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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맘 Jun 25. 2021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면 어때? (2)

공부만이 성공의 동아줄이라는 세계관에 대하여



이 세상 모든 모든 부모는 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할까? 공부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 내면에는 공부를 잘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획득하고 경제적인 윤택함을 누리면 우리는 '그 사람, 성공했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더 깊이 본질을 파고들어 가 보자. 돈 못 버는 고고한 철학자에게 우리는 성공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돈' 많은 사람이 더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성공의 절대적인 가치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면 된다. 자기 사업을 하는 일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데다 실패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도하기를 주저한다. 사업으로 성공하기가 만만찮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안착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직장.




솔직히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자 노력하는 일이 사업해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일보다 훨씬 쉽다. 왜? 높은 연봉과 복지 체계가 확실한 직장에 들어가는 일은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자기 주도적인 일인데 반해, 사업은 그렇지 않다. 사업으로 큰돈을 벌려면 나의 노력 플러스알파의 변수들이 수없이 많이 개입한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패의 아픔이 옵션사양으로 늘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사업은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 할 만큼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수없이 따라오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보다는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공부로 성공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이 경험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사업해서 돈을 벌고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가장 손쉬운 성공 방법, 공부로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스스로의 통제권 안에서 성공 여부가 결정되니 이 얼마나 손쉬운 방법인가? 정말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게 되면 사회적인 명망을 얻을 뿐만 아니라 고액 연봉이 저절로 따라오니 말이다. 번번이 위기의 순간을 맞을 수 있는 사업가의 길보다 시간 단축, 금전 단축, 노력 단축의 지름길이 눈앞에 펼쳐지니 공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그것이 가장 손쉬운 성공의 길이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강조한다.






성공 : 목적하는 바를 이룸 (국어사전)


국어사전에 쓰여 있는 성공의 공식적인 정의는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다. 이 문구를 오래 들여보다 든 생각. 성공의 기준을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내가 세운 목적을 이루면 그것도 성공이다. 작은 성공의 습관들이 쌓여 점차 성공에 가까워지는 인생을 살면 되지 않을까? 성공이 꼭 타인의 기준에 맞는 그것이 아니면 어때? 자기의 삶에 만족하는 삶도 목적하는 바를 이룬 성공의 범주일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 집 아이 성적이 어떻더라는 평가에 대해 무덤덤해지기로 했다. 솔직히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는 평가가가 괴로워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본인은 본인의 공부 실력에 대해 무덤덤한데도 말이다. 그래. 너의 삶과 나의 삶의 영역을 나누자. 너의 인생 라이프와 나의 인생 라이프는 다르다. 너는 너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산다. 이렇게 생각하고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로 마음먹고 나니 비로소 아이들 성적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주변 엄마모임에서 독립되어야 가능하다. 그 안에 있으면 아이의 성적으로 나까지 평가되는 느낌이 들어 괴로우니까.)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엄마의 성공 기준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기로 마음먹고 나니 아이도, 나도 비로소 평온이 찾아왔다.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죽이는 아이의 사생활을 보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잔소리에 목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삼켰다. 쓸데없이 보는 유튜브, 게임, 소비성 톡질까지도 눈에 가시처럼 박혔지만 눈 나빠지지 않게 적당히 하라며 가볍게 넘기기 위해 애썼다. 대신 물어보았다.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궁금해졌다.


"유튜브로 뭘 그렇게 맨날 보니?"


"요리법도 보고, 옷 잘 입는 법도 보고."


"그게 뭐 도움이 되니? 엄마가 보기엔 쓸데없이 시간만 죽이는 느낌인데."


"아닌데? 나 옷 잘 입는 유튜버 보면서 편집샵을 열어보고 싶어 졌어. 그래서 패션 정보에 대해 감각이 많이 생겼는데? 친구들이 데이트 갈 때 나보고 코디해달라고 부탁한단 말이야. 엄마, 나 생각보다 옷 잘 입어요~ 나중에 카페 열면 옆에 편집샵을 조그맣게 열어서 덕후들이 모이게 할 거야. 유튜브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얼마나 많은데."

라며 나에게 유튜브 좀 보라며 권유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모델링한 것을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목표도 설정했다.




큰 아이야 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해서 그렇게 큰 걱정은 없었지만 작은 녀석은 늘 고민거리였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던 녀석이어서 더 그랬다. 그런데 그 녀석이 요즘은 욕심을 내고 있다. 목표도, 하고 싶은 일도, 특별히 잘하는 일도 없는 아이라 미래가 걱정되어 엄마 아빠가 하는 농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그 결과로 농고를 진학했다. 공부 못하는 그렇고 그런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에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학교였지만 나의 시선을 교정하기로 했다. 아이의 뜻이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생활 기술을 배우는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맞고, 그것이 아이의 다른 성공 기회를 열어주는 문이 될 것이라고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 선택이 옳았다. 세상 일에 시큰둥하고, 목표도 없고, 소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았던 아이의 일상에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가 먼저 필요한 국가 기술 자격증 시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시키지 않아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필기와 실기 시험 정보도 직접 알아보고 접수하는 등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굴삭기와 스키드로더, 지게차 자격증을 따더니 요즘은 캐드와 측량설계 자격증까지 연달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농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먼저 대학을 가고 싶다고 말하다니!!!






작은 아이가 조경을 잘 꾸며놓은 부지에서 큰 아이가 편집샵을 겸한 카페를 여는 공간. 카페에 오는 소비자들과 농부들이 만나는 브릿지마켓. 두 아이와 우리 부부가 꿈꾸는 성공의 그림이다.


아이들이 거의 다 큰 지금, 돌아보니 공부만이 성공의 동아줄은 아니었다. 목표의 방향을 바꾸면 공부가 아니더라도 성공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무한하다. 공부 좀 못하는 아이라도 그 아이만의 고유한 길과 목표는 반드시 존재한다. 부모가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길을 아이에게 제시하고 대리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시간, 그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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