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남기기

by 김문수

우리 집에는 거북이가 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좁디좁은 케이지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불행한 이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신다

케이지 벽은 전부 투명하다 잠금장치만 빼고 그러니까 사실상 전부 투명한 것과 그 다름이 없다 위에서는 백열전구가 열을 내며 작은 생태계를 비춘다 그게 아마 거북에게 태양일 것이다

젖은 바닥에 발을 올리니 양말이 젖었다

태양이 내뿜는 태양풍을 그 생명은 오로지 혼자 견뎌내고 있겠지 매일같이 그 몸집은 점점 커져 간다 원래 작았던 것도 있었어서 두 마리였으나 이젠 한 마리뿐이다 그 한 마리에게 이 하나의 집 속의 집에 평생을 홀로 살도록 두는 것에 가깝다

젖은 양말을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두 시간쯤 후에 건조기로 옮겨야 한다
바싹 말라 사막에 떨어진 옷감처럼 변할 것이다

거북이는 아직 살아있다 말 그대로 ‘아직’ 살아있다 바닥재들을 발톱으로 긁고 바싹 마른 네 다리로 발자국을 남기며 기어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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