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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권 Nov 10. 2024

전기는 찍어 봐야 안다.


사장님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은 월요일 오전이다.

  “오케마트 아시지요. 거기서 콘센트가 탔다니까, 전화하고 한번 가 보세요.”

점검을 하나 마치고 OK마트에 전화를 했다. 오전 중으로 가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마트로 갔다. 정육부 냉장고에서 콘센트에 꽂은 멀티탭이 새까맣게 탔다. 직원이 들어 올린다.


  먼저 어느 차단기에서 탔는지 알아야 한다. 직원이 앞장서 찾아 간다. 판넬 안에서 누전차단기가 하나 떨어진 것을 가리킨다.

  “여기가 내려갔어요.”

  “알았어요. 점검을 해 볼게요.”

우선 선을 분리하고 누전차단기가 정상인지를 점검했다. 2차를 분리하고 누전차단기를 올려보니, 고장이 나서 올라가지 않는다.

  “이건 차단기가 고장이 났어요. 이걸 바꿔 줘야 해요.”

그리고 나서 탔다는 콘센트로 갔다. 콘센트 세 개 중에 두 개는 나가고, 하나는 들어온다. 하나는 꼽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아까 콘센트가 탔다는 차단기를 분리했는데, 그 분리한 선에 달린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직원을 불렀다.

  “이게 그 차단기에서 온 선이 아니잖아요. 아까 내가 선을 분리했는데, 어떻게 전기가 와요. 지금도 쓰고 있잖아요.”

직원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콘센트에 연결한 선을 구석에서 꺼내 살펴보니, 두 선이 온 것이 아니라 네 선이 케이블로 왔다. 케이블로 봐서는 3Φ4W(3상 4선)이다. L1, L2, L3 3상에, 중성선까지 합해서 4개의 전선이 왔다는 말이다. 이건 틀림없이 2p ELB(2단자 누전차단기)에서 온 것이 아니다. 4p MCCB(4단자 배선용차단기)에서 온 것이 틀림없다. 케이블이 3Φ4W 아닌가? 메인판넬과 서브판넬을 모두 뒤져서 MCCB가 떨어진 것이 있는가 찾아봤다. 없다. 또 불꽃이 튀었으면 떨어졌을 것인데, 활선테스터기를 대 보면 ‘삐-’소리가 나는 것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콘센트에 활선 테스터기를 대 보면 네 선에서 모두 전기가 살아있다는 표시가 난다. 죽었다는 콘센트에 들어간 선에 대도 ‘삐-’소리가 난다. 뭐 어느 콘센트건 간에 하나는 중성선이니까 ‘삐-’소리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산 콘센트나 죽은 콘센트나 다른 한 선에 대면 ‘삐-’소리가 난다. 이게 뭔가? 콘센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를 보려고 스텐드를 꽂아 보면 위로 두 개의 콘센트는 죽어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데, 맨 아래 콘센트에는 불이 들어온다. 그런데 활선테스터기를 대 보면 세 콘센트가 모두 살아 있다. 이게 또 무슨 조화인가? 


  세 번째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3Φ4W이 들어 왔으면 콘센트에는 틀림없이 220V가 들어가야 한다. 220을 만들려면, L1이든지, L2든지, L3이든지 하나에다가, N(중성선) 하나를 연결해서 콘센트에 접속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중성선에는 선이 세 개가 연결되어야 하고, L1, L2, L3는 각각 하나씩 연결되어서, 세 콘센트로 가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연결된 선을 보자. 4선 중에 두 선이 두 개씩 접속되어 있고, 나머지 두 선은 하나씩 연결되어 있다. 이걸 해석하자면, 콘센트 두 개는 핫선(380V) 하나와 중성선(0V)이 연결되어 있는데, 세 번째 콘센트에는 380V가 두 선이 물려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1. 직원은 떨어진 ELB를 지적해 주었는데, 그건 아니다. 차단기에서 선을 분리했는데도 전기가 온다. 

  2. 전기가 온 케이블을 보니 3Φ4W이다. 콘센트에 램프테스트를 해보니 죽었는데, 활선테스터기를 대 보니 살아있다. 

  3. 콘센트 배선도 전혀 맞지 않는다. 380V 두 선으로 콘센트를 쓸 수 있는가? 

  4. 거기다가 불에 탔다는데도 떨어진 차단기는 없다니 말이다. 

