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일반 수용가는 3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는다. 태양광 발전소에는 4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는다. 정기검사는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한다. 이름 그대로 전기가 안전한지를 의무적으로 검사를 하라고 전기안전법에 명시되어 있다.
영성빌딩은 지난달에 검사를 받았다. 영성빌딩의 관리소장 이건주씨는 검사가 통보되자 미리부터 걱정이었다.
“검사에서 불합격 맞으면 안 될 텐데, 점검을 잘 해 주십시오. 미연에 예방을 해야지요.”
“예, 그럴게요. 몇 번에 걸쳐서 봤는데, 뭐 이정도면 걸릴 것은 없을 것 같아요. 단지 발전기는 지난달에 돌려 봤으니까, 그때 가서 돌리도록 하지요.”
그랬는데, 발전기 때문에 불합격을 받았다. ASS를 자동으로 ‘개방’을 눌러서 떨어졌다. 변압기 절연저항도 좋단다. 단지 발전기가 돌지 않은 것만 불합격의 원인이 되었다. 한전 전기가 단전이 되면 발전기가 자동으로 돌아야 한다. 그런데 발전기는 꿈쩍도 않는다. 내가 올 때마다 발전기의 직류전압을 쟀다. 그때마다 26V였고, 베터리 표시등도 초록불이 나왔다. 그런데 발전기가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발전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 원동기와 발전기다. 원동기는 오토바이처럼 동력의 원인이 되는 내연기관이다. 오토바이 면허증도 그래서 이름을 원동기면허라고 한다. 발전기는 원동기에서 나오는 회전력을 전기로 만드는 부분이다. 1800rpm의 회전수로 60Hz의 주파수로 380V 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전기로 한전전기가 나갔을 때 비상부하로 공급한다.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사람이 탔는데, 한전전기가 나가서 멈추면 안 되니까 발전기에서 만드는 전기를 공급해서 사람이 탈출하게 한다. 복도나 비상 탈출구나 대피로에 전기를 공급해서 사람들이 화재나 재난을 피하게 한다. 이것도 정기검사에서 빠지지 않는 점검대상이다.
영성빌딩에는 한 달에 세 번을 간다. 이건주 소장은 갈 때마다 재검사를 걱정한다.
“발전기는 기술자를 한번 부르려고만 하면 먼저 출장비가 30만원이니 해요. 아무 것도 안 해도 출장비를 줘야 한데요.”
“맞아요. 그 사람들은 특수기술자라서 한번 오기만 해도 그렇게 줘야 해요. 그 뿐인 줄 아세요? 부품은 또 얼마나 비싼데요. 시중에는 나오지도 않아서 부르는 게 값이에요.”
“그런데 왜 관리를 잘 안하셔서 고장이 나게 됐어요?”
“예, 그게 관리를 한다고 됩니까? 이 발전기를 놓은 지가 30년은 됐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 달에 한번 수동으로 무부하운전하고, 밧데리 전압 측정하는 것뿐인데, 한계가 있지요. 지난달에 우리 운전 한번 했지요? 그 후에 안 된 것은 우리 영역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리고 발전기는 사용자가 관리를 해야 해요. 엔진오일 갈아 주고, 냉각수 보충하고, 연료 보충하고, V벨트 점검하고,.... 자동차하고 똑같아요. 수용가가 하는 거예요. 전기안전관리법에는 안전관리자는 기동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보면 되요.
“그래요?”
“기계도 인생하고 똑같아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금방 시동이 걸렸는데, 돌아서서 다시 해보려고 하면 안 될 수가 있어요. 우리가 지난번에 수동으로 운전했잖아요. 검사 때는 자동으로 운전하려고 했는데 안 됐어요. 기계가 그래요. 완벽하지 않잖아요. 누구 탓도 아니에요. 이사회에도 그렇게 보고하세요. 소장님은 제가 볼 때도 밧데리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발전기도 먼지 하나 없이 관리를 잘 하셨어요. 그건 저도 인정을 해요. 하지만 30년이 된 발전기를 어쩌겠어요. 고장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요.”
