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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권 Nov 24. 2024

콘센트를 Consent(동의, 찬성)하게 하라.


자비농원에 가서 판넬을 열 때마다 걱정이다. 접지가 되어 있지 않는 판넬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가니까 귤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은 나무의 크기가 어른 키만큼씩밖에 하지 않아서 사다리를 타지 않고도 귤을 딸 수 있다. 오히려 전기 판넬의 키가 더 크다. 귤나무처럼 판넬이 땅에 붙어서 서있다면이야 접지가 자동으로 되어 있으니 걱정이 없는데, 허벅지만큼씩 올려져서 손을 높이 들어야 판넬 문을 열 수 있다. 귤은 보이기라도 하지, 충전전기는 보이지도 않게 도깨비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내가 판넬을 열려고 손을 댔을 때 나를 통해 땅으로 흐르려고 한다면 어쩌겠냐고 걱정이다. 이건 냉장고를 열 때 ‘찌릿’하고 오는 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성박사인생고기네는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열 때마다 전기가 온다고 성화였다. 그런데 이제 조만간 전기공사를 다시 할 테니까, 공사를 하게 되면 접지공사도 집어넣어서 전체적으로 손보라고 미뤘다. 성박사인생고기에는 2호실에 있는 판넬의 메인 차단기(MCCB)에 탄화가 있어서다. 처음에 건물을 지을 때 전기를 적게 계약을 했다. 가게에 장사가 잘 되면서 조금씩 늘렸는데, 전기도 함께 배선을 늘렸다. 그런데, 몸에 힘줄처럼 벽 속을 통하는 전선은 늘리지 못했다. 올 여름 열대야가 사상 최대였다는 여름 장사를 하면서 에어컨 부하가 많았는지, 메인판넬 내에 L2 단자가 절연물에 탄화가 발견되었다. 판넬의 크기도 늘리고, 전선의 배치도 넉넉하게 하고, 배전반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했다. 


  거기다가 또 정리해야 할 것이 주방에서 쓰는 냉동고, 냉장고, 세척기 등 주방기기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사용하는 콘센트가 부족했다. 널널하게 사용해야할 주방이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지고, 냉장고가 주방을 벗어나 뒷곁에까지 나가 있고, 불과 물이 얽혀서 사용되다보니까 전선 정리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전기는 마음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도깨비같다. 우선 보이지가 않으니까, 잘 되다가 안 되는 것이 무엇때문인지를 모른다. 처음에는 냉동고 문을 열려고 손을 대면 짜릿했단다. 한참 뒤에는 저쪽 냉장고에서도 전기가 왔다. 이번에는 반찬 보관통에서도 전기가 온단다. 

  “부장님, 전기가 와서 죽겠어요. 내가 통닭같아요."
 주방장 아주머니가 팔을 몸에 붙이고 진저리를 친다.

  “그 정도에요? 알았어요.”


  하지만 콘센트를 벗어난 전기는 내 소관이 아니다. 전기안전관리자의 업무는 한전책임분계점에서부터 콘센트까지다. 수용가의 ASS에서부터 전등 연결선까지다. 전등을 무엇을 달아서 쓰든지, 콘센트에 무엇을 꼽아서 쓰든지, 그것은 사용자가 마음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 한계 안에 있어도 공사는 또 아니다. 점검뿐이다. 안전한지 아닌지,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됐는지 안 됐는지만 보면 된다. 성박사인생고기에서 부탁하는 냉동기, 식기세척기, 냉장고에서 전기가 온다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의 임무는 아니다. 하지만 인생사가 어찌 그런가? 전기에 대해서 잘 모르면 우리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전기가 온다는 성박사인생고기에 대하여 아주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내 전임자 김명섭 부장과 용성전기에 갔을 때다. 공장에서 틀어 놓은 에어컨에서 누전이 되어 켜거나 끄려면 전기가 온다는 것을 해결해 주었다는 현장을 본 기억이 났다. 에어컨 외함에 볼트를 박아서 접지선을 연결하고, 그선 반대편을 옆에 기둥으로 세워진 H빔에 연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김부장이 그랬었다.

  “이거 봐요. 접지를 했어요. 잘 했지요”

난 그때 그게 잘했는지 못했는지도 판단하지 못했었다. 전임자가 잘 했다니까 잘 한 것인 줄 알았다. 성박사인생고기의 주방에 냉장고와 냉동고 접지를 그렇게 해결해 볼 심산이었다. 잘 했다니까 말이다. 그런데, 거기는 바닥도 타일이고, 벽도 타일이고, 어디 기둥에다가 접지선을 물릴 마땅한 장소가 없다. 이걸 고민해 봐야겠다. 숙제로 안고, 다음에 해결해 보겠다고, 일단은 나왔다. 


