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태교
우리 여행 가자
" 나 항암치료 끝나면, 우리 다 같이 유럽여행 가자"
저녁시간 가족모두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영화를 볼 때였다. 우리 가족은 잠시 하던 걸 멈추었다. 나의 8번의 항암치료 중 첫 번째 항암치료를 마쳤을 때였다.
나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고, 항상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다. 목표를 정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지만 목표를 쉽게 정하지는 않는다.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오래 고민한 뒤 목표를 정한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면, 목표달성을 위해 아주 구체적인 계획까지 함께 정리가 되는 편이다. "우리 다 같이 유럽여행 가자"라고 가볍게 꺼낸 말에 우리 가족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일 년에 1개~2개의 목표만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단기목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3~5년 장기 목표들이 많았다. 난 암을 만나고 매년 세웠던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오직 나의 수술과 회복, 치료, 휴식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진행 중이던 목표들도 모두 멈추거나 보류했다.
만만하지 않은 항암화학치료
항암치료는 2주 항암주사와 항암약을 먹고 1주 휴식기를 가지는 3주가 한 사이클이다. 나의 항암치료는 이렇게 8번을 해야 한다. 이제 첫 번째 항암치료를 마쳤다. 처음 하는 항암치료는 정말 힘들었다. 약이 주는 부작용보다 수술한 위가 회복되지 않아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첫 번째 항암치료를 하면서 대부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술 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한 항암제를 사용하니 내 몸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약에 취해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담당주치의는 항암치료가 진행될수록 항암약이 몸에 축척되어 항암부작용은 심해질 거라고 했다.
첫 번째 항암치료를 하면서 처음이라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내 몸이 잘 버텨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몸의 작은 반응에도 민감해졌다. 몸은 항암약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생각하는 시간은 많아 좋았다. 덕분에 나는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항암치료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항암부작용은 최소한으로 경험하고, 일상을 유지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지치지 않고 잘 해내야 하는 목표가 필요했다.
어떤 목표가 좋을까?
나는 어떻게든 8번의 항암치료를 아주 잘 끝내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모두가 걱정하는 항암부작용도 심하지 않게 잘 마치고 싶었다. 항암치료를 하는 시간은 가족과 환자 본인에게 힘든 시간이다. 나는 나의 항암치료를 하는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 그리고 나에게 좋은 추억이었으면 했다.
2019년 사회적 기업가육성사업으로 담심포를 창업하고, 사회적 기업인증을 받고, 암을 만나기 전까지 일에만 매달렸다. 만 3년의 시간 동안 두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고, 나는 대학원을 졸업했다. 평생교육사자격증도 땄다, 담심포와 시각장애아동이 교육불평등과 현실을 알리기 위해 한 달에 2~5개 이상이 사업계획서를 쓰고 발표를 했다. 많은상도 받았고, 성과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의 휴가와 여행은 항상 뒤로 밀렸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함께 가기로 한 스페인에서 한달살이도 일에 바쁜 엄마 때문에 보류 중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몇 년째 여행경비도 모으고 있었다.
나는 결정을 하면 실행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결정을 하는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는데 내가 암을 만나고 결단력이 더 빨라졌다. 결정을 하는데 걸리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심플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가? 내가 할 수 있는가? 두 가지였다.
위암 3기 암환자가 하고 싶은 일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위암 3기이다. 3기부터는 종양 세포가 다른 조직이나 장기로 전이된 상태이기 때문에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위암 3기의 생존율은 40%대이고 재발 전이가 되면 4기가 된다. 4기의 생존율은 5% 정도이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내가 살고 싶은 이유를 찾기로 했다. 내가 치료를 열심히 하고, 삶을 더욱 사랑할 할 거리들을 찾기로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버킷리스트'와 비슷한 것들.. 항암치료 중에도 해야 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할 거리들. 나의 체력을 열심히 관리할 이유와 힘든 항암치료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항상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가족과의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면서 힘든 시간을 잘 보낸 나와 옆에서 든든하게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암환자의 3주마다 떠나는 여행
"나 처음 항암치료를 해보니까, 뭔가 열심히 할 목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체력을 잘 관리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좋은 생각하고, 암환자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재미있게 꼭 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 우리 여행 못 간 지 너무 오래됐잖아. 이번에 여행 가자.. 나 항암치료 한번 끝날 때마다 여행 가자 휴식기에. 여행준비하는 게 제일 재미있고 신나잖아. 내가 여행준비할게. 각자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거 알려주면 내가 알아볼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체력이다. 맛있는것을 먹고, 좋은것을 보고, 새로운곳을 가기 위해서는 체력이 있어야한다. 나는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다닐 체력을 만들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암치료 중에도 체력관리, 음식관리를 열심히 잘 해야한다.
그리고 항암치료 중에 만날지도 모를 심리적 변화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관리하기 위해 나는 여행준비라는 할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암을 만나고, 보험금이 있었다. 나는 나의 암판정 보험금으로 우리 가족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가족 모두 찬성했다. 힘들다고 하는 항암치료를 즐겁게 해보고 싶다는 나의 목표에 우리 가족은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엄마는 어디 갈 거야?"
"난 항암치료 모두 끝나고, 항암부작용이 괜찮아지면, 가족다같이 유럽여행 가고 싶어. 내가 주인공이잖아"
여행을 떠가기 위해 나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음식을 먹고, 일상을 유지하며 내 마음과 몸을 돌봤다.
그 덕분인지 나는 체중도 줄지 않고, 매일 일상을 유지하면서 잘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3주에 한번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 광주, 부산, 강화도..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간소하게라도 다녀왔다.
우리 가족은 내가 항암치료를 모두 끝내고, 4개월 후 8번째 가족여행을 위해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탔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는 무비자로 있을수 있는 90일을 꽉채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