“지금 한번 수동으로 돌려 볼게요. ‘운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수동으로 한 번 더 돌려봤다. 역시 안 된다 지난달에 돌려봤을 때는 수동으로는 시동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수동으로도 안 된다.
한 달이 지났다. 엊그제 다녀왔는데 이건주소장이 전화를 한다. 90여 군데는 다니는데, 딱 두 군데서는 내게 전화를 하면 벨이 다섯 번은 울리고 금방 끊어진다. 나는 전화를 받으려고 채비를 하다가 보면 끊어지고 만다. 운전을 하다가 귀에 리시버를 꼽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다 보면 벌써 끊어지고, 부재중전화라고 찍히고 만다. 이건주소장이 그 둘 중에 하나다. 또 한 사람은 까리띠스 수녀원의 관리소장이다. 이 둘은 나이가 우리 또래다. 우리가 클 때는 전화 한 통화라도 아낄 때였다. 동네 이장네 집에 전화가 하나 있어서, 누구한테 전화가 오면 동네 마이크로 ‘영철이 전화 받으세요. 서울에서 전화 왔습니다.’라고 방송을 한다. 밥을 먹다가도 고무신을 꿰어 신고 이장네 집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었다. 전화비도 상당히 비쌌었다. 남이 나한테 전화를 하면 전화비가 안 들지만, 내가 전화를 걸면 전화비를 내가 내야 한다. 그러니 전화를 했다는 표시만 내면 안전관리자가 ‘을’이니까 다시 전화를 걸어 올 것이라는 계산이 있다.
신호등에 걸렸을 때 전화를 걸었다.
“예, 소장님 전화하셨네요.”
“예, 부장님. 발전기 밧데리를 갈았어요. 수동으로 운전을 하니까 되네요.”
“그래요? 잘 하셨네요. 그런데 안전공사에서는 자동으로 기동이 되는지를 보려고 해요.”
“맞아요. 그래서 부장님이 오셔서 자동으로 되는지를 봐 주실 수 있어요?”
“예,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부장님, 한전 전기를 끊지 말고 수동 기동을 시험해야 해요.”
“예? 지난번에 안전공사에서는 ASS를 내렸잖아요. 또 한 가지 방법은 ASS는 그냥 두고, ACB를 내리는 건데, 그래도 빌딩에 전기는 끊어지는데요.”
“밧데리 교체해 준 기술자 말로는 발전기로 들어가는 신호를 끊어 주면 전기는 살아 있고, 발전기는 자동으로 돈다는데요.”
“맞아요. 그러기는 해요. 발전기에 신호가 고압에서 들어 갈 수도 있고, 저압에서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걸 찾으면 되기는 해요.”
“부장님이 오셔서 그걸 좀 찾아 주시면 해요.”
“그래요? 알았어요. 다음에 가면 찾아볼게요.”
다음에 가는 날은 이제 사나흘 남았다. 그동안에 또 이걸 익혀야 한다. 내가 답을 찾아내는 데는 또 내 자판기 조부장이다. 커피만 사 주면 전기에 관한한 무엇이든 답이 척척 나온다. 가는 곳마다 또 발전기를 유심히 보았다. GCP(General Control Panel, 발전기제어판넬)의 사진을 찍었다. 각종 기기와 퓨즈를 골고루 찍었다. 그걸 가지고 사무실에 와서는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사 놓고 조부장을 불렀다. 커피만 사면 조부장은 묻는다.
“오늘은 또 뭘 물어 보시렵니까?”
“발전기요. 30년은 된 빌딩에서 정기검사에서 밧데리 때문에 불합격을 맞았는데, 밧데리를 갈았데요. 빌딩 사용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전기는 끊지 말고, 자동으로 기동이 되는지를 시험해서,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재검사를 받게 해 달랍니다. GCP에서 뭘 조작을 해야 발전기에 가는 전원을 차단할 수가 있습니까? 오늘의 문제입니다.”