  내가 해결할 길은 또 조부장이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성박사인생고기 주방에는 온통 다 타일이라서, 주방에 물 빠지는 트랜치에다가 접지를 하면 어떨까 하는데, 부장님 생각에는 어때요. 가능하겠어요?”

  “차에 잠깐 갔다 올게요.”

하더니, 이렇다 저렇다 말없이 커피 잔을 탁자에 남겨 둔 채 차로 간다. 두께가 5센티는 족히 되는 파란색 책을 한권 들고 온다. 기술사 공부를 한다는 책인가 보다. 책을 뒤적여 찾더니,

  “부장님 여길 보세요. ELB(Earth Leakage Breaker, 누전차단기)는 앙페르의 오른나사법칙으로 만들어 졌어요.”

하고 설명을 한다. 그래, 그렇다. 앙페르의 오른나사법칙은 전기가 엄지쪽으로 흐르면 주먹을 계란 쥐듯 쥔 나머지 손가락처럼 자기장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단상의 전기가 핫(Hot)선에서 흘러서 부하쪽으로 가면 자기장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만들어 진다고 치자. 전기는 폐회로에서 작동을 하니까, 부하를 통과한 전류는 중성선을 타고 ELB로 다시 돌아오는데, 이때는 흐르는 방향이 반대니까 자기장이 시계반대 방향으로 생성된다. 아까 발생한 자기장과 상쇄된다. 그런데, 부하로 갔던 전류가 새서 돌아오는 전류가 적으면, 생성되는 자기장도 적어지게 되고, 그 차이가 커지면 ELB가 알아채고 스위치가 떨어지는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다. 

  “원리가 이래요.”

  “알았어요. 원리는 그런데, 그렇게 ELB가 알아채지도 못하는 작은 전기가 새서, ELB는 떨어지지 않고 전기는 계속 흐르고, 냉동고 같은 전기기기 외함에 충전전류로 남아 있는 전기를 어떻게 처리를 하느냐고요.”


  꿩 잡는 게 매라고, 원리가 그런 것은 나도 안다. 누전이 되어서 감전이 되는 걸 잡아야 한다. 다음에 가면 해결을 해 줘야하니 말이다.

  “부장님이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은 민간요법이에요. 말하자면 야매요. 주먹구구라고도 하지요. 전기의 비전문가가 쓰는 방법이에요. 자격이 있는 사람 맞아요?”

  “그럼 내 전임자가 했던 방법은요?”

  “그건 맞아요.”

  “뭐에요. 방법은 똑같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큰 차이가 있어요. 전임자분께서 한 방법은 접지선을 철 빔에 연결했고, 이 빔은 건물기초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0.75m 땅 속으로 접지가 갔다는 이야기거든요. 등전위본딩(Equipotential Bonding)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장님이 방금 말씀하신 것은 하수구 트랜치에 접지를 하겠다는 것이잖아요. 그건 말도 안 돼요. 지표면에는 접지가 안 돼요.”

  “그래요?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네.”


  조부장은 그림을 또 하나 그린다. 책을 보면 늘 가까이 하던 그림이다.

  “부장님, 여기서 전기가 기기로 흘러들어 갔어요. 부하를 통해 나왔어요. 이 전선과 외함의 절연저항은 얼마겠어요.”

  “전선과 외함은 무한대지요.”

  “그럼, 외함과 땅은 절연저항이 얼마겠어요.”

  “그건 0이지요.”

  “그렇지요. 맞아요. 외함으로 흘러 나간 전류는 접지해서 땅으로 가면 되잖아요. 땅으로 가지 않고 외함에 충전되어 있는 전기가 사람이 닿으면 짜릿하고 오는 겁니다. 모든 콘센트는 접지단자가 붙어 있어요. 냉장고 문을 열려면 짜릿짜릿 오는 전기를 접지를 통해 땅으로 흘러가게 해 주세요.”

  “어떻게 해요. 지금 트랜치에 접지 한다니까 야매라매요. 비전문가라매요.”

  “사실은 부장님 전임자가 했다는 방법도 아주 잘 한 것은 아닙니다. 반만 맞아요.”

