스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한 대로 농업을 비즈니스, 곧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갖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하였다면 어쩌면 1차와 2차, 3차의 산업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8년 전, 귀농과 귀촌의 차이도 모르고 무작정 귀농했던 나는 농업을 '농사지어 잘 파는 일'이라는 단순 개념으로만 여겼다. 일정한 목적도, 계획도, 짜임새도 없었고, 경영도 몰랐다. 그저 열심히 해보리라는 열정만 가득했다. 열심히 해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냐는 장밋빛 계획은 무모했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치와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별 실행 계획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에 앞서 사업을 사업답게 하기 위한 여러 단계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사업의 '사'자도 경험해 본 바가 없던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사업자 등록증을 어디 가서 내야 하는지, 택배로 물건을 팔기 위해서 어떤 장치들을 갖춰야 하는지, 세무 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고, 회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홍보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 상품을 돋보이게 할 디자인이나 브로셔 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등등.

모르는 일을 세는 것보다 아는 것을 세는 것이 훨씬 빠를 만큼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회사는 생산, 관리, 기획, 경영, 홍보, 디자인, 회계, 판매, 마케팅, 고객응대 등이 각 분야별로 나뉘어 있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일하면 된다. 종합적인 계획과 판단은 CEO가 취합하여 판단한다. 성과가 있을 법한 일을 선택해서 투자하고 추진하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농업은 재정력이 낮다. 각 분야별의 전문 인력풀도 없다. 배추 농사를 지으며 생산, 관리, 기획, 판매, 마케팅 고객응대, 회계와 같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 팀을 꾸려 회사처럼 운영할 수 없다. 물론 농업을 규모화, 기업화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규모화는 최소 1~2만 평 이상의 농지에 단일 작물을 재배해서 판매하는 대농(大農)에서나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 규모조차도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소소한 면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 2만 평 이상의 땅에 농사를 짓는 대농보다는 몇 백 평에서부터 몇 천 평의 농사를 혼자, 혹은 가족의 노동력만으로 농사짓는 소농(小農)이 90% 이상이다.

이것은 모든 과정을 혼자 계획, 결정하고 실행하여 나온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회사로 치자면 농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기획에서 판매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최소 5~6인의 전문가 영역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농업에서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글거리는 태양에 등짝이 타고, 손톱 밑에 흙 때가 지워질 날 없는 고된 노동을 하는 농부가 일반 회사처럼 디테일하게 사업을 계획하고 짜임새 있게 운영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농업을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사업으로서 운영할 준비를 한 후 귀농해야 한다.

물론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들이대며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시행착오를 즐길(?) 각오가 필요하다.



농업을 비즈니스로 준비하지 못한 채 시작하면 어떤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는가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경험을 예로 들어볼까 한다.



귀농한 후 나는 유정란을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판매하겠다는 계획만 있었지, 그 과정에 필요한 절차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사업자 등록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웠을 사업자 등록증 하나 내는 것도 나에겐 쩔쩔맬만한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러 간 나에게 세무서 직원 물었다.

"과세 사업이세요? 면세 사업이세요?"


과세 사업은 뭐고, 면세 사업은 뭐지?

그 두 차이를 알지 못했던 나는 도리어 세무서 직원에서 물었다.


"두 개 차이가 뭔데요?"


"면세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거고, 과세는 부가가치 세금이 포함되는 물건을 파는 거예요."


몰라서 물었는데, 괜히 물어본 것 같은 설명이 되돌아왔다.

부가가치세라는 것을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것은 알겠는데, 부가가치세가 포함되는 물품은 뭐고, 안 되는 물품은 뭔지..... 띠용....... 아...... 창피하다......


"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무얼 파실 건데요?"


"유정란이요"


"그럼 면세네요. 농산물 판매는 면세사업자예요."


그렇게 더듬더듬 물어 받아 든 사업자 등록증 잘못 만든 것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게 되어 농 8년만에 폐업 처리했다.

유정란 생산은 물론 유정란으로 디저트 과자를 만들고, 동물복지 농촌체험 교육 서비스를 겸하고 있는 지금 사업은 기존의 면세사업자등록증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사업자등록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으며, 과세 부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얼마 전에야 제대로 알았다. 이렇게 사업의 종류가 다양해졌을 때, 즉 농업과 소매서비스를 겸하는 사업은 겸영 사업자(면세+과세)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얼마 전에 비로소 알게 되어 사업자등록증을 새로 만들었다.


사업자등록을 새로 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새로운 사업자등록증 때문에 관련된 업체와의 서류 교체는 물론 은행 거래 서류까지 모두 바꾸는 번거로운 작업 같이 해야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시청을 오가야 했고, 카드가맹계약도 새로 해야 했다.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도 모든 서류를 다시 준비하여 양도양수하는 복잡한 절차를 치뤄야 했다.


만약 귀농할 때부터 농산물의 단순 생산에 그칠 것이 아닌, 농촌체험 교육 서비스와 가공사업까지 할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그 사업을 위해 사업자의 분류가 어떤 것이 있는지 조금만 공부했다면 시간과 품이 낭비되는 번거로운 일처리를 두세 번씩 반복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이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사업의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해야 시간과 돈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잖은가? 

론적으로 말하자면 농업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시행착오였던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는 귀농 8년간 크고 작게 되풀이 되었다.



귀농은 비즈니스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분석해서 적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백발백중 실패하거나 혹독한 수업료를 치를 수 있는 도박과 같은 장르가 될 수도 있다. 조금 오버스러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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