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종말
……T 교수는 작은 눈을 치켜뜨며 천장을 노려보았다.
잠시 한국을 보자면, 그는 잠을 자고 있었다. 꿈 속에서는 계속해서 고기의 뱃속에 있던 화살 파편이 떠올라 그의 잠을 괴롭혔다. T 교수님, 이것이 진정 당신이 말해 주었던 역설입니까? 한때 학생이었던 남자는 이제 흔한 직장인이 되어 흔하지 않은 신문사의 칼럼을 읽는 재미로 살고 있었다. 어제 자 기사의 사진을 보니, 그 물가가 나왔다. 수록된 이야기는 대충 그곳이 환경오염을 극복한 좋은 예시라는 것이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T교수는 동료 교수의 자택으로 향했다. 비록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반드시 기야 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 문 앞에 서자, 손끝을 타고 정체모를 따가운 감정이 올라왔다.
동료 교수는 T 교수가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진즉 사망한 채였다. 교수는 동료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길로 종적을 감추었다.
그의 대학에서는 백방으로 그를 수소문했으나 뉴욕 어딘가의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개탄스럽게도 그 건물은 폐쇄된 지 오래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어진 수색 작업에서도 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살이 날아와 폐부에 박혔다. 잠기어만 가는 의식은 점차 또렷해지고, 그의 운행은 모든 것 위에 떠 있었다. 무신론자였던 그에게 이는 놀랍도록 경이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덤덤했다. 자연의 사진 속, 한 숲의 사진에는, 나무에 화살의 형상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이 박혔다. 물론 진짜 박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하튼 그는 절박히 거울을 쪼개며 환희에 차 교수와의 기억을 전부 소진하였다. 그의 부고를 얼마 전 미국인 친구를 통해 전해들었다.
후일담으로 전하자면, 이 글은 그의 일기장에서 착안하였다. T교수의 일화는 이 후일담의 작성자가 보고 들은 것을 옮긴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행운만이 가득하여 영광을 누리기를 아주 간절히, 또 간절히 빈다. 평안한 여생 보내시길. T 교수에 대해서는 하루이틀 전 그가 미국이 아닌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홀몸으로 돌아다닌다는 목격담이 들려왔다. 이제는 정말 안녕이다. 당신, 참으로 고생했다.
이제 이 글을 쓴 나도 저물어 갈 때가 온 듯하다. 삶이란 것은 너무나 역설적이었고, 내 삶 역시 그랬다. 녹슨 의자를 바라보며 만년필을 벽난로에 집어던져 넣었다. ‘T 교수’ 라 각인되어 있던 그 만년필을-꼭 화살처럼-던졌다.
이하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