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통한 인간 내면 성찰
인간은 입을 통해 음식을 먹는다. 그러면 자율적으로 몸을 위해 필요한 것은 취하고 남은 것을 항문으로 내보낸다. 너무 많이 먹는다면 무작정 몸에 쌓아둘 수 없으니 과잉한 칼로리는 압축파일인 지방 세포로 보내진다.
그러한 순환은 무척 자연스럽지만, 일종의 스트레스가 몸을 지배하면 먹은 것을 제대로 쓰지 않고 마구 몸 밖으로 내보내거나, 대장에서 붙잡아 두어 변비에 걸리거나 혹은 축적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지방 덩어리로 쌓아놓는다.
인간은 마음의 양식도 먹어야 하는데, 대부분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본 것들로 채워진다. 무얼 듣고 보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소화시키느냐로 그 사람의 내면이 형성되는 것이다.
타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보는 것을 제외하면 그 사람의 말이나 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들은 퇴고를 통해 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살아가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추측 가능하다.
글에 비해 말은 조금 더 직접적이다. 물론 철저하게 사회적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그걸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긴장을 늦춘 사이에 본래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옛 속담에도 현인들은 입을 조심하라 했다. 입을 통해 쏟아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 사람의 말은 그가 평소에 생각하는 바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란한 미사여구나 유머로 가려도 그 말에는 뼈대와 내용이 있다. 그것으로 그 사람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입으로 무엇을 말하며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되짚어보면 내 내면에 담긴 것들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보인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선글라스를 쓰고 세상이 검다느니 빨갛다느니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주 상처받곤 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뱉은 말은 그의 인격이며 세계관이며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의 말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내 내면에 독소가 없었는데도 그랬다면 상대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되비쳐 본 것일지도 모른다.
'입'은 여러모로 참 주목할 기관이다. 입으로 아무거나 들어가면 몸이 망가지고, 아무거나 뱉어내면 타인을 망가트린다. 입을 통하는 것들을 잘 살핀다면 몸도 마음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어느 날 삶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가만히 머물러 자신을 살펴보라. 아마 '입'이 문제일지도. 입이 쏟아낸 내면의 공허를 보듬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