나는 수용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게 ACB에요. ACB(Air Circuit Breaker, 기중차단기)가 떨어지면 이 전원이 떨어져서 발전기에 정전신호가 가는 것인가요? 여기 27R은 부족전압계전기(UVR, Under Voltage Relay)인데 여기 전원을 끊으면 한전전기의 전압이 떨어졌다는 신호를 받고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인가요? 뭐예요?”
“야, 이건 보통 수준의 질문이 아닌데....”
“이 두 개는 모두 저압에서 가는 신호인데, 고압에서 신호가 간다면 어디에서 간다는 말입니까?”
“부장님, 전기는 장소마다 다 달라요. 이론은 하나의 도면으로 그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적용은 다 달라요. 가장 확실한 것은 ACB든 27R이든 연결된 선을 따라서 발전기로 가 봐야 해요. 그러나 기중차단기든지 결상계전기든지, 도면에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선을 따라가 봐서 발전기에 가 닿았다고 해도, 잘 모르면 만지지 마세요. 확실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면 만지지 마세요.
“부장님, 전기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시기가 언제인지 아세요? 자격증 딴 지 1년까지예요. 부장님은 시설관리에 계셨지, 지금 이 일을 한지는 1년이 되지 않았잖아요. 지금입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자격증 가졌지, 이제 경력이 조금 쌓여서 조금 안다고 자신감이 붙었지, 아직 한 번도 전기를 조금이라도 쏘인 적은 없지, 이럴 때 한 번 당하면 크게 당하는 겁니다. 전기는 용서가 없어요. 그러니 확실하지 않으면 만지지 마세요.”
“그래요?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도면을 봐야 안다 이거지요.”
가는 곳마다 발전기를 주로 보았다. 정말로 GCP마다 전기 배선이 다 다르다. 발전기 제어 판넬에서 하는 일은 다 같을 텐데,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다. 마치 사람은 다 똑같은데 얼굴 모습이 다른 것과 같다. 숨 쉬고 살아가는 것은 똑같은데, 살아온 인생의 내용은 다 다른 것과 같다. GCP만 다른 것이 아니라, 발전기도 다 다르다. 한 가지 같은 것이 있다. 발전기를 기동하는 DC전압을 재는 방법은 똑같다.
밧데리가 발전기에 연결된 (+)는 (+)단자에 있다. (-)는 어디에 있을까? 발전기 몸체가 전부 (-)다. 이것은 자동차의 밧데리와 똑같다. 자동차의 밧데리도 (+)와 (-)로 표시가 되어, 자동차 앞의 본닛을 열면 보인다. (+)는 (+)단자에 연결되어 있지만, (-)전기는 자동차 본체다. 아무데를 찍어도 (-)전기가 된다. 그래서 자동차 밧데리를 갈 때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밧데리를 분리할 때는 (-)를 먼저 떼어 내야 한다. (+)를 먼저 떼다가 차동차 본체 어디에라도 닿으면 단락되어 불꽃이 튀기 때문이다. 결합할 때는 그 반대다. (+)를 먼저 결속하고, (-)를 나중에 결속해야한다. 이것만 주의하면 누구든지 자동차 밧데리를 교체할 수 있다. 발전기도 DC전압을 재려면 발전기 (+)단자와 몸체 어디든지 하나를 찍으면 현재 전압을 잴 수 있다. 발전기 밧데리는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해서 쓰는데, 둘을 합해서 24V 이상이면 된다.
저녁에 돌아와서 또 발전기 이야기를 조부장과 나누고 있었다. ACB는 불이 들어와 있고, 27R은 퓨즈만 있던데, 뭘 제거해야 자동 시동이 되느냐고 물었다. 우리 팀장 이부장이 우리 이야기를 듣다가 끼어든다. 팀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논쟁을 벌이는 것을 듣고는 끼어드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에요. 발전기가 어떻다고요?”
“영성빌딩요, 어려운 숙제를 내 줬어요. 지난번에 불합격을 맞았는데, 발전기 밧데리를 갈았다고 재검사 준비를 해 달래요.”
“해 주면 되지 뭔 걱정이에요.”