  “그럼, 전부 맞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조부장은 내심 전부를 말해 줄 것처럼 하다가도, 심술궂은 인상을 짓는다. 

  “맛있는 거 많이 사실래요?”

  “알았어요. 뭘 먹고 싶어요. 다 사 줄게요.”


  조부장은 쓴 커피잔을 한모금 마시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한전에서는 이미 이런 누설전류가 발생되어서 사람이 불편을 겪을 것을 예상하고, 모든 전기기기 외함에서 충전된 전류를 땅 속으로 흘려보낼 장치를 모두 갖추어 놓았습니다.”

  “그게 뭐에요.”

  “전기기기 콘센트마다 접지단자를 장착해 두었습니다. 전기 코드를 꼽을 때 이 접지단자를 잘 살려서 접촉이 잘 되도록 해야 해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에요. 성박사인생고기에 가서 점검을 잘해 보세요. 틀림없이 이걸 소홀히 했을 겁니다.”   

  “아, 그렇구나. 알았어요. 이렇게 쉬운 걸.... 그래 맞아요, 성박사인생고기에는 냉동고와 냉장고 뒤쪽으로 벽에 거미줄처럼 전선이 얼기설기 엮여 있어요. 그러는 사이 접지단자가 꼬부라졌든지, 접혔든지, 중간에 접지가 끊긴 게 있겠네요.”

  “그리고, 리드선으로 콘센트를 연결해서 써도 가격이 싼 것은 접지 단자가 없는 것이 있어요. 이런 것은 쓰면 안 돼요. 누설되어서 충전된 전하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요. 그런 것은 시장에서 싼 맛으로 유통이 되는데, 아주 퇴출되어야할 물건이에요.”

  “야, 오늘은 비싼 걸 고르세요. 뭐 먹고 싶어요.”

아무리 봐도 조부장에게는 담배만큼 맛있는 것이 없지 싶다. 커피보다 더 맛있게 먹는다. 담배 한 모금 빨아 들여 맑은 가을하늘을 쳐다보며 내 뿜는 그 입이 옹알지다.


  그날이다. 여주시내의 경인빌딩을 점검할 때다. 저압 메인을 돌아보고, 입주해서 장사를 하는 가게마다 일일이 들러 열화상 카메라로 판넬 내부를 찍었다. 열이 있는가없는가 점검을 하는 것이다. 만두가게에서 점심 장사를 얼추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아주머니가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나를 부른다.

  “저기요. 기사님....”

  “왜 그러시지요? 전기를 쓰는데 뭐 불편한 거라도 ....”

  “있어요. 이 냉장고가 문을 열 때마다 찌릿찌릿하고 전기가 와요. 아주 징그러워 죽겠어요.”

  “그래요? 내가 볼게요.”

점검파일을 내려놓고 전기코드와 콘센트를 살펴봤다. 역시 엉망이다. 편한 장소에 설치 된 콘센트에 구멍이 두 개 달렸는데, 한 구멍에서 나간 리드선을 따라가 봤더니, 리드선에 또 리드선을 꽂아서 9개의 전기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누전된다는 냉장고도 그 중에 하나다. 성박사인생고기와 비슷하다. 우선 주인을 불렀다.

  “여기 좀 보세요. 전기선이 이렇게 어지럽게 얽혀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콘센트를 쓸 때는 여기 접지단자를 소중하게 다뤄야 해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누설되는 전기를 여기를 통해서 땅으로 보내는 거예요. 그러면 누전이 돼도 감전이 안 돼요. 냉장고는 안에는 차고 상온은 그보다 높기 때문에 기기에 결로가 많이 생겨요. 그러면 기기가 녹이 잘 쓸고요. 그러면 전기도 새지요. 새는 전기가 사람에게 흐르면 전기가 오는 것이고요. 그걸 막아주려고 여기 접지단자가 있는 겁니다. 우선은 접지 단자를 잘 살렸으니까 ‘찌릿’하지는 않을 겁니다. 누전되는 전기가 조금 있어도 접지를 통해서 흘러가서 충전전류로 남아있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콘센트에 너무 많은 기기가 꽂혀있어요. 9개가 꽂혀있어요. 그러다가 과열이 되어서 불나기 쉬워요. 저기 천장에 있는 콘센트는 놀고 있네요. 좀 불편하더라도 콘센트를 골고루 사용하세요. 모든 전기기기는 리드선을 사용하지 말고, 벽에다가 바로 꼽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모자라면 저기 판넬에서 새로 설치해서 쓰세요. 그것이 안전합니다.”


