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뒤쫓는 프루스트

예술의 동력

by 아이언맨

자동차를 타고 알베르띤느를 데리러 가는 길 위에서 마르셀은 스떼르마리아 아씨를 좋아하던 시절, 그리고 다음에는 게르망뜨 대공 부인을 연모하던 시절, 그 시절에 그녀들을 보러 나섰던 길들을 생각하며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길들이 나에게, 유령들만을, 그 실체의 상당 부분이 나의 상상 속에 있던 그 존재만을 뒤쫓는 것이 나의 운명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마르셀은 스떼르마리아나 게르망뜨 부인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속에 그녀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스스로 창조해 내었고, 그가 좋아한 것은 바로 그 마음속의 그녀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르셀은 실체를 사랑했다기보다는 허상을 사랑했던 것이다. 마르셀은 그 허상을 유령이라 칭하였다.


그러면 허상을 사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재산이라든가 성공 및 높은 지위 등 타인에 의해 확인될 수 있고 확정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는 -또한 그것이 젊은 시절부터 나의 경우였다- 사람들이 실제로 있으며, 그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유령들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8 -소돔과 고모라>


프루스트와 같이 유령을 좇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유령을 좇는 사람들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이 '상상'이라 하였다.


어떻게 보면 프루스트도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재창조했던 것'이다. 그의 기억의 상당 부분은 상상이며 창조인 것이다. 난 오랫동안 지녔던 의문을 하나 해소할 수 있었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그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이어지는 기억을 모두 어떻게 저리도 세밀하게 재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프루스트는 '유령'을 좇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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