“빌딩에 입주한 입주자가 많은데, 한전전기를 내리지 않고, 발전기 자동운전을 시켜 달라고 하잖아요.”
“그게 가능이나 해요? 새벽에 사람이 없을 때 ASS를 내리든지 ACB를 내려서 시험을 해야지요.”
조부장은 슬그머니 빠진다. 뒷곁으로 나가 담배 한 대 피고 올 모양이다.
“가능하답니다. ASS와 ACB를 내리지 않고도 가능하답니다. GCP에서 발전기로 가는 선을 끊어서 전기 신호를 안 주면 자동으로 돈다는 겁니다. 그걸 날 보고 찾아 달라잖아요.”
“그게 가능하다고요? 내가 발전기 기술자에게 한번 전화해 볼게요.”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내가 한 설명을 또 간단히 한다. ‘그래요’, ‘그래요’를 몇 번 하더니 전화를 끊는다.
“부장님, 가능하답니다. 그래도 모르면 이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보세요. 이야기만 듣고 함부로 막 조작하지 말고요. 전기는 확실히 모르면 만지는 게 아닙니다. 확실하다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또 만지지 않는 겁니다. 발전기에 대해서는 이 사람에게 전화하고, 될 수 있으면 이 사람이 만지게 하지, 직접 조작하지 마세요. 우리는 솔직히 발전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전기 시험에도 발전기에 대해서는 용량계산이나 나오지, 회로는 나오지도 않잖아요.”
하고 전화번호를 준다. 나는 이부장이 건네주는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대도발전기 사장, 010-0000-XXXX’.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 가까이에서 발전기에 대해 물으면 대답해 줄 실무자를 만났다. 전기실에 가서 모르면 동영상으로 통화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퇴근하는데 금방 찍은 발전기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사장님, 아까 이명호부장과 통화하실 때 제가 옆에 있었습니다. 이부장님이 사장님의 전화번호를 줬고요. 제가 사장님 번호를 입력하느라고 전화를 걸었었습니다. 이부장과 같이 일하는 전기안전관리자입니다.”
“예 그렇군요. 혹시 현장에서 잘 모르시는 것이 있으면 제게 전화를 주세요. 성심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까 이부장이 이야기하실 때는 한전전기를 끊지 않고 자동발전을 하는 회로를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주 옛날 것이 아니라면 요즘은 대부분 많이 합니다. 새로운 설치도 해 드립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제게 전화를 주십시오. 제가 그냥 갔다가 준비가 되지 않아서 해결하지 못하면 출장비만 나오게 되니까, 제가 가기 전에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도록 발전기 사진을 많이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점검을 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영성빌딩 이소장에게 문자를 또 보냈다.
“오후에 갈 테니, 전기도면을 준비해 주세요.”
출발하기 전에 조부장에게 커피를 또 샀다. 자판기에 동전 투입하듯이 말이다.
“부장님, 발전기에 들어가는 UVR, 부족전압계전기는 27R이라고 표시되어 있어요. 그걸 끊으면 발전기가 돌아가기는 해요. 하지만 GCP의 도면은 하도 복잡하고 민감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드라이버도 대면 안 돼요. 발전기 전문가가 와서 자동운전를 하라고 토글스위치라도 달아 주었다면, 그걸 조작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드라이버를 돌려서 조작하지는 마세요.
“그런 작업은 2인1조가 될 때 가능한 겁니다. 그걸 만지다가 감전되어서 붙어 있으면, 한 사람은 옆에 있다가 발로 차기라도 해야 살 수 있잖아요. 감전되면 손 하나 까딱 못 해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조부장은 되레 걱정이다. 출발하기 전에 단단히 일러 준다. 나도 그러고마 했다.
화요일 오후 2시에 영성빌딩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청사진도면이 하나 보인다. 어릴 때 연을 만들려고 장롱을 뒤져 찾아낸 문종이 접힌 것 같다. 전기도면을 준비해 달라고 했더니, 30년은 넘은 도면을, 그야말로 청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설계도가 없다면 그걸 보면 다 알 수 있는데, 도면이 없으니 안 된다고, 처음부터 못 한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건 틀렸다.