  하남에 노아빌딩에 간 적이 있다. 거기도 저압 135kw를 받아서 쓴다. 가게는 모두 4칸이다. 가게마다 들러서 판넬을 열고 열화상을 찍었다. 그런데 ‘조개랑고기랑’이라는 음식점 판넬을 열었을 때다. 한 선이 유독 온도가 높다. 노란색을 넘어 흰색으로 최고의 온도가 감지된다. 이 선이 옆의 판넬로 넘어간다. 따라가 보았다. 벽으로 들어간 선에 연결된 부분이 80˚C를 넘어 카메라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가만 들여다보니 벌써 탔다. 선을 연결하고 감아 놓은 검은 절연테이프가 굳어서 떨어진다. 주방에서 장사 준비를 하는 주인을 불렀다.

  “사장님 여기 좀 보세요. 여기 전선이 탔어요. 이 선을 뭐에다 쓰기에 이렇게 탔어요. 주방에 한 번 가 봐요.”

  “몰라요. 어떤 것에 연결되었는지는.... 그런데 가끔씩 차단기가 떨어져서 올리기는 했어요.”

여기도 차단기를 내리고 콘센트를 확인하고 세어봤더니 이 차단기 하나에 연결된 전기기기가 9개다. 그것도 큼직큼직한 기기들이다. 냉장고가 두 개, 전자렌지가 하나, 카드기에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나오는 쪽지기까지, 가깝고 편한 콘센트에다가 몰빵이다.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돌아갈 때, 특히 용량이 큰 전자렌지가 돌아갈 때, 전기가 나가는 모양이다.

  “사장님, 장사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불나지 않고 안전한 것이 중요해요?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요. 지금 판넬에 전선이 늘어붙은 걸로 봐서는 불이 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그러게요. 어떡해요?”

  “임시조치는 내가 할 테니까, 먼저 여기 콘센트를 분산사용하세요. 그리고 콘센트가 부족하면 판넬에서부터 누전차단기를 신설해서 끌어다가 쓰세요.”

거기도 냉장고 하나에 콘센트 하나를 사용하도록 해 주었다.    


  사실 콘센트까지가 우리의 일이고, 그 밖에 콘센트에 뭘 끼워서 쓰든 지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하지만, 점검을 하다가 보면 수용가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이런 교육이다. 콘센트는 보통 20A가 허용전류다. (물론 욕실이나 화장실에서 물에 젖은 손으로 전기기기를 만져야 하는 곳은 15mA감도 전류 이하로 0.03초 이내로 반응하는 ELB를 써야 한다.) 보통 가정에서는 콘센트에 꼽는 리드선에 달린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콘센트를 뒤집어, 지금,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시라. 뭐라고 쓰여 있는지.   

  ‘정격 16A 250V’ 

라고 쓰여 있다. 최대로 허용되는 전류와 전압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가? 우선 전류만 보자. 아까 콘센트의 허용전류가 20A라고 했는데, 리드선으로 콘센트를 하나 이으면 16A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80%로 감소한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이 만두가게나 조개랑고기랑에처럼 콘센트에 리드선을 단 콘센트를 다시 연결해서 쓰면, 하나를 연결할 때마다 80%씩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벽에 박힌 콘센트를 쓰면 16A를 다 쓸 수 있다. 한번 연결하면 80%인 12.8A밖에 못 쓰고, 두 번 연결하면 10A 밖에 밖에 쓸 수가 없게 된다. 절반이다. 거기다가 줄줄이 전열기를 연결해서 뒤에 연결한 선에서 많은 전기를 쓰면, 처음에 꼽은 콘센트는 쓰지 않아도, 하얀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면서 불이 붙게 된다. 지금도 저녁뉴스를 보자면 불이 나는 곳이 많다. 대부분이 이런 전기 화재다.  


  애초에 전기공사를 할 때도, 이제는 관행처럼 굳어진, 전기인이라면 반드시 폭로해야할 비리가 하나 있다. 나는 여기서 돌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나에게 돌을 던지시라.” 

