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를 좋아하던 초등학생에서 공연기획을 꿈꾸기까지(1)

나의 한국 인디 입문기

by 검치와레

나의 인디 음악 입문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또래들 사이에서는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와 같은 2세대 아이돌 음악이 유행이었고 나 역시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다. 그런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도 있는 홍대병이 당시 13살 꼬마에게도 있었나 보다. 분명 아이돌 음악과 정통 발라드 등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남들이 듣는 음악과는 다른 음악을 듣고 싶었고 그렇게 접하게 된 게 바로 십센치라는 밴드였다. 물론 지금이야 십센치가 대중적인 히트곡+권정열의 방송 및 페스티벌 출연 등으로 모두가 아는 국민 가수지만 당시에는 다른 인디 가수들처럼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무명의 2인 밴드였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에 처음 내놓은 첫 EP <10cm The First EP>는 평소에 듣던 음악과는 180도 다른 매력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0cm The First EP>


아직도 내 최애 곡 중 하나인 '눈이 오네'와 별 거 아닌 일로 고민하며 밤 지새우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 'Good Night'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이 EP의 최고는 '새벽 4시'라고 생각한다. 도입부부터 기타와 젬베 사운드는 몽글몽글 새벽을 떠올리게 하고 '그 달, 그 밤, ~' 파트에서의 윤철종 코러스가 권정열 보컬에 정말 잘 어우러진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한 가사가 지금은 가슴에 와닿고 특히 마지막에 '지난 낭만의 꿈속에 어른이 된 나는 어지러워'라는 가사가 어른이 되고 나서 들으니 왜 이렇게 공감이 가고 슬프게 들리는지. 이 노래만 들으면 순수했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해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L3T11gRBc&list=RDJYL3T11gRBc&start_radio=1


정말 감사하게도 어느 분께서 무려 16년 전 벨로주에서의 새벽 4시 무대 영상을 올려주셨는데 이 영상이 당시 '인디 밴드'로서의 십센치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인디의 심장과도 같은 벨로주에서 기타와 젬베 하나씩 가지고 노래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참고로 얼마 전에 벨로주가 18년 간의 영업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장님의 글을 봤다. 나는 벨로주에서 공연을 본지는 얼마 안 되어 추억이 많지는 않지만 작년 마지막으로 본 공연이 벨로주였어서 그런지 기분이 참 묘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힘드셨겠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을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을 위해 힘써주신 박정용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어쨌든 13살이라는 조금은 이른 나이에 십센치로 한국 인디 음악에 입문하게 된 나는 중학생이 되어 나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 또 하나의 앨범을 만나게 된다. 바로 짙은의 2번째 EP <Wonderland>가 그 주인공. 여느 때와 같이 수학 학원에서 자습을 하던 도중 우연히 듣게 된 이 앨범은 나에게 또 한 번 인디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1번 트랙인 'Feel Alright'에서 어쿠스틱 선율에 얹어지는 첼로와 피아노 사운드는 사운드의 조화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참고로 내 최애 곡은 'December'이다. 담백한 목소리로 '내가 아닌 누군가 그대 곁에 머무르겠지'와 같은 가사를 던지니 겨울의 쓸쓸함이 잘 느껴진다. 이 앨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보컬 성용욱의 영어 발음이 처참하는 점이다.


226380.jpg <Wonderland>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한 두 앨범의 공통점이 참 많다. 일단 같은 2010년에 발매되었고 십센치의 경우 한참 나중인 2017년부터긴 하지만 두 팀 다 멤버가 탈퇴해 원맨 밴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요즘과 같이 일렉 기타의 리프가 돋보이는 곡들이 아닌 어쿠스틱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들이 대부분이고 십센치의 'Good Night'과 짙은의 'Feel Alright'은 위로가 되는 분위기에 '눈이 오네'와 'December'은 겨울의 쓸쓸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대표곡이라는 점까지. 16년 전 그 당시의 인디 느낌을 알고 싶다면 정말 강추하는 두 앨범이다.




이렇게 2년에 걸쳐 좋은 앨범을 맛본 나는 이후에도 넬이나 검정치마와 같은 인디 음악을 꾸준히 들었지만 2023년 전까지 약 10년의 기간 동안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당시와 대학교 초반까지 약 5년 간은 EDM에 빠져 정말 하루 종일 그것만 들었고 군대 전역 이후에는 국내 힙합에 빠져 인디 음악을 점차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3년 우연한 계기로 다시 어린 시절 그 이상으로 인디 음악에 빠지게 되고 공연기획을 꿈꾸게 되는데... 이후 얘기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