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해리 Jul 30. 2022

면접 꿀팁 :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자

회사에서 몰래 카메라를 당한 적이 있다.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담당하는 홍보팀에서 기획한 자체 제작 컨텐츠로 "면접을 앞둔 긴장하는 지원자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라는 주제였다.


점심 시간에 회사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딱 봐도 20대 초반의 대학생 느낌 물씬 나는 여성분이 "저 이 회사 면접 보러 왔는데요. 너무 떨려서 그런데 힘내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라며 매우 긴장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용기 내서 말을 건 것 자체가 매우 용기 있는 도전이에요. 오늘 면접관님에게 8층에서 일하는 서 차장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는데, 서 차장님이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꼭 말하세요”라며 내 이름 석 자를 알려주며 나름대로 면접에 도움 될 만한 꿀팁과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말했다.


"오늘 면접 오려고 준비 많이 했죠? 많이 했잖아. 그러니까 긴장되는 거지. 준비 별로 안 했으면 긴장이 안 됩니다. 왜냐면 준비 부족으로 떨어질 거 이미 스스로 알고 있거든. 아는 것은 자신감 있게 답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가 있어요.” 라며 말을 시작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라. 왜냐면 면접관은 정답을 잘 알고 있어서 괜히 어설프게 둘러대는 것은 오히려 거짓말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파악하자. 면접관이 어려운 질문을 한 이유는, 면접자 지식의 깊이나 넓이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다. 내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경우 모를 만한 것을 일부러 물어서 어떻게 리액션 하는지 보려고 물어본다. 요즘은 새로운 기술이 매일 쏟아지고,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며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하거나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람이니까. 모르는 것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배워서 내 걸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면접은 그런 학습 태도와 노력의 의지를 보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모르겠습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답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자. 그리고 집에 와서 공부해서 답을 찾아 놓자.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특히 그 회사에 입사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떨고 있는 지원자분께 무슨 팀에 지원했는지 물어보며 성함도 여쭤봤다. 나중에 꼭 최종 합격하시고 입사하셔서 우리 다시 여기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도 덧붙였다. 수많은 면접 지원자를 봤는데 이렇게 다가와서 말 거는 사람은 처음 봐서 신선한 경험이라, 이런 도전 정신 가득한 청년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며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한 명이 더 다가왔다. 회사 공식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홍보팀 과장님이었다. "서 차장님 몰카 성공!"을 외쳤다. 

아... 당했구나. 몰카였구나.


신입사원 공채 홍보용 유튜브 컨텐츠라고 한다. 평소 모든 일에 의심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몰카 앞에 장사 없었다. 그럼 이분은 누구지? 과장님이 우리 팀으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턴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놀라고 진정이 안 되어서 "연기를 너무 잘하시던데 연영과 나왔니? 연기 쪽으로 도전해봐. 이름은 진짜야? 너무 동공이 떨리고 있어서 몰카인지 전혀 몰랐지" 등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박수 치며 크게 웃었다. 어쩐지 면접 지원자가, 말을 걸더라고. 이런 것 본 적이 없거든. 이름은 진짜라고 한다. 이날 여러 사우님이 동일한 시나리오로 몰카를 당했는데, 이름을 물어본 사람이 내가 유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떨지 말자. 남 눈치 많이 보지 말자. 예의는 지키되, 남의 시선에 너무 신경 많이 쓰지 말자. 충분히 면접 준비 많이 해 참석한 면접일 테다.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면접 경험이 적은 예비 신입사원이나 인턴, 알바 등은 면접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어디 가서 나의 수상 경력과 열심히 산 흔적들을 웃으면서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랑하면 시기 질투를 받거나 재수 없다고 할 텐데, 면접을 예의와 겸손 차리며 나를 자랑하며 내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보자. 흔하지 않은 장기자랑 시간인 셈이다.


다음날 이 인턴분이 회사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해 주신 말씀들이 너무 도움이 된다고 감사해하였다. 인턴을 거쳐 앞으로 회사 생활과 사회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모든 MZ세대 젊은이들의 앞길을 박수치며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 로맨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