머릿속에 도면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혼란만 가득하다. 


  하는 수 없이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장님,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탔다는 차단기 찾았어요?”

  “아니요. 못 찾았어요. 떨어진 차단기가 없어요.”

  “조부장과 통화해서 해결 못하겠어요?”

  “조부장요? 조부장은 자기 일 갔지요.”


  통화를 하고 콘센트를 뜯는데 사장이 들어선다. 사장은 맨손으로 달려든다.

  “전기는 찍어 봐야 알아요.”

  “이 테스터기를 대 보니 죽었다는 콘센트에서도 ‘삐-’소리가 나요.”

  “그 테스터기는 전기가 조금만 흘러도 소리가 나요. 이걸 쓰면 안 돼요. 찍어 봐야 해요.  먼저 차단기를 찾아봅시다. 내가 하나씩 내려 볼 테니, 전기가 오나 안 오나 신호를 보내 주세요.”

판넬을 안내했다. 밖에서 전기가 들어오는 주 판넬에는 3Φ4W(3상4선식)과 3Φ3W(3상3선식)만 있다. 사장은 판넬에서 차단기를 하나씩 내릴 때마다 전화기로 묻는다.

  “전기 와요?”

  “예, 와요.”

나는 활선테스터기를 대고 ‘삐-’소리가 나면 온다고 대답을 한다. 거기에 있는 차단기를 다 내려 봤는 모양이다. 묻는 대로 다 전기가 온다. 그 판넬이 아닌 모양이다. 조금 있더니 또 묻는다. 그 옆에 서브판넬(Subpanel)에 간 모양이다. 

  “전기 와요?”

  “와요.”

  “전기 와요?”

  “안 와요. 여긴 안 와요.”
 사고 차단기를 찾은 모양이다. 전기를 다시 올리고 돌아왔다. 이제는 왜 전기가 오는데, 콘센트에는 전기가 죽었는지를 찾아 볼 모양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전기는 오는데, 콘센트는 죽었다. 그렇다고 콘센트가 고장이 난 것도 아니란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이게 위에서 나는 소리인가, 아래에서 나는 소리인가? 이게 된장인가 똥인가?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말이다. 전기가 왔다고 활선테스터기는 울리는데, 스텐드를 꼽아보면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 의문을 풀기 위해 사장이 맨손으로 덤빈다. 두 선이 연결된 절연테이프 묶음을 조금 헤친다. 두 단자를 재어보더니 나보고 보란다.

  “부장님 여기 보세요. 본래는 얼마가 나와야 해요.”
   “220V가 나와야지요.”

  “그런데 52V밖에 안 나오잖아요. 반불밖에 안 나오잖아요.”

  “예? 반불이요?”

사장은 자기에게 전화를 했다던 책임자를 전화로 부른다. 젊은 팀장이 왔다. 

  “팀장님 여기 보세요. 지금 쓰고 있는 콘센트는 두 선을 재보면 220V가 나와요. 그런데 여길 보세요. 탔다는 콘센트로 들어가는 선은, 여기 보세요, 52V 밖에 안 되지요. 중간에 끊어졌다는 뜻이에요. 콘센트만 갈면 될 일이 아니에요. 공사한 업체에 연락해서 공사를 다시 하셔야 해요.”

책임자가 알았다고 가고는, 날 보고는 콘센트 끼워 두고 철수하란다. 


  철수는 했지만 ‘풀리지 않는 매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두 선, L1과 N에서, 한 선씩 뽑아 콘센트를 구성했다면, 콘센트에 들어간 두 단자를 재면 220V는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선씩 들어간 선은 뭐란 말인가? 이것은 하나는 L2고 다른 한 선은 L3일 텐데, 이걸로 잰 전압이 220V일 리가 없다. 380V이어야 한다. 집에 가서도 밤늦게까지 잠도 안 오고 전선 매듭이 눈에 어른 거렸다. 옛날에 독일어 공부를 할 때 der des dem den 성이 인칭별로 어미에 변환을 주듯이, 이게 여기 걸리고 저게 저기 걸려서 그런 뜻이 된다는 해석을 하느라고 눈앞에 단어가 왔다갔다한 것처럼, 전기 결선이 어떻게 되었기에 이런 전압이 나오느냐고 눈이 팽팽 돌아가 잠도 오지 않는다. 