콘센트 공사는 개구리뛰기식으로 하지 말고, 연등달기식으로 해야 한다. 물론 콘센트를 ELB 하나에 몇 개씩 달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 콘센트를 사용하는 용량이 3kw면 하나만 달 수 있다. 이것을 단독차단기라고 한다. 사용용량이 적으면 10개도 달 수 있다. 하지만 몇 개를 달든, 콘센트 배선방식은 개구기뛰기식은 피해야 한다. 아까 말한 벽에 박은 콘센트에 리드선 달린 콘센트 꼽듯이, 콘센트#1에서 선을 끊어서 꼽고 콘센트#2로 가고, 콘센트#2에서 또 선을 끊어서 꼽고 콘센트#3으로 가고 하는 식으로 콘센트를 설치하면, 리드선 달린 콘센트 연결하듯이 똑같은 허용전류 감소가 일어난다. 세 번째는 절반인 10A밖에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전기화재의 원인이 된다. 


  연등달기식으로 콘센트를 연결해야 한다. 4월 초파일에 사찰 앞에 죽 늘여놓는 연등달기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선을 죽 달아 놓고, 콘센트가 필요한 곳에는 전선을 자르지 말고, 전선을 까서 전선을 연결해서 콘센트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면 콘센트를 몇 개 달든지 마지막 콘센트까지 같은 정격을 유지할 수 있다. 거리가 100m를 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공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작업시간이 배도 더 많이 들고, 어차피 벽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공사니까, 뚝뚝 잘라서 쑥쑥 끼우고는 넘어간다. 마지막콘센트는 전압강하가 많이 일어난다. 조부장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볼펜을 잡은 손을 사브레(Sabre) 펜싱하듯이 크게 X자를 그으면서 외쳤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런 공사를 FM대로 하는 사람이 웂어요. 콘센트 공사라면 당연히 다 그런 식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벌써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해서 진지를 공고하게 구축(構築)했다.  


  전기는 곧 열이다. 칼로리다, 에너지다. 이것이 새기도 하고, 모이기도하고, 축적되기도 한다. 그러면 사고의 원인이 된다. 전기는 물과 같다. 옛날부터 말이 있다. 집은 윗물과 아랫물을 잘 다스려야 한단다. 윗물은 지붕에 새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랫물은 하수가 잘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윗물은 밖으로 잘 흘러야 하고, 아랫물도 밖으로 잘 흘러야 한다는 말이다. 전기도 그렇다. 전선으로 전해질 전기의 길을 따라 잘 흐르게 해야 한다. 끊었다가 잇기보다는 한 선으로 끝까지 가게 해야 한다. 작은 전선에 많은 용량을 꽂아서 한꺼번에 많이 흐르게 하면 불이 나기 쉽다. 혹시 누설되는 전기는 접지를 통해서 땅으로 흐르도록 접지단자를 접촉시켜서 막힘없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성박사인생고기에는 이런 문제로 전기 재공사가 시급하다. 그런데도 본사에서는 공사를 할 생각이 없다. 새로운 점장이 하소연한다.

  “제가 여기에 오자마자 전기가 위험한 것을 알고 공사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거든요. 그런데 꿈쩍도 안 해요.”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불이 나 봐야 꿈쩍을 해요. 사람이 죽어 나가야 움직여요. 우리나라의 안전의식이 아직도 여기까지예요. 보세요. 세월호침몰 사고가 나고,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입틀막할 생각만 하지 달라진 것은 없잖아요. 이태원참사가 났어도 틀어막는 데만 열을 내지 안전대책은 세우지 않잖아요.”

  “맞아요. 이거 지금 뭉개고 그냥 갈 생각이지, 전기공사 할 생각이 없어요. 회사가요.”

  “그나마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되고 있으니, 이런 사고가 나면 오너가 책임을 지는 겁니다. 여기도 그 규모 이상은 되잖아요. 제가 여기 점검기록표에 쓰는 내용, 위험하다고 쓴 것에서, 실행이 되지 않아 화재가 나면, 그 책임을 오너가 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데서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도록 점장님이 힘쓰셔야 해요. 불은 나서 재산 피해는 나도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면 안 되니까요.”

  “알았습니다. 제가 잘 해야지요.”

  “어서 빨리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정말로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습니다. 하기야 여기는 지금 적용을 받는데도 지키지 않으니 어쩌면 좋아요.”


  점장이 음료수 한 잔 들고 가란다. 따라 주는 사이다는 사이단데, 뒷끝은 영 사이다가 아니다. 사이다 맛이 씁쓰름하다. 

  “나가면 탄산음료는 마시지 마.”

하는 아내의 말을 상기하면서도, 나는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세월호 배 밑창에서 바닷물에 잠겨갔던 학생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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