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놀이인가, 게임인가, 스포츠인가
풋내기 기자 시절, 신문사의 고문으로 초빙된 미국인 저널리즘 교수가 수습사원 특별 교육시간에 던진 질문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는 일종의 ‘선문답’ 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는데 이 대목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렇게 선명하게 각인된 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얼뜨기가 나름대로의 명쾌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질문은 “스포츠는 왜 뉴스가 될까”였다. “왜 모든 언론매체가 스포츠를 주요 뉴스로 취급할까.”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로 구성된 동기생들의 대답은 대충 ‘재미가 있으니까’로 모아졌다. 하지만 그의 해설은 훨씬 더 진지했다. “Because there is a struggle.” 승리를 얻으려는 ‘투쟁’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인간의 삶 자체가 투쟁이고, 인간의 본성에 투쟁을 즐기는 속성이 있으며, 그 투쟁이 투영된 분야가 스포츠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흥미를 갖는다고 했다. 미주리대 교수 출신 미국인 고문의 강의를 들은 그날 이후 스포츠에 대한 내 관점에 상당한 ‘철학적 깊이’가 생겼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당구를 스포츠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난 주저 없이 ‘그렇다’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당구를 아직 단순한 놀이나 게임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여타 구기 종목에 못잖은 고난도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습득해야 할 기본 매너와 룰, 구사해야 할 테크닉 등의 수준은 골프에 견주고 싶다. 당구와 골프는 죽어 있는 공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결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에서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