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길가의

by 김문수

기억 속에 남는 것이라고는
화려한
비싼 몸으로 유도하는 것들
한때 길가의 너저분한 먼지였을 것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니
회백색 철창 너머 찍히는
수많은 도플갱어들

무정한 인내심에 치우쳐
유정한 것을 만들어 보고자
분투하던 열기 찬 공간은
한 순간 무너져 내려 케케묵은
폐건물이 되었으므로
바랬던 모든 것이 되돌아오지 않고
훨훨 날아가 버린 날

텅 비어 버린 마음을 채워 줄 무언갈
비틀거리며 찾아다니다가
또 뒤를 보니 번화가가 있으며
스포트라이트가 모두를 비추는데
아, 바람이 분다
다 껍데기만 남기고, 영원한 무늬 되어
화려하지 못해 서럽지 않은 것도 되어

연기 자욱한 쇠창살을 붙잡고 흔드는데
한 순간 길가의
저 버려진 귀금속들처럼
보도블럭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바닥보다 너무나 높은 그 기상에 눌려 가니
어쩌면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