  이튿날은 아침에 조부장이 출근을 하자마자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 보라고 했다. 조부장은 사진으로만 봐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멀지 않으면 현장을 한번 함께 가 보잔다. 

  “아, 좋아요. 갑시다. 커피도 거기 가서 사 줄게요.”

OK마트는 회사에서 5분 거리다. 우선 현장부터 갔다. 직원이 어제 내가 왔을 때 풀어 놓은 ELB에 간다. 이번에 스파크가 일어나서 떨어졌다는 차단기가 이거란다.

  “퍽 하더니, 이게 떨어졌어요.”

  “아니에요. 그것은 어제 내가 단자를 분리해 놓았잖아요. 지금도 네 선에 전기는 다 들어와요. 그런데 콘센트 두 개는 반전압이 걸리고, 맨 아래 하나는 정상적으로 쓰고 있어요. 그게 아니에요.”

  “그럼 이거겠네요.”

  “뭐요, 어떤 거요.”

  “그 아래 거요, 여기도 정육부 냉장고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래요? 한번 내려 보세요.”

그걸 내리니까, 네 단자에 전기가 모두 나간다. 

  “아니, 두 단자를 내리니까, 네 단자의 전기가 모두 나가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조부장은 차단기를 확인했으니까, 커피부터 마시고 하잔다. 마트 안에는 따뜻한 커피가 없어서 근처 커피점을 찾아갔다.     


   난 의문이 여전한 채로 연장을 메고 마트로 들어서는 조부장을 따라 갔다. 어떻게 하는 지 볼 참이다. 조부장도 어떻게 되는지 보려면 찍어 봐야 한단다. 

  “전기는 눈으로 봐서는 몰라요. 찍어 봐야 알아요. 부장님이 들고 다니는 삑삑이는 나는 안 써요. 소용없어요. 그건 고압에 다가갈 때 정전기 파장이 어디까지 오나 알아보고 피하기 위해 쓰는 거예요. 50V에도 소리가 나고, 그 아래 전압에도 소리가 나는 게 좋지요. 하지만 그걸로 통하는 전기가 ‘정상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어요. 찍어 봐야 알 수 있어요.”

조부장은 어제 사장과는 좀 다른 방법으로 전압을 측정한다. 사장이 아래부터 절연 테이프를 까서 전압을 쟀다. 조부장은 절연 테이프 감은 위에 마구리 끝을 립버로 끊고, 전선이 보이니까 거기를 잰다. 

  “여기 접지선이 있네요. 여기서 재 볼게요. 접지와 N상을 재면 전압이 0이겠지요. 여기는 0이 나오네요. 접지와 L1나, L2나, L3를 각각 재면 얼마겠어요. 220이겠지요. 여기 두 선을 묶은 곳은 220V가 나와야 정상인데, 지금은 52V가 나오네요. 반전압이 뜨네요. 이 선이 중간에 단선이 됐어요. 문제의 세 번째 콘센트요. 보세요. 이 접지선과 재면 한 선은 220V가 뜨는데, 한 선은 0V네요. 이 선이 중성선이라는 뜻입니다.”

어제 사장과 같은 소리를 한다. 반전압이 뜬다는 콘센트에 연결된 선은 어제처럼 52V가 뜨고, 사용하는 콘센트는 220V가 뜬다. 


  있던 대로 복구를 해 놓고는 나왔다. 각자 점검 장소로 출발하기 전에 마트 마당에서 해결책을 또 내 놓는다. 

  “네 선이잖아요. 이걸 다시 깔아야 해요. 콘센트를 물리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콘센트에 두 선을 묶어요. 그러면 하나가 되겠지요. 차단기에서는 두 선을 도통시험을 해요. 묶인 두 선에 대면 도통시험에서 ‘삐-’소리가 나겠지요. 한선으로 통했다고. 그 두 선을 차단기에 물리고, 콘센트에는 묶었던 두 선을 연결하면 돼요. 나머지 두 선은 또 다른 콘센트를 만들면 돼지요. 간단해요. 전기는 ‘0’ 아니면 ‘1’이니까요. 중간이 없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Inlet(투입)이 두 선이고, Outlet(배출)이 네 선이잖아요. ELB에 물린 선은 2p고, 케이블에서 나간 선은 4가닥이잖아요. 지금 문제는 이것이잖아요. 이걸 설명해 보시라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조부장의 설명을 준비하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서 불이 하나 퍼득 들어왔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아, 알았어요. 이거네. 보세요. ELB에서 두 선이 나가서 천장에 박스가 하나 매립되어 있어요. 그 천장에서 한 선씩 더 보태서 묶었어요. 그래서 네 선이 된 거야. 케이블이 배전반에서 출발해서 콘센트까지 간 것이 아니네. 이러면 설명이 되네. 그렇지요.”

