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론
높다. 산등성이를 깎아내리듯 표류하는 강가의 물고기 시체 하나의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사나흘 전쯤 집앞 우체통에 배달된 한 이름 모를 신문이 떠오른다. 다루는 것에는 여느 신문들과 다르게 자연의 사진이 가득했다. 때로는 자연만큼이나 소름 끼치는 것이 없다는 말을 어느 교수의 강의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나름 유학파라, 이 점은 남들에게 으스댈 만한 것이었다. 그 교수는 나에게 유독 눈독을 들였는데, 언젠가 한번은 나를 따로 불러 내어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설령 앞길이 보이지 않다 하더라도 나의 미래는 창창할 것이라는 것과, 인간사에서 보이는 것들은 자연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은 필연적으로 역설이 가득한 일련의 사건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교수의 말을 그다지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한국으로 귀국하면 다시 볼 일은 없을 사람이었으니까.
물고기 시체는 물결을 따라 떠다니며 사방에 자신의 과거를 각인해 놓는다. 며칠 뒤 그 강변에 다시 가보니 물고기는 강 바로 옆의 돌부리에 걸려 수많은 파리들에게 몸을 뜯기고 있었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의감에 끌려, 사체 근처에 낚시용 의자를 펼쳐 앉았다. 예전에 이 강가에서는 바다에서 떠밀려 온 쓰레기가 많았다고 한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집어 주머니칼로 배를 갈라 보니, 그 속은 마치 몇년 전 지저분했을 시간을 보여 주는 듯했다. 오한이 찾아와 그것을 툭 던져 두고 연식이 꽤 된 승용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T교수는 미국의 철학 교수였다. 그에겐 유난히 아끼는 한 한국인 학생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고자 파일을 열려 하니 그것이 알 수 없는 오류로 열리지 않는다는 응답이 모니터에 나왔다. 그는 벽에 걸려 있는 부러진 화살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금 고개를 돌려 학생이 제출했던 파일을 여는 일에 몰두했다. 컴퓨터가 최신식이었으니 이런 오류가 날 리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모니터는 암흑으로 가득 차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휴대전화로 그의 동료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