하는 수 없이 발전기 GCP(General Control Panel)를 열었다. 여기에는 ACB에서 오는 선인지 가는 선인지 하는 ACB표시 자체가 없다. 27R은 한 선이 보인다. UVR이라고 하는데, 이걸 내리면, 아니 드라이버를 돌려 단자를 풀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다. 발전기 기술자가 아닌 다음에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이다’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대도 발전기 사장에게 보내고 통화를 했다.
“사장님, 며칠 전에 통화 했던 김부장입니다. 사진 두 장을 보내 드렸는데, 여기에서 27R을 떼면 발전기 자동운전이 가능해요?”
“27R을 뗀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아니, 김부장님이 직접 하시려고요? 그건 불가능해요. 전문가가 봐야 해요. 안 돼요.”
“알았어요. 사장님이 한번 오셔서 시험해 주세요. 사진을 보내드릴 테니, 파악해 보세요. 한번 오셔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토글스위치(Toggle Switch)를 달아서 다음에도 자동시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알았어요. 사진을 많이 찍어서 보내 주세요.”
이소장에게 설명을 했다. 발전기는 전기와는 또 다른 영역이라서 전문가가 와야 한다고 말이다.
“건물을 짓는데, 똑같은 건축업이라고 해도 벽돌 쌓는 사람하고 바닥 미장하는 사람하고는 분야가 다르잖아요. 그것 같아요. 발전기 전문가가 와야 해요.”
“돈 들 잖아요. 빌딩 운영자가 벌벌 떨어요.”
“돈 들여야지요. 이 큰 빌딩에서 그건 들여야지 운영하지요. 대신 한번에 와서 해결하도록 할게요. 왔다가 장비가 안 갖추어지면 다시 와야 하는데, 그래도 출장비가 나가잖아요. 그런 일은 없도록 할게요.”
그러기로 했다. 잘 설명을 했다. 어쩌겠는가? 내가 못하겠다는데, 이소장도 그러자는 수밖에 없다.
다 돌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조부장에서 전화가 왔다. 발전기 보러 간다고 했는데, 무사히는 돌아오는지 궁금했단다.
“부장님, 전기의 결론은 뭐예요? ‘안전’이에요. 그럼 발전기의 결론은 뭐에요? ‘건드리지 않는다’에요. 그래도 발전기에 대해서 한 가지 더,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게 뭐예요?”
“발전기를 시험하느라고 돌렸는데, ‘정지’버튼을 누르면 발전기가 꺼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꺼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300kw의 전기를 발생하느라고,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만한 발전기가 펄펄 살아서 돌아가고 있잖아요. 발전기의 온도가 150˚C, 200˚C가 되는데, 쿵쾅거리면서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스위치를 다 내려도 멈추지 않을 때가 있어요. 소리는 또 얼마나 커요. 가만 두면 금방이라도 폭팔할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요? 내가 그런 경우를 한번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가 있어요?”
“정지버튼이 먹지 않는 것은 그 단자다 단선됐거나, 쥐가 쏠아서 단락되어 끊어지기도 해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꼭 기억하고 대비해야 해요.”
“어떻게 해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연료 호스를 꺾어서 연료주입을 막는 거에요. 둘째는 쵸크벨브를 열어서 실린더 압력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런 건 나중에 더 이야기해요.”
옛날 물레방앗간에서 동력을 얻어 방아를 찧을 때, 한쪽 켠에는 발동기가 있었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이 적을 때, 작은 아버지가 발동기 시동을 걸었다. 코를 누르고 큰 철제 바퀴를 돌리다가 코를 놓으면 ‘시쿵, 시쿵’하다가 검은 연기를 내 품으며 시동이 걸리던 그 코를 말하는 모양이다. 저 멀리 떠서 올려다 보이는 흰 구름 아래가 내 고향 쯤 되려나, 아마 그보다 더 멀 테지,... 전기실 발전기를 넘겼더니, 방앗간의 발동기가 생각나고, 어릴 때 돌아가던 물레방아가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