  “그러네요. 그래서 콘센트 앞에서 핫선 하나와 중성선 하나에, 각각 두 선을 연결해 콘센트 두 개를 썼어요. 다른 핫선 하나에 중성선 하나를 콘센트에 연결해 지금 쓰고 있네요. 두 선을 연결한 선이 중간에서 끊어졌어요. 맞아요.”

  “그러니까 아까 잰 전압에서, 옆에 있던 접지선에 한 선씩 일일이 전압을 쟀을 때, 두 선은 220V가 나왔고, 두 선은 0V가 나온 것이 그거네요. 한 선씩 ELB에서 나와서, 천장에서 두 선을 더 연결해서, 이 바닥까지 네 선이 왔어요. 거기서 다시 핫선 하나와 중성선 하나에 한 선씩 더 물려서 콘센트를 두개를 만들고, 다른 두 선은 콘센트 하나를 연결해서 썼어요.”

  “콘센트를 두 개 물린 선에서 과부하가 걸려서 전선이 끊어져서 반전압이 뜨게 된 것입니다.”

  “그러네.... 야, 역시 전기 박사랑 다니니까, 매듭이 풀리네.”

가장 어려운 문제가 풀렸다. 이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다. 

  “저를 박사라고 하지 마세요. 전기에는 박사가 없어요. 전기는 아직도 인간이 정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전기박사는 없어요. 박사라고 하면 안 돼요.”

전기 도면이 머리에서 그려진다. 길이 보인다. 원인이 파악이 되고, 결과가 이해가 된다. 조부장은 노란 은행나무 아래서 담배 하나를 더 피고, 나는 연기를 피해 돌아서서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조부장과 헤어져서 멀리 양평 까리따스수녀원에 갔다. 늦게 출발해서 그 근방에 한군데 더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명태탕을 주문을 해 놓고 앉으니, 또 OK마트 생각이 난다. 의문점이 하나 더 남았다. 퍽 하고 멀티탭이 탔다는데, 과부하가 결려서 ELB가 떨어져야하는데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내게는 조부장 밖에 없다. 조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부장님, 식사 하십니까? 막간을 이용해서 질문 하나 더....

   OK마트가 멀티탭이 타서, 전선도 타고, 반전압이 들어오게 된 원인이 ‘과부하’때문이지요?     그런데 왜 아까 본 ELB는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조부장은 식사가 끝났는지 바로 전화를 한다. 이래서 조부장이 좋다. 다른 사람들은 전화도 안 받으려고 하는데, 모르는 것이나 의문 나는 것이 있어 물으면, 자판기, 그래 자판기처럼 한 치도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해 주어서, 조부장이 좋다. 조부장이야말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하는 배달의 민족이다. 

  “부장님, 식사 하셨어요.”

  “이제 주문 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전화 줘서 고마워요.”

  “문자로 주신 거 말이에요.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아까 부장님이 생각해 내신 것처럼, 두 선이 ELB에서 출발해서 가서, 천장에 박스에서 두 선을 더 연결했어요. 연결할 때 확실하게 결선을 안 했어요. 거기서 열이 나서 절반만 끊어졌어요. 그래서 반전압이 걸린 겁니다. 그러니까 ELB에서는 과부하는 안 걸린 거예요. 절반이 끊어졌으니까 과부하는 아니에요. 그래서 안 떨어졌던 겁니다.” 

  “아, 그래요? ‘퍽’하면 무조건 타고, 끊어지고, 떨어지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군요.”

  “아니에요. 전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0’아니면 ‘1’이라서 결과는 순식간에 나타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인간사만큼 다양해요. 이게 전기에요.”


  명태탕이 맑다. 맑지만 맛은 깊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시골식당 주차장 가로 코스모스가 청순하게 피었다. 단풍이 막 지려고 하는 하늘도 맑다. 오랜만에 문제를 다 푼 내 마음도 맑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다 알겠다.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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