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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Dec 08. 2022

'입'이 문제로군

말을 통한 인간 내면 성찰


인간은 입을 통해 음식을 먹는다. 그러면 자율적으로 몸을 위해 필요한 것은 취하고 남은 것을 항문으로 내보낸다. 너무 많이 먹는다면 무작정 몸에 쌓아둘 수 없으니 과잉한 칼로리는 압축파일인 지방 세포로 보내진다. 



그러한 순환은 무척 자연스럽지만, 일종의 스트레스가 몸을 지배하면 먹은 것을 제대로 쓰지 않고 마구 몸 밖으로 내보내거나, 대장에서 붙잡아 두어 변비에 걸리거나 혹은 축적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지방 덩어리로 쌓아놓는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인간은 마음의 양식도 먹어야 하는데, 대부분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본 것들로 채워진다. 무얼 듣고 보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소화시키느냐로 그 사람의 내면이 형성되는 것이다. 



타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보는 것을 제외하면 그 사람의 말이나 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들은 퇴고를 통해 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살아가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추측 가능하다.



글에 비해 말은 조금 더 직접적이다. 물론 철저하게 사회적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그걸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긴장을 늦춘 사이에 본래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 nseylubangi, 출처 Unsplash



옛 속담에도 현인들은 입을 조심하라 했다. 입을 통해 쏟아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 사람의 말은 그가 평소에 생각하는 바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란한 미사여구나 유머로 가려도 그 말에는 뼈대와 내용이 있다. 그것으로 그 사람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입으로 무엇을 말하며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되짚어보면 내 내면에 담긴 것들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보인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선글라스를 쓰고 세상이 검다느니 빨갛다느니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주 상처받곤 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뱉은 말은 그의 인격이며 세계관이며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의 말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내 내면에 독소가 없었는데도 그랬다면 상대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되비쳐 본 것일지도 모른다. 



'입'은 여러모로 참 주목할 기관이다. 입으로 아무거나 들어가면 몸이 망가지고, 아무거나 뱉어내면 타인을 망가트린다. 입을 통하는 것들을 잘 살핀다면 몸도 마음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어느 날 삶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가만히 머물러 자신을 살펴보라. 아마 '입'이 문제일지도. 입이 쏟아낸 내면의 공허를 보듬